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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철도노조 파업이 이틀째가 되는 10일 오전, 철도공사는 '수서발KTX' 자회사 설립을 위한 임시이사회를 열어 출자 결의안을 통과 시키고야 말았다. 당초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던 이사회는 반발 우려에 1시간 일찍 앞당겨 오전 9시경에 열렸다.

임시이사회가 열린 철도공사 서울사옥 앞에서 이사회 저지 투쟁을 벌였던 철도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졸속적인 밀실 날치기 이사회 결정은 무효이며, 이사들은 업무상의 배임죄를 저지른 범죄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철도민영화가 아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철도에 경쟁체제가 도입하면 안 되는 이유와 10일 오전 통과된 이사회가 무효인 두 가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모회사와 자회사의 경쟁체제, 과연 성립되나

 10일 오전, 철도공사 서울사옥에서 수서발KTX 이사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항의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10일 오전, 철도공사 서울사옥에서 수서발KTX 이사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항의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 전국철도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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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철도는 1899년 경인선 개통을 시작으로 무려 114년 동안 꿋꿋히 버텨왔다. 그동안 철도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 철도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 이들의 노력으로 2005년 공기업 전환으로 '한국철도공사(KORAIL)'이 됐어도 매일 같이 안전하게 잘 운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공사의 상급단체인 국토교통부는 약 17조 원이 되는 철도공사의 과도한 부채를 '독점체제의 폐해'로 규정했다. 또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국민들에게 저렴하고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말로 사실상 '철도민영화'의 시발점인 경쟁 체제를 홍보하고 있다.

'수서발KTX'는 기존에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과 용산역으로 가던 서울 강남, 강동, 분당 등 수도권 동남부 지역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역과 용산역을 이용하는 승객 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며, 매출 손실을 입게 되어 철도공사 영업에 타격을 줄 것이다.

또 운영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수서역-평택역 간 61.1km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기존의 KTX와 같이 운행을 하게 된다. 당초 수서역을 건설한다는 취지가 일반 열차와 KTX가 함께 다니는 서울역-금천구청역 구간의 일종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의 고속철도가 운행하는 총 거리가 약 1000km가 채 안되고 선로 용량이 한정되어 있는 특성상,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KTX의 운영을 위해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의 운행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열차의 운행 횟수를 줄이게 되면 결국 기존 대비 매출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철도시설공단에 매년 수천억씩 납부하는 선로 사용료와 적자분에 대한 이자까지 납부하게 된다면 철도공사의 적자 누적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적자선'이라고 불리는 지방 간선 노선들의 축소운영은 불가피할 것이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거나 수익이 나는 수서발 KTX 자회사로의 이직이 생길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철도공사가 파산을 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자연사(自然死)' 현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회사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100% 수익이 보장되는 알짜배기 노선인 KTX만 운영을 하기 때문이다.

[둘째] 철도공사도 인정, 연간 매출손실 3000억 원을

 '수서발 고속철도 법인설립'이라는 제목의 철도공사 내부문건
 '수서발 고속철도 법인설립'이라는 제목의 철도공사 내부문건
ⓒ 전국철도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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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안건이 통과된 10일, 철도노조가 공개한 '수서발 고속철도 법인설립'이라는 철도공사의 내부문건을 보면 "수서발 KTX 운영사와 철도공사와 운행횟수 및 선로배분결과에 차이가 있겠지만, 연간 약 3000억~4000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는 대목이 있다. 또한 철도공사 직원을 자회사로 이직 시키는 계획도 수립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철도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대부분은 2005년 공기업 전환 당시 받았던 공무원 이직 신청을 포기하고 평생을 철도에 몸담은 철도에 남아 있기로 한 사람들이다. 그만큼 철도에 애정이 있다는 것이다. 내부 문건의 내용대로라면 '철도청 입사→ 철도공사(공기업) 직원→ 자회사(주식회사) 직원'으로 정년퇴임을 맞이하는 특이한 현상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문건은 '민간개방·제2공사·민관합동 방식 도입시 문제점'의 대목에서는 ▲ 중복투자에 따른 국가재정 낭비 ▲ 경쟁체제 도입시 철도산업 경영악화 ▲ 법적근거 미비 ▲ 효과없는 경쟁체제 ▲ 안전성 저하 등이 지적됐다.

이 문건이 사실이라면 이사회에 참석한 최연혜 사장을 비롯한 12인의 이사에게는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법률적 해석도 나왔다. 출자를 통한 자회사 설립이 매출 손실을 입혀 적자에 대한 원인 제공이라는 부분을 알면서도 이사회를 개최해 출자의결을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논란이 되는 한 가지 사실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한 부분이다. 이 법의 제24조 제3항을 참고하면, 이사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7명 이상의 비상임이사가 이사회의 일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업무내용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정수는 기관장을 포함한 이사 정수의 2분의 1미만이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철도공사의 상임이사는 총 6명이기 때문에 비상임이사가 7명 이상으로 구성되어야 이사회의 구성이 유효한 셈이 된다.

그러나 비상임이사 7명 중, 지난 10월 24일에 임기가 만료된 함대영 이사가 사퇴를 표명한 바가 있기 때문에 철도노조가 밝힌 대로 '이사회 무효소송'이 진행될 경우 이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이사회에는 6명의 비상임이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상임이사 논란을 떠나 내부문건을 통해 나온 자료만을 가지고 논해도 충분히 질타 받을 만하다. 114년을 견고하게 버텨온 대한민국의 철도를 둘로 쪼갠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분야에서 우려한 대로 경쟁체제 도입 이후 철도공사의 적자가 누적이 더 심화되면 자신이 '철도전문가'라고 말한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은 철도 역사상 최악의 사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더욱이 최연혜 사장은 잘 알려진 대로 2012년 <조선일보>에 '국익에 역행하는 고속철도 민간개방'이라는 제목으로 철도민영화에 대한 비판을 쓴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약 1년 10개월 만에 철도공사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철도를 쪼개는 데 앞장서는 역할을 한다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지난 2012년 1월 31일 <조선일보>에 실은 칼럼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지난 2012년 1월 31일 <조선일보>에 실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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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늦지 않았다. 114년 역사를 자랑하는 철도가 이런 논란으로 하루 아침에 무너질 리 만무하겠지만 미래를 보면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발이 되는 철도의 미래를 생각해 정부정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토교통부의 눈치를 보는 철도공사가 되지 않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철도동호인 및 대중교통 연구를 하는 교통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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