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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는 불토(불타는 토요일)의 인천광역시 부평역.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던 이곳이지만 이날은 유난히 더 시끌벅적했다. 바로 청소년 문화 콘서트 <출구> 때문. 100여 명의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삼삼오오 모여 콘서트를 즐기고 있었다.

<출구>에 참여한 Goddess팀이 멋진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 Goddess팀의 공연 <출구>에 참여한 Goddess팀이 멋진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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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에 참여한 TURM팀의 치어리딩 공연. 일사분란한 군무가 인상적이다.
▲ TURM팀의 공연 <출구>에 참여한 TURM팀의 치어리딩 공연. 일사분란한 군무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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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토), 부평역 쉼터공원에서 대망의 첫 회를 시작한 청소년 문화놀이터 콘서트 '출구'는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인천사람연대',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야간학교 '바래미', 대안교육공동체 '소똥구리'의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의 콘서트엔 Semicolon, BIPOLAR, MISS, JJ Leaders, Goddess, TURM 등 6개 팀, 총 42명의 청소년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각 팀은 밴드 공연, 댄스, 치어리딩 등을 선보이며 자신들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산했다.

부평역 쉼터공원에서 열린 청소년 문화 콘서트 <출구>를 보며 즐기고 있는 사람들.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 부평역 쉼터공원에서 열린 청소년 문화 콘서트 <출구>를 보며 즐기고 있는 사람들.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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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역 쉼터공원에서 열린 청소년 문화 콘서트 <출구>를 보며 즐기고 있는 사람들.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 부평역 쉼터공원에서 열린 청소년 문화 콘서트 <출구>를 보며 즐기고 있는 사람들.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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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실력에 '깜짝'

참가팀들의 무대는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주안역에 붙어있던 홍보 포스터를 보고 찾아왔다는 김하진(21)씨는 "재밌을 것 같아서 와 봤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며 "고등학교 동아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연습을 엄청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퇴근길에 뭔가 싶어 잠깐 들렀다가 끝까지 봐버렸다"는 김현호(50)씨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콘서트를 본 건 처음인데, (학생들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걸 보고 놀랐다. 우리 아이들도 오늘 참여한 학생들 또래인데 그래서 그런지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생들이 공부 안 하고 춤추고 노래한다고 돌아다니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좋지 않게 생각하고 걱정하는데, 오늘 직접 보니 꼭 그런(나쁜) 것 같지만은 않다"며 "이런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무대 뒤 아이들의 고충..."공부는 안 하고 무슨" 

이날의 출구 콘서트는 많은 관객들의 성원을 받으며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그 기획과 실행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콘서트를 기획했으나 학교의 반대로 참가하지 못하는 팀이 생기는 등 참가자 모집에 난항을 겪은 것.

인천사람연대 상임대표인 이해림씨는 "청소년들이 공부 말고 다른 것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어른들, 특히 학교나 선생님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 문제로 무시당하거나 차별을 받은 학생들도 많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그는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보고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인데 학교 등 제도권 교육은 청소년에게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한다. 공부에 매진하지 않는 아이들을 문제아라고 낙인찍는 지금의 교육 현실이 더 문제"라는 말을 덧붙였다.

콘서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본 공연 후 이어진 클로징 영상을 보고 있다. 클로징 영상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겪고 있는 고충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클로징 영상을 보고 있는 청소년들 콘서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본 공연 후 이어진 클로징 영상을 보고 있다. 클로징 영상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겪고 있는 고충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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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말미에 상영한 클로징 영상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겪는 고충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었다. 노래나 춤, 악기 연주 같은 분야는 어렵사리 학교의 허가를 받더라도 연습 공간 확보는 물론 기자재 사용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영상 속 청소년들은 "선생님한테 이거(공연) 한다고 하면 '니들이 그런 거 해서 뭐할 건데?'라고 되묻는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연습할 공간이 없어서 인천시청역까지 와서 연습한다. 왔다갔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다", "(축제 기간 때) 동아리실에서 한참 악기 연습하고 있으면 선생님들이 와서 '선생님들 연습해야 하니까 나가라'고 한다. 우리도 연습해야 하는데…"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해보자' 시작된 <출구>, "내년에도 하고 싶어요"

기획위원 아리데(19·활동명)씨는 "오늘 콘서트는 '우리들이 놀 공간이 너무 부족한데, 그렇다면 직접 한번 만들어볼까?'라는 작은 논의에서 시작된 것으로 청소년들과 활동가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직접 '우리들'의 손으로 이뤄진 행사라는 것. 실제로 무대에 선 팀 외에도 콘서트 진행위원, 기술 스태프까지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했다.

이어서 그는 "어른들은 우리들에게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공부 외에 다른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면 반대한다"며 "결국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항상 답답했다. 그리고 공부를 잘 하더라도 성공하기 위한 '1%'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이런 현실이 잘못됐다고 모두가 그렇게 말하면서 우리들에게 이 길만을 가라고 강요하는 걸 볼 때면 '우리를 가지고 장난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이렇듯 청소년을 둘러싼 '공부 외적' 환경은 열악하지만, 그렇기에 오늘의 콘서트가 더 의미가 있다는 아리데씨. 그는 "오늘의 콘서트 같은 행사를 매년 열고 싶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함께 참여하고 같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청소년 문제 역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모든 행사가 마무리된 후 콘서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한데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참가한 팀 모두가 수여받은 감사패가 눈에 띈다.
▲ 콘서트 후 이어진 기념촬영 모든 행사가 마무리된 후 콘서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한데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참가한 팀 모두가 수여받은 감사패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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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소년문화콘서트출구, #인천사람연대, #아수나로, #바래미, #소똥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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