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물은 100℃에서 끓는다. 99℃까지는 아무리 가열을 해도 끓지 않는다. 여기에 단 1℃가 보태지는 순간 물은 비로소 끓기 시작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은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사상 초유의 관권 개입 부정 선거 의혹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박근혜 정부는 공약 뒤집기와 국정 운영의 거듭되는 실패로 취임 1년도 안 돼 '사퇴'를 요구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망과 분노가 임계점을 향해 치솟던 와중에 "안녕하십니까?"라는 한 대학생의 물음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이 질문에 '울컥'한 양심들은 봇물 터뜨리듯 분노를 쏟아내며 뜨거운 응답으로 화답했다. 비로소 1℃가 보태어지는 순간이다. 이 사회, 이 공동체의 운명은 '악마의 맷돌'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1℃가 보태어져 들끓기 시작한 민심의 파도가 뜨겁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공동체는 시스템이다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표지
▲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표지
ⓒ 이민희

관련사진보기

미국 전환운동을 대표하는 활동가 세실 앤드류스는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 능력'을 복원하고 '공동체 실천'을 축적해야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어떻게 '공동체성'을 회복할 것인가 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거대한 전환>에서 칼 폴라니가 말했듯이 노동, 토지, 화폐는 상품이 될 수 없다.

노동, 토지, 화폐가 상품이 되어버린 현대자본주의 사회는 결국 '공동체'를 밀어내고 '시장'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삶을 황폐화시켰다. 완벽한 자기조절 능력을 가진 시장에서의 인간은 '합리적'이지만, 무한경쟁의 정글로 변한 현실에서의 인간이 개인의 자율성만으로 시장의 벽을 넘어서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책에서 세실 앤드류스는 공동체란 결국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인간의 협동심에 불을 붙이는 시스템인가, 아니면 이기심에 기초해 설계된 시스템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펭귄과 리바이어던>을 쓴 요차이 벤클러를 인용해 "이기심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공공선에 기여하기 위해 자유의지에 따라 협력하고 협동한다. 우리는 협력과 협동이 불러일으키는 '지렛대'와 '도화선'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25쪽)고 설명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연대 그리고 공동의 목표와 정체성 인식 형성에 중점을 둔 시스템이다. 우리는 공감, 결속력, 공정성, 신뢰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결집해야 한다. 사람들은 협력의 기회를 얻을수록 점점 더 협력의 힘을 믿게 되고 더욱더 협력하게 된다. (26쪽)

시스템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변환이 가능하다. 자본주의의 교리에 따라 설계된 우리 사회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 경제적 인간)'를 위한 것으로 무한경쟁의 규칙이 지배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출발점은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이타성으로 이기심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호모 리시프로칸(Homo reciprocan : 상호적 인간)'을 기본 원리로 하는 것이다. 호모 리시프로칸의 사회는 경쟁 대신 호혜 협동이, 불평등 대신 평등의 가치가 우위에 서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행복한 공동체 만들기, 그 키워드는 '평등'이다.

'평등'의 경험을 제공해야 행복할 수 있다

저자는 "행복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는 것 만큼 개인적 변화를 넘어 제도적·정치적 변화를 이룩하기 위해 대중의 의식을 제고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55쪽)고 말했다. 그는 GDP로 국가경쟁력을 측정하는 기존의 관행 대신 GNH(Gross National Happiness : 국민총행복)를 기준으로 경제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에 기여하는 모든 정책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부탄의 국정 운영 철학이기도 한 GNH는 부의 공평한 분배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한 여건을 만드는 것을 국가발전의 목표로 내세웠다. GNH는 ▲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경제적 발전 ▲ 문화 보존 및 진흥 ▲ 환경보호 ▲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를 국민총행복 증진의 4대 축으로 삼는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공선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를 보살피며 협동하는 문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없다. (38쪽)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국민행복시대'다.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우리 국민은 과연 행복해졌을까. 국민총행복지수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몇 점을 받을 수 있을까.

통계청의 '2013년 사회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46.7%는 자신을 하위계층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49.0%는 소득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임금 노동자의 64.5%가 실직을 걱정한다. 게다가 43.7%는 평생을 노력한다 해도 자신은 물론 자식세대에 가서도 사회적 신분이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결국 '국민행복시대' 선언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국민적 기대에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국민불행시대'로 바뀌어 버렸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노후에 대한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가중됐다.

좋은 정부는 국민 행복과 관련된 목표에 충실하고, 그 목표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세실 앤드류스는 '국민총행복 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한다. 불평등한 나라에 사는 사람은 누구도 그 불평등이 가져오는 영향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불평등은 곧 '살인'이라고 일갈했던 것처럼, 정치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들에게 평등의 경험을 제공해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거실로부터의 혁명'을 시작하자

작가 박민규는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자본주의의 바퀴는 부끄러움이고, 자본주의의 동력은 부러움'이라고 했다. 일류대학에 집착할수록 사교육비는 올라가고, 아파트에 목을 매면 집값은 뛰는 법이다. 박민규의 말처럼 '다들 이렇게 살잖아' 하는 순간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할 세상'이 펼쳐진다. 세실 앤드류스는 공동체적 경험을 축적 할수록 인간은 자신을 '협력하는 인간'으로 자각하기 시작하고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자기충족적 예언을 중단할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개인과 공공의 변화,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기숙사 생활, 써클 활동, 봉사 활동, 협동조합, 동호회 등 살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공동체를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이 언제나 유의미한 것이었나? 개인과 더불어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의미있는 공동체 활동은 무엇이 있었나?

첫 번째 질문 : 언제 공동체를 경험했는가? 당신에게 의미 있었던 공동체는 무엇이었는가?
두 번째 질문 : 우리 문화에서 공동체를 방해하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세 번째 질문 :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 생활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55쪽)

세실 앤드류스는 불평등한 시스템 변환을 위한 미시적 접근으로 '유쾌한 혁명'을 이야기한다. 그가 보기에 일상의 행복에서부터 세계 혁명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협동과 공공선의 확산을 위한 핵심 기술은 '대화'이다. 이는 '사람들이 서로 협력할 때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 많이 협력할 것이고 곧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모임들이 시작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공동체적 가치와 경험을 확산하는 '거실로부터의 혁명'에서 출발하자는 말이다.


태그:#공동체, #협동, #혁명, #자본주의, #행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작은 시골 농촌에서 하루 하루 잘 살기 위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