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춘천시 의암호 자전거 순환도로. 자전거 여행자와 산책을 나온 보행자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이라 종종 사고에 발생하는 곳이다.
 춘천시 의암호 자전거 순환도로. 자전거 여행자와 산책을 나온 보행자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이라 종종 사고에 발생하는 곳이다.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자전거 타기에 알맞은 계절이 돌아왔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자전거 타기에 딱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여름 내내, 베란다에 방치해두었던 자전거에 자꾸 눈길이 가는 걸 어쩔 수 없다. 그 자전거에 뽀얗게 내려앉은 먼지를 털어내고, 강변이나 호숫가 자전거도로를 달릴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오른다. 그 생각만으로도 어느새 상쾌한 강바람이 폐부에 깊이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가을은 자전거 타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그런 까닭에 이때쯤이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나려고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들뜨는데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니, 여행을 떠나기도 전부터 짜릿한 전율이 감돈다. 자전거여행은 일종의 도전이다. 그런데 그런 도전 정신에 사로잡히다 보면, 자칫 잊기 쉬운 것이 있다.

자전거 사고다. 흔히 잊기 쉬운데, 가을은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계절이기도 하거니와 자전거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한겨울이 지나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늘기 시작하는 자전거 사고는, 땡볕이 내려쬐는 한여름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날이 선선해지는 이 가을에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가을철 중에서는 또 10월에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그러니 지금은 베란다로 나가 자전거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기 전에, 먼저 내 머리 속 안전 의식을 점검해 보고 지나갈 때다. 자전거는 내가 충분히 안전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타기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

자전거 사고 매년 꾸준히 증가, '가을'에 특히 더 주의해야

터널을 통과하는 자전거도로. 터널 밖에서 갑자기 무엇이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꽤 위험한 구간이 될 수 있다.
 터널을 통과하는 자전거도로. 터널 밖에서 갑자기 무엇이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꽤 위험한 구간이 될 수 있다.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요즘 자전거 사고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전거를 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도 함께 늘고 있다. 자전거 사고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자전거 교통사고다. 자전거 사고하면 대부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부주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자전거 사고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잘못만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5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전거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00년에 6352건에서 2012년에 1만 290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매년 평균 6.1%가 증가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3년간에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계절별로는 봄과 가을에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월별로는 10월에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2019년~2011년) 계절별 월별 자전거 교통사고(도로교통공단, '자전거 교통사고 특성 분석 보고서' 중).
 지난 3년간(2019년~2011년) 계절별 월별 자전거 교통사고(도로교통공단, '자전거 교통사고 특성 분석 보고서' 중).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자전거 사고의 상당수는 자동차에 의해서 발생한다. 자전거 사망사고는 교통사고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사고의 대부분 자동차 운전자들의 잘못된 운전 행태에서 비롯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자전거와 자동차가 부딪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80%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잘못이 있다. 이런 사실은 자동차 운전자들이 그만큼 자전거 안전에 소홀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23일 오전 8시 50분경, 춘천시 소양로에 있는 서부시장 정류소 앞 도로에서 승용차가 앞서 가던 자전거를 들이받는 바람에, 81세 노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2차선을 가던 자동차 운전자가 앞서 가전 자전거를 추월하기 위해 1차선 쪽으로 차선을 변경하다가, 자전거가 자동차하고 똑같이 1차선 쪽으로 차선을 바꾸는 걸 미처 눈여겨보지 못해 발생했다.

이 사고는 자동차 운전자가 앞서 가는 자전거의 진행 방향을 알지 못해 피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던 사람은 자신이 방향을 바꾸기 전에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의 진행 방향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자동차 운전자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앞서 가는 자전거를 천천히 추월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자전거도로가 아닌 일반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무엇보다 자동차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을 잘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자동차 운전자들 중에는 도로 주행 중 자전거를 무시한 채 갑자기 핸들을 꺾거나 급정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전거는 그런 경우에 미리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 운전자 못지않게 교통 법규를 어김없이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고, 도로 위의 교통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춘천시 소양로 자전거 사망사고 현장. 자전거를 추월하려던 자동차가 뒤에서 자전거를 들이받으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춘천시 소양로 자전거 사망사고 현장. 자전거를 추월하려던 자동차가 뒤에서 자전거를 들이받으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이성을 잃은 '과속'과 '음주 운전'은 사고 부르는 주범

자전거 사고를 불러오는 가장 큰 요인 중에 '과속'과 '음주운전'이 있다. 과속은 만 가지 사고의 근원이다. 추돌 사고, 전복 사고 등등 갖가지 사고들이 과속을 하는 데서 발생한다. 언론을 통해서 종종 '자전거 폭주족'이 문제라는 기사를 접할 때가 있다. 자전거가 때로 자동차와 보행자 모두를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다. 자전거를 자주 타는 사람들로서는 이보다 더 억울한 일도 없다.

