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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무더워질수록 한강엔 밤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많아진다.
 날씨가 무더워질수록 한강엔 밤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많아진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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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굳이 수도 서울의 젖줄이라는 흔한 표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서울 시민들의 쉼터이자 안식처, 데이트 코스이자 운동장소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고마운 존재다. 강 위를 지나는 다리가 스무 개가 넘을 정도로 강의 크기도 커서, 서울시민이 아무리 많이 놀러 와도 너그럽게 모두 품을 수 있다.

산만큼이나 강물도 사람들의 취향과 취미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전거 타기다. 필자가 활동하는 자전거 동호회에서는 한강과 그 지천의 자전거 도로 중 50~100km 코스를 만들어 주말에 완주하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긴다. 한강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가능한 일들이다.

야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중독 돼

낮에 열심히 물질을 한 오리배들이 한강가에서 쉬고 있다.
 낮에 열심히 물질을 한 오리배들이 한강가에서 쉬고 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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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엔 뜨겁고 자외선 강한 낮보다는 해가 지고 난 저녁이나 밤에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다. '자전거 여행' 책을 쓸 정도로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김훈 작가는 자신의 애마 자전거를 '풍륜'이라 이름 지었다. '바람을 일으키는 자전거' 정도의 뜻으로,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수긍이 가는 절묘한 이름짓기다.

다리에 힘을 주어 페달을 돌릴 때마다 자전거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며 바람을 만들어 낸다. 야밤의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리다 보면 '페달질'로 생겨난 땀과 열기가 어느새 날아가 버리고, 이어지는 상쾌한 기분은 중독될 정도다. 이 맛에 한 번 빠져 자전거를 오래도록 타게 되나 보다.

낮과 달리 조명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한강 다리들과 찰랑대는 강물이 어우러진 멋진 야경은 보너스. 며칠 전엔 애마 자전거를 타고 강바람을 쐬러 한강에 나갔더니 너른 잔디밭에 웬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다. 그늘 쉼터를 무대 삼아 아마추어 가수와 연주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한껏 뽐내며 라이브 열창을 하고 있는데, 그 열기와 시민들의 호응이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못지않다.

한강가 잔디밭에 앉아 노래 감상을 하는 많은 시민들.
 한강가 잔디밭에 앉아 노래 감상을 하는 많은 시민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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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잔디밭에 앉아 열정이 담긴 공연을 감상하려니 신나는 여름 피서지가 따로 없다. 성산대교, 뚝섬 같은 주변 공간이 넓은 곳에서는 영화상영도 한다. 요즘 같은 날 한강은 낮보다 밤에 훨씬 더 다채롭고 정취가 있다. 낮에 열심히 사람들을 태우고 다닌 오리 배들이 한강 가에 올라와 쉬고 있는 모습도 재미있다. 연이어 나타나는 한강 다리들이 멋진 조명을 뽐내며 드러내는 야경은 강변 라이딩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한강 다리는 강변을 신나게 달리다 내가 어디쯤 왔는지 알려주는 표지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리들의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빨간 아치가 드리워진 서강대교는 밑에 있는 한강의 하중도 밤섬과 어우러져 손꼽히는 야경을 연출한다. 다리 몸체에서 일곱 빛깔의 분수를 내뿜는 반포대교 밑 잠수교도 꼭 들러볼 일이다(분수 가동은 평일 12:00/20:00/21:00 , 휴일 12:00/17:00/20:00/20:30/21:00/21:30).

보기만 해도 시원한 분수가 예쁜 빛깔로 뿌려지는 반포대교 밑 잠수교.
 보기만 해도 시원한 분수가 예쁜 빛깔로 뿌려지는 반포대교 밑 잠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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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달리는 머리 위로 열차(전철)가 지나가는 굉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강철교 밑, 찰랑거리는 강을 눈앞에서 보며 건너가기 제일 좋은 잠수교, 차보다 자전거와 보행자를 더 위하는 광진교 등 동네마다 강변과 다리를 오가며 즐길 수 있는 곳이 한강이다.

