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이 비핵화를 결정한다면 (상호)불가침 협정(non-aggression agreement)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대북 관계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미 국무부가 3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인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를 개최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케리 장관은 특히,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고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정통성 있는(legitimate) 협상에 나선다면 불가침 협정을 체결하고 북한과 평화적 관계를 이룰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북한은 어떠한 법률 규정이나 국제적 행동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을 해 온 국가"라며 "(그러나)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북한은 미국이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이어 "그러나 우리는 양보와 협상 그리고 합의 파기를 통한 핵 프로그램 지속 등 진로를 막고 원점을 맴도는 과거 협상을 단지 반복하지 않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분명히) 말해 왔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나는 지난 몇 달간 중국이 북한을 비핵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로 나가도록 이바지한 중요한 역할을 해온 파트너라고 믿는다"며 "따라서 일본, 미국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한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요구하는 점에서 단합돼 있다"며 "그것이 평화적 진보를 향한 길이며 우리가 수행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케리 미 국무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상호 불가침 협정 체결' 문제에 관해 처음으로 추진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이라 발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비핵화의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북한 정권 교체 불개입'과 '평화적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최근 북한의 대화 추진 의사에 '비핵화 전 절대 대화 불가'라는 전략적 입장에 다소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