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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센터 바실리오홀에서 이윤정씨(한국비폭력대화센터)를 강사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말, 아프냐? 나도 아프다-비폭력대화 방법 배우기'가  열리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센터 바실리오홀에서 이윤정씨(한국비폭력대화센터)를 강사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말, 아프냐? 나도 아프다-비폭력대화 방법 배우기'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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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이 부모에게서 듣기 싫은 말? "성적이 이게 뭐야" "정리 좀 해라" "네가 잘못했으니까 혼나지" "휴대폰 정지다" "외출 금지야" "말대꾸하지마"… 정도는 예상이 된다. 그런데 "사랑해" "듬직한 우리 아들" "천사 같은 우리 딸" "넌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야"라는 말도 끔찍이 싫다고 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이쯤되면 소통은 없다. 그 괴리가 하늘과 땅 차이다. 가족 사이, 직장 동료 사이, 학생과 교사 사이. 차라리 귀를 닫고 시선을 돌린다. 이어폰을 끼고 휴대전화를 터치하는 것으로.

지난 10일 저녁, 서울시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 77번째 주제는 '비폭력 대화'였다. '스타강사'도 아닌데 특강 신청자가 평소보다 많았다. 더욱이 아내와 제자·친구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소통의 문제가 절박하다는 반증일까.

이날 해결사로 나선 이윤정(한국비폭력대화센터 강사·<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 저자)씨는 국내 3명뿐인 비폭력대화 국제인증지도자다.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란 마셜 로젠버그 박사에 의해 고안된 것으로 "우리 생각을 지배하는 이기심, 탐욕, 미움, 편견, 의심, 공격성 대신에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존중·이해·감사·연민·배려가 우리 마음을 채우도록 하는 대화법"이라고 정의된다. 이는 '연민의 대화'라고도 불린다.

비폭력대화 전문가 이윤정씨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센터 바실리오홀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말, 아프냐? 나도 아프다-비폭력대화 방법 배우기'에서 기린 인형을 통해 '기린대화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비폭력대화 '기린대화법'으로하세요" 비폭력대화 전문가 이윤정씨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센터 바실리오홀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말, 아프냐? 나도 아프다-비폭력대화 방법 배우기'에서 기린 인형을 통해 '기린대화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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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내뱉는 '말폭력', 그 가면을 벗기자

"사실 집 밖의 관계에서 소통이 더 잘 된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남들에게 못하는 모진 말과 악다구니를 내 배우자·내 부모한테 하고 있을 것이다. 가장 귀한 사람들한테. 그런데 실제 진심은 어떤가? 마음과 말은 동일해야 하는데, 우리는 마음과 다른 말을 하면서 내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일부러 비극적인 표현을 하는 재주(?)가 있다.(웃음)"

자식에게 내뱉는 "니 맘대로 살 거면 나가!"라는 말, 진심일까? 헤아려 보면 "난 너랑 행복하게 잘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속상해"라는 뜻과 같다. 배우자에게 내뱉은 "이혼해!"는 어떤가. "나 당신하고 정말 잘해보고 싶어"라는 욕구가 담겨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어떻게 하면 대화를 잘할 수 있을까, 상처주지 않으면서. 이윤정씨는 말한다.

"소통을 잘하려면 우선 자신의 약함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내 느낌이 뭔지. 아 내가 슬프구나, 아프구나, 지쳤구나…, 나를 보는 만큼 남의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내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 연습해야 한다."

모든 인간의 마음에는 '기린'(평화롭길 원하는 마음)과 '자칼'(상대를 공격하려는 마음)이 함께 산다. 문제는 내 안의 자칼이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 전제는 내 기준에 좋은 행동이든, 나쁜 행동이든 사람들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윤정씨에 따르면, 자칼의 언어는 주로 내가 지치고 힘들 때 올라온다. 그럴 때는 우선 '아 자칼이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된다. 그런 다음, '내가 지쳤구나, 쉬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럼 신기하게도 치솟던 자칼이 수그러든다. 단, 자칼이 올라올 때 자책하거나 억압하면 안된다. 자칼을 토닥토닥 안아주고 긍정해줘야 숨어있던 기린의 언어가 나온다. 비폭력대화란 자칼로 말하는 내 안의 기린을 찾는 것이다.

말로 한다고 비폭력적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이윤정씨의 얘기다. 강요·분석·비난·비교·협박·분석·부정·꼬리표 달기·도덕주의적 판단 등이 진정한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반면 비폭력대화란 ▲ 관찰 ▲ 느낌 ▲ 욕구 ▲ 부탁의 방법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란 '왜 이렇게 방이 더러워'라고 평가하지 말고 '책상 위에 컵이 세 개나 있네'라고 보이는 대로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평가와 비난은 상대를 방어하고, 저항하게 만들어 정작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내 '느낌' 표현하기. 생각이 아니라 느낌이다. '당신이 약속에 늦어서 내 마음이 불편했어요, 저는 약속을 지키는 걸 중요하게 여겨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부정적인 느낌은 표현해선 안 될까? 그렇지 않다. 모든 느낌은 나의 신호등이다. 느낌은 우리의 욕구 때문에 올라온다. 그 '욕구'를 알아차리고, 상대에게 부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탁'은 강요가 아니라 청하는 것이다. '네 생각은 어때?'(연결 부탁)라고 묻거나 '해줄 수 있겠니?'(행동 부탁)'라고 상대를 대화에 초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너그럽게 대해야...

비폭력대화 전문가 이윤정씨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센터 바실리오홀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말, 아프냐? 나도 아프다-비폭력대화 방법 배우기'에서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강의를하고 있다.
 비폭력대화 전문가 이윤정씨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센터 바실리오홀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말, 아프냐? 나도 아프다-비폭력대화 방법 배우기'에서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강의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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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아'라고 나오는데 입은 '야'라고 내뱉는 불일치. 늘 그렇지만 실전이 어렵다. 전문가인 이윤정씨도 "나도 20년 동안 끊임없이 연습 중"이라고 말한다. 비폭력 대화는 상대방의 감정에 나를 맞추는 기술이 아니다.

"상대방의 느낌마저 내가 책임지려 하지 마라. 그건 정서적 노예상태다. 우리가 영원히 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을 너그럽게 대하는 것이다. 노력하다 잘 안 돼도 '아 내가 지쳐서 그렇구나, 좀 쉬어야겠다'고 여기면서 연습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기적을 느낄 때가 온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강사의 고백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 일을 하게 된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평가를 굉장히 많이 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누구의 삶도 평가받을 수 없다는 걸, 저마다 이 삶을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애쓰지 알게 됐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을 위해서 비폭력 대화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학교·관공서·기업·부부·교도소 등 수많은 강연을 하다 보면 거의 모든 국민들의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교사도, 부모도, 학생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모두 공감해 달라고 호소한다. 비폭력 대화를 통해 갑자기 사회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변화된 개인들이 하나둘 모인다면 세상도 서서히 바뀌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10만인클럽 회원들이 이번 특강에 신청하면서 내놓은 질문 중에는 유독 '상처'와 '화', 그 두 단어가 많았다. 말로 치고받는 마음의 육탄전을 벌이며 살아가는 시대. 이날 특강은 100여 명의 참석자들이 그런 서로를 위로하고 연민하는 시간으로 꽉 채워졌다.


태그:#이윤정, #10만인클럽, #비폭력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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