자전거족을 반기는 한강 다리 위 카페

작지만 한강 야경이 잘 보이고 쾌적한 한강다리 위 카페.
 작지만 한강 야경이 잘 보이고 쾌적한 한강다리 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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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밤나들이때 빼먹지 말아야할 양화대교위 카페.
 한강 밤나들이때 빼먹지 말아야할 양화대교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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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자전거도로 곳곳에 편의점들이 있지만 한강 다리 위에 있는 쉼터 겸 전망 좋은 카페와는 비교가 안 된다. 그동안 한강을 넘어가기 위한 긴 콘크리트 통행로에 지나지 않았던 한강 다리에 카페들이 생기니 삭막하기만 했던 한강 다리에 정이 간다. 그런 사막 같은 건조함뿐이었던 한강 다리 위로 따듯하고 환한 불빛이 보인다.

산 속에서 민가를 만난 듯 노란 형광 불빛의 카페가 반갑고 포근하다. 다리 위 카페까지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싣고 같이 올라갈 수 있고, 자전거를 보관하기도 편해 자전거족에게 더없이 잘 맞는 카페다. 일반 카페와 달리 직원이나 손님들도 자전거 라이더에게 익숙한 표정이다. 밤 나들이를 나온 시민에게 맞추어 자정이 넘을 때까지 운영한다. 

한남대교 남단에 있는 카페 '레인보우'는 카페 바로 옆에 펌프, 자전거 응급처치 도구들과 자전거 보관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마음 놓고 카페에 앉아 차나 커피를 마시며 커다란 창을 통해 한강 주변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 카페 어느 곳이나 다리의 양방향으로 하나씩 두 개의 전망대 겸 카페가 들어서 있는데 똑같이 디자인하지 않고 서로 다른 콘셉트로 지은 것도 특색이 있다. 한강이 한결 풍성해지는 기분이다.

현재 광진교, 잠실대교, 한남대교, 동작대교, 한강대교, 양화대교 등에 이런 한강 다리 카페가 있다(전망쉼터 안내 홈페이지 주소는 http://hangang.seoul.go.kr).

선유정 마루에 드러누워 감상하는 한강 야경

선유도의 정자에 앉거나 누우면 한강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선유도의 정자에 앉거나 누우면 한강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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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강변의 명물들을 만나게 된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찾는 곳은 양화지구 한강공원이나 양화대교에서 연결된 선유도다. 선유도는 과거 선유정 수장 건물을 자연과 공유할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개조한 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재생 생태공원으로, 태어난 지 10년이 되었다.

신선이 노닌다는 이름도 운치 있는 선유도는 산책하기에 부담이 없을 정도로 적당한 크기에 카페, 정자, 정원, 무지개 다리, 갤러리, 놀이터 등이 갖춰져 있어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을 위해 문 앞에 자전거 거치대를 만들어 놓은 것도 마음에 든다.

선유도에 들어서자 수초를 키우는 곳에서 나오는 수많은 개구리, 맹꽁이들이 짝을 찾는 합창소리가 섬의 고요함을 깬다. 이상하게 개구리 울음소리가 시끄럽지 않고 오히려 여름밤에 참 잘 어울린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전혀 개의치 않고 서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재미있다.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의 도심 한가운데서 참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지는 곳이다.

한강과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정자(선유정)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았다. 밤바람과 함께 눈이 다 시원해지고 여기까지 자전거 타고 온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다. 가지고 온 커피를 꺼내 맛을 음미하자니 옆에 앉은 노부부는 도시락을 펼치고 있다. 정자 모퉁이에 걸터앉은 젊은이들이 기타를 치며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 'I'm yours'를 부르는데 꽤 감미롭게 들려온다.

개구리, 맹꽁이들의 울음소리 외엔 고즈넉하기 그지없는 선유도의 밤. 흙길, 자갈길을 밟으며 내는 서걱서걱 내 발소리와 나란히 앉아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소곤소곤 속삭이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한낮의 무더운 여름 날씨에 지친 시민에게 편안한 휴식과 즐거운 추억을 전해주는 한강의 아름다운 섬이다. 선유도 운영시간은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이며 연중무휴다.

강변 라이딩을 더 정취있게 해주는 한강 야경.
 강변 라이딩을 더 정취있게 해주는 한강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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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전거 , #한강, #열대야, #선유도 , #한강다리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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