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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물대기가 그해 농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로 여겨진다.
 논물대기가 그해 농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로 여겨진다.
ⓒ 정연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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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1일·금)은 일 년 중 곡식의 씨뿌리기에 가장 알맞다는 절기, 하지(夏至)다. 하지는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들며 대개 양력으로는 6월 22일 무렵이다. 천문학적으로는 일년 중 태양의 적위가 가장 커지는 시기다.

이 무렵 태양은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데, 그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 한다. 북반구에서는 이날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아진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남반구에서는 하지에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다.

따라서 정오의 태양 높이가 가장 높기 때문에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 된다. 일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북반구의 지표면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는다. 그리고 이 열이 쌓여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상승해 몹시 더워진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하지인 오늘 서울(동경 126도 58분 1초, 북위 37도 32분 59초)의 해뜨는 시각은 오전 5시 11분 5초, 해지는 시각은 오후 7시 56분 33초로 낮 길이는 무려 14시간 45분 28초에 이른다.

하지엔 농부들이 발 벗고 살아야 할 만큼 바빠진다

음력 5월 중에 드는 하지는 대개 모심기가 끝나는 무렵이다. 따라서 하지 이후에는 논이 마르지 않게 물을 대주어야 모가 잘 자란다. 그래서 나온 속담으로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산다"가 있다. 이때가 되면 농부들은 발을 벗고 살아야 할 만큼 바빠진다는 뜻이다.

가뭄이라도 들면 더욱 논에서 벗어날 틈이 없다. 농부가 물꼬에 발을 담그고 산다는 말에는 논물대기가 그 해 농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물이 넉넉해야 벼농사가 잘 되기 때문. 이외에 "논농사는 물농사", "논에는 물이 장수"라는 속담도 있다.

특히 논물 욕심에는 사돈도 친구도 없었으며 봇물싸움도 다반사로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자기 논이 말랐을 때 허락도 없이 윗논의 물을 슬쩍 대는 물도둑질은 세상이 다 아는 도둑질이고 그다지 큰 죄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만큼 벼농사에서 논물이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맛은 '하지감자'가 으뜸... '기우제' 지내기도

강원도 평창군 일대에서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캐어 밥에다 하나라도 넣어 먹어야 감자가 잘 열린다고 믿었다. 때문에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하지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는 말도 있다. 이날은 '감자천신한다'고 해서 감자를 캐어다가 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통상 감자는 하지 무렵에 캐야 가장 맛있다고 전한다. 특히 전라도 지역에서는 하지(음력 5월경) 때 캐어 먹는 감자라 해서 '하지감자'라고 했으며 보통 때 감자를 '고구마'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편 농촌에서는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풍속도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하지, #논농사,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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