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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등 국공립교육기관을 퇴직하고 사립재단에 임용된 교육공무원이 최근 5년간 5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사학비리가 불거진 재단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예산 확보와 감사 회피를 노린 '전관예우 인사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지난 3월까지 서울시교육청을 퇴직하고 사립재단으로 옮겨간 교육공무원은 56명(36개 법인)이며, 38명은 현재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009~2012년까지 해마다 8~15명이 자리를 옮겼고 올해도 3월까지 7명이 사립재단에 임용됐다.

'교육마피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일반직, 전문직할 것 없이 많은 교육청 관계자들이 당시 사학에 특별 임용되어 예산확보와 감사무마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행정실장을 지낸 A씨는 "교육청 돈은 눈 먼 돈이었다,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였다"면서 "교육청 출신 공무원들을 통해 큰 예산을 학교로 가져올 수 있었고, 그렇게 확보한 예산의 경우 교육청 관계자에게 일정 비율을 상납하는 구조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주 대표적인 예가 강서구에 있는 모 고교다"라며 "당시 행정실장이 얼마나 예산확보를 잘했는지 재단이사장이 현직 행정실장을 위해 공덕비까지 세워주었다"라고 말했다.  

감사관이었던 그는 왜 국제중 교장이 됐을까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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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에 채용된 사람들이 교육기관을 퇴직할 당시의 직급을 살펴보니, 매우 다양하였다. 총장까지 했던 교수도 있었고, 교육연구정보원장도 있었다. 그 중 행정직들이 유독 많았는데, 감사관과 서울시교육시설관리사업소장을 하다가 국제중 교장으로 간 사람도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사립학교들은 교육청 관계자들을 주로 세 가지 직급으로 채용했다. 먼저 사립학교 경영이나 교장 및 교원에 대한 임명권 등을 심의, 의결할 수 있는 사학재단의 이사 등으로 채용된 사람이 23명, 학교 운영에 대한 최고 결정권을 가진 교장으로 채용된 이도 17명이나 됐다. 또 학교회계를 집행하고 최종 책임자인 행정실장으로 채용된 사람은 14명이었다.

그렇다면, 사립학교에서는 왜 이렇게 교육기관을 퇴직한 인사를 채용하였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자료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사립학교에 교장으로 채용된 사람들을 보면, 17명 중 8명은 교장을 퇴직한 이후에 다시 사립학교 교장으로 채용돼 그 인건비를 교육청에서 지원받고 있었다. 이것 또한 상식적이지 않지만, 강동교육지원청장이나 강남교육지원청장을 퇴직하고 사립학교 교장으로 채용된 경우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행정직을 퇴직한 이후에 사립학교에 채용된 경우였다. 이들이 교원자격증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교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지가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청 감사나 예산확보에 이들의 입김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교육기관에서 행정직으로 퇴직한 이후 다시 사립학교에 행정직으로 채용되면서 직급이 상승된 사례도 6명이나 있었다. 그 밖에도,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에서 일한 행정직 5급을 행정실장으로 채용한 사례, 서울시교육청 총무과장(행정직 5급)을 행정실장으로 채용한 사례, 강동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행정직 4급)을 사립학교 법인 사무국장으로 채용한 사례도 있었다. 조사 결과 드러난 총 56명 중 14명은 교육기관에서 퇴직하고 거의 하루만에 사립학교에 채용되었다. 일부는 퇴직일에 바로 임용되기도 하였다.

교육청-사학의 유착비리,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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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만 전관예우가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계의 전관예우도 심각해 보인다. 현재 편입학비리 등 온갖 지능적이고 상습적인 위법, 탈법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영훈학원의 경우, 5명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재직하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등 국공립 교육기관에서 높은 위치에 있었던 인사를 사립학교가 특별 채용하는 것은 예산 확보와 감사 무마용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육청에서 이를 조사할 경우, 온정주의가 작동할 우려가 있어 어려워 보이니 감사원이나 수사당국이 특별 수사를 통해 교육청과 사학과의 유착비리를 한 점 의혹없이 밝혀야 할 것이다.

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퇴직 시 직급만 나와 있는데, 이들이 교육청에서 근무하면서 감사나 예산을 다루는 부서에서 일을 했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또 이들이 사립학교에 채용된 이후 감사가 진행되었는지, 진행되었다면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그리고 예산 지원이 얼마나 되었는지에 대한 세심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예산이 특정사학에 편중되어 공사립학교간 양극화와 형평성 차원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같은 사학들 사이에서도 문제다. 교육청과의 유착관계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감사를 무마하는 등 지능적이고 상습적인 편법과 반칙을 일삼는 부패사학이 정도와 원칙을 지키며 건실하게 운영하는 사학을, 로비도 못하는 무능한 바보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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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입니다. 유사한 내용을 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교육청과 사학의 유착, #교육계 전관예우, #김형태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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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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