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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유화 / 목판에 유채 / 51.3 x 79.2 cm
▲ '광륜이 있는 자화상' _폴 고갱 1889년/유화 / 목판에 유채 / 51.3 x 79.2 cm
ⓒ 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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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는 '나' 라는 책 속의 인물의 관점에서 써진 책이지만 전지적 작가시점이라고 해도 될 만큼 각 인물의 심리가 확신하며 묘사되었다. 여기서 '나' 란 인물은 다른 인물들을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성격과 때에 따른 기분을 분석해 놓았다. 이번엔 내가 그를 분석해 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나'와 스트릭랜드의 만남은 별로 특별하지 않았다. 지인의 다과 모임에서 만난 그의 아내에게 저녁을 초대받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단란하고 평화로운 스트릭랜드의 가족을 부러워했다. 평탄한 가정에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인정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모험적인 삶을 꿈꾼다. 골치 아픈 위험에 한두 번쯤은 걸려들어 보고 싶다는 뜻일까? '나'는 '딱 그만큼'인 삶을 원하지는 않는다.  

스트릭랜드와의 인연이 있었던 그 해 가을 '나'는 다시 스트릭랜드 부인을 만나는데, 뜻밖의 소식을 접한다. 찰스 스트릭랜드가 가족들을 버리고 떠났다는 것이다. 모험적인 삶을 원하는 '나'지만 자신 주변에서 그만큼 대단한 모험이 일어날 줄은 몰랐나보다. '나'는 꽤나 놀랐다. 그런데 스트릭랜드의 부인이 그에게 더욱 심각한 일을 시켰다. 찰스에게 가서 돌아오라는 설득이나 충고를 해주고 상황이 어떤지(여자와 함께 달아났는지, 아니면 왜 떠났는지 이유 등) 알아오라는 것이다.  

스트릭랜드를 찾아갈 때 긴장은 했지만 모험적이라는 이유로 '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즐겼다. 이번에는 저자 William Somerset Maugham(1874~1965)을 들이댈 수 있다. Maugham은 생전에 정보원으로 일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그의 경험이 결국 그가 쓴 글에 나타난 듯하다. 

(다시 '나'로 돌아와서) '나'는 스트릭랜드가 다른 이유가 아닌 단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파리로 갔음을 알게 되고 본 것 그대로 스트릭랜드 부인에게 전한다. 찰스는 별다른 목표보다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안정된 생활을 버렸다. 이것도 목표라면 목표라 부를 수 있겠다. 아니, 어쩌면 이 목표야말로 이 세상에 구속받지 않는 진짜 목표인 걸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목표는 부나 명예 따위지만 스트릭랜드는 물질적이지 않고 오로지 정신적이다. 그 정신에 미쳐서 물질적이고 싶어도 물질적일 수가 없게 되었다. 스트릭랜드를 대표적인 '달'이라 할 수 있다.

6펜스는 별로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와 크게 대조를 이루는 '6펜스'세계의 사람들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스트릭랜드 부인이나 '나'가 로마에서 알게 되었다는 네덜란드 출신 화가 더크 스트로브를 댈 수 있다. 스트로브 역시 그림을 '팔기 위해' 그리는 겉멋만 든 화가이다. 

스트로브. 그도 '나'를 머리 아프게 만드는 인물 중 하나이다. 스트로브가 정말 사랑하는 자신의 부인에게 배신당하는데 이 시기에 심리적으로 괴롭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가는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다. 또 '나'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매달리고 싶어 하지도 않고 신경쓰고 싶어 하지도 않지만 결국 일에 휘말리고 마는 특징이 있다. 그 모험 좋아하는 성격 탓에 '나'는 책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수 밖에 없다. 

다시 한 번 잠깐 '나'에게서 벗어나 하고 싶은, 정확히는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왜 스트릭랜들는 자기를 피하는 사람에게 살갑고 스트로브의 부인은 자신에게 희생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걸까. 누구나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법이다. 나도 그렇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도 평범한 인간들 중 한 명인가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도 나에게 들러붙는 사람들을 싫어하기는 한다. 오히려 못되게 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막상 들러붙던 사람이 떠나면 다시 되찾고 싶어 하는 것이 내 성격이다.    

'나'는 참 독특한 사람이다. '나' 그 자신도 달을 향한 사람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주변에 달을 향한 사람이 꽤 있다는 점이다. 스트릭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또 다른 친구 아브라함을 예로 들 수 있다. 아브라함은 앞날이 창창하다 못해 번쩍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밝은 앞날을 한 순간에 등진 채 마음이 편한대로 길을 바꿔버렸다. 그런 걸 보면 '나'도 6펜스 세계에서 달의 세계로 가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6펜스의 세계에서 나오기란 힘들다. '나는 달의 세계를 향한 사람이야'라고 말해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달과 6펜스의 실제 모델이 있다는 점이고 그가 바로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고갱이라는 것이다. 고갱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것도 재밌을 듯하다. 고갱도 그림을 그리기 전엔 따분한 사람이었다던데 그가 얼마나 더 놀라운 인물이었는지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태그:#달과 6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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