자전거도 자동차와 보행자가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전거가 그런 억울한 소리를 듣는 데는 자전거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결국은 과속이 문제다. 일반도로와 자전거도로를 불문하고 모든 도로에서 과속은 금물이다. 더군다나 일반도로 위에서 자동차와 근접해 달릴 때는 무조건 속도를 낮춰야 한다. 자동차 운전자가 어떤 행태를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럴 때는 미리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두는 것이 현명하다.

한강 자전거도로, 자전거 주행 최고 속도 시속 20km 제한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과속으로 인한 자전거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이같은 표지판을 세우게 됐다.
 한강 자전거도로, 자전거 주행 최고 속도 시속 20km 제한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과속으로 인한 자전거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이같은 표지판을 세우게 됐다.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의 자전거도로들은 대부분 보행자들과 함께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도로에서는 자전거가 보행자들을 들이받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사용하는 이런 도로에서는 절대 과속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곳에서 과속을 하는 것은 곧 보행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전거는 시속 20km만 넘어도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기가 어렵다.

자전거도로 중에 자전거 주행 속도를 시속 20km에서 30km 이하로 제한을 두고 있는 곳이 더러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전거도로는 따로 속도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래도 자전거도로에서는 최대 시속 30km를 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에서는 시속 30km도 지나치게 빠르다. 시속 20km 이하로 줄이는 게 좋다. 속도만 줄여도 상당히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주의를 게을리해서 일으키는 사고 중에 대표적인 것이 또 음주운전 사고다. 지난 3일, 오전 1시경 춘천시 후평동의 한 도로에서 한 청년이 술에 취한 상태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얼굴이 다치는 심한 부상을 입었다. 청년은 만취 상태였다.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는 절대 자전거를 타지 말아야 하는데, 취기가 만용을 불러오면서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만취 상태가 아니라 하더라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짓이 다. 그런 상태에서는 상황 판단이 느려져서 사고에 대처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작은 사고에도 큰 부상을 입기 마련이다. 천천히 가면 되지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안일한 생각이 더 큰 문제다. 음주 운전이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들은 아예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명적인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헬멧' 착용이 바람직

서울의 한 자전거도로. 보행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구분이 돼 있다. 자전서 사고를 막기 위해 도로를 구분해 놨지만, 보행자들이 자전거도로 위를 걸어다니는 일이 많아 늘 조심해야 한다.
 서울의 한 자전거도로. 보행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구분이 돼 있다. 자전서 사고를 막기 위해 도로를 구분해 놨지만, 보행자들이 자전거도로 위를 걸어다니는 일이 많아 늘 조심해야 한다.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자전거 사고에 대처하는 데는 왕도가 따로 없다. 자전거를 무조건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타는 게 최선이다. 그래도 미리 정해진 규칙 몇 가지는 알고 지나가는 게 좋겠다. 자전거는 '차'의 일종이다. 도로교통법은 자전거를 '차'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을 제대로 준수해야 한다. 도로교통을 위반하면 자전거 역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도로교통법에 따라 처리된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자전거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자전거도로가 없을 때는 일반도로를 이용하되 도로 우측 가장자리로 통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원칙은 거의 모든 도로에 적용된다. 자전거도로에서도 우측 가장자리로 통행해야 다른 자전거와 서로 충돌하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에서는 특히 보행자의 안전에 유의할 의무가 있다. 보행자 사고가 발생하면, 자전거가 더 큰 책임을 물게 되어 있다.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부상의 정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장비들을 알아두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자전거를 타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장비로는 자전거용으로 만들어진 전조등과 후미등, 그리고 헬멧과 장갑, 속도계 등이 있다. 그중 전조등과 후미등은 필수다. 야간에 자동차가 자전거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도로 위에서는 실제 그런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자전거 속도계는 과속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속도계도 함께 구입할 것을 권한다. 속도계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 자신이 스스로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알게 해준다. 속도계를 보면서 그때그때 자전거 속도를 적절히 유지할 수 있다. 자전거용 헬멧과 장갑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자전거 사망자는 머리를 다쳐서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헬멧은 사망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자전거를 수시로 정비하는 것도 필수다. 특히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이 브레이크다. 우리나라처럼 언덕과 고개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어디를 가든지 언덕이 있다. 언덕이 많은 곳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브레이크 패드가 쉽게 마모가 되는 걸 볼 수 있다. 브레이크 패드는 완전히 마모가 되기 전에 교체해 주어야 한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는 '지구를 살리는 7대 불가사의' 중에 하나로 불린다. 거기에는 온난화로 병든 지구를 살리는 데 자전거만큼 유익한 도구도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자전거는 자동차와 달리, 유해 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교통수단이다. 현대인의 체력과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의 그런 장점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자전거를 타기에 앞서, 먼저 안전에 유의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태그:#자전거사고, #가을, #자전거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