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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형법은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14세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선 그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

 

학교폭력사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면서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여러 가지 종합적인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대책들 가운데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저학년생에 의해 범해지는 학교 폭력에 대해서 강력히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써 형사책임 연령을 내리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이 주장은 소년범죄의 저연령화, 흉포화, 재범율 증가 등으로 인하여 형법상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지난 2003년 14세 미만의 자를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9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2002헌마533)이 있었다.

 

사례를 살펴보면, 고양시에 소재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9명이 2001년 12월에 같은 초등학교 1년생이던 홍길동의 자녀인 피해자에게 주먹과 돌로 폭행하였다. 홍길동은 가해자들을 고소하였다.

 

하지만 검찰은 가해자들은 형법에 따라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죄가 안 됨"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홍길동은 14세 미만의 자를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9조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내렸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① 육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의 경우 사물의 변별능력과 그 변별에 따른 행동통제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없다.

② 형사정책적으로 어린 아이들은 교육적 조치에 의한 개선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형벌 이외의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고려에 입각한 것이다.

③ 일정한 정신적 성숙의 정도와 사물의 변별능력이나 행동통제능력의 존부·정도를 각 개인마다 판단·추정하는 것은 곤란하고 부적절하므로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하여 일률적으로 형사책임연령을 정한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다.

④ 14세 미만이라는 연령기준은 다른 국가들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

 

국회에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개정안에는 "현행 형사미성년자 규정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규정된 것이다, 현재에는 경제 성장, 조기교육의 활성화, 방송·인터넷 매체이 발달하였다"며 "그에 따라 아동의 정신적·육체적 성장속도가 빨라졌다, 만 14세 미만자의 범죄도 집단 폭행·방화·살인처럼 날로 흉포화됨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규정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따라서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2세로 조정해야 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해놨다.

 

형사책임연령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먼저 10세부터 대상이 되는 소년보호처분제도의 운영에서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 저연령 소년에 대한 적절한 보호처분이나 보호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소년원의 특성화와 개별화된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이 필요하다. 이처럼 소년보호처분의 내실화를 보완한다면 굳이 형사책임연령을 내릴 필요가 있는가 싶다.

덧붙이는 글 | 여경수 기자는 헌법 연구가입니다. 지은 책으로 생활 헌법(좋은땅, 2012)이 있습니다.


태그:#헌법재판소, #형사미성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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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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