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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는 쉬운 글로 재미있게 써진 새 이야기입니다.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는 쉬운 글로 재미있게 써진 새 이야기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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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글은 쉽고 재미있는 글입니다. 특정분야의 전문서적이 아니라면 어렵고 딱딱할 이유가 없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새 할아버지, 팔십 평생 동안 새를 찾아다니며 연구한 노학자, 경성대학교 조류관장을 맡고 있는 우용태님의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추수밭)는 쉬운 글로 재미있게 쓴 새 이야기입니다.

까마귀, 까치, 비둘기, 갈매기, 기러기, 매, 독수리, 파랑새, 꾀꼬리, 두루미, 황새… 귀에 아주 익숙한 새들 이름입니다. 까마귀를 보면 재수가 없고,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오고, 원앙은 부부금실이 좋고 등, 새에 얽힌 이야기들도 많이 압니다.

하지만 정작 새에 대해 아는 건 이름이나 속설 따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알고 있는 속설도 엉터리인 경우가 한둘 아닙니다. 어떤 특성이 있고, 번식은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막연하게 대충만 알고 있을 뿐 제대로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새 할아버지 학자가 들려주는 새 이야기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지은이 우용태┃펴낸곳 추수밭┃2013.6.10┃값 1만 4000원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지은이 우용태┃펴낸곳 추수밭┃2013.6.10┃값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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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는 새들의 학술적 분류와 분포, 생태, 특징, 속담이나 설화의 배경이 된 이유 등을 아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관찰하며 연구한 학술적 결과를 새를 전공하지 않은 말재주꾼이 새에 대해 이야기를 하듯이 쉽고 재미있게 썼씁니다. 일부 학자들이 그릇되게 설명해 잘못 알려진 속설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지적하며 정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까마귀는 전 세계에 115종이나 되며 우리나라에서는 11종이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까마귀가 죽음을 불러오는 불길한 새로 알려진 이유는 까마귀가 죽은 시체를 먹이로 하기 때문이며, 까마귀의 속살은 정말 희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까마귀는 흉조이지만 까마귀는 효오(孝烏), 효조(孝鳥), 반포조(反哺鳥)라는 별명, '효도하는 새'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은혜를 아는 새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까마귀는 다섯까지는 셀 수 있고 도구를 사용하고 만드는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여느 새들과는 달리 둥지 밖 새끼까지도 돌보는 사랑을 갖고 있는 새라고 합니다. 그러니 건망증이 심한 사람을 '까마귀 총기'라고 빗대어 말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때, 까마귀 보기가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까마귀 품귀(?) 현상을 가져오게 한 속설은 널리 알려진 <동의보감> 내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의 이런 내용이 '까마귀가 남자들 정력'에 좋다는 속설로 전해지면서 까마귀가 씨가 마를 정도로 포획된 것입니다.

옛날 떠도는 낭설에 '세상에는 세 가지의 삼蔘이 있다'고 했다. 산에는 산삼山蔘이 있고 바다에는 해삼海蔘이 있으며 하늘을 나는 비삼飛蔘이 있다 했는데, 비삼이란 곧 '갈가마귀'를 말한다. -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33쪽

학이 한쪽 다리를 들고 있는 진짜 이유는?

전봇대에 지은 까치집이 정전 원인이 되어 엄청난 손해를 가져왔다는 뉴스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산 속에 있어야 할 까치가 전봇대에 집을 짓는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설명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노학자는 냉철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은 오랜 관찰과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까치가 전봇대에 둥지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십여 년 전 생태학자로 유명한 모 교수가 TV에 출연해 말하기를, "까치가 전봇대에 둥지를 만드는 것은 둥지를 만들 수목을 사람이 너무 벌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교수의 엉터리 해설에 필자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참으로 괴이하고 어이없는 해설이었다. 마치 "황새가 왜 한 발을 들고 외다리로 서 있는가"라는 물음에, "두 발을 모두 들면 자빠지기 때문"이라는 해설과 꼭 같다고 하겠다. -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51쪽

이 책에서 해설자 시바타 토시타카 씨는 학이 한쪽 다리로 서있는 이유를 "한쪽 다리를 들어서 배의 깃털 속에 발을 묻어 가림으로써, 피부의 노출 부위를 줄여 겨울철에 체온 발산(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다면 더운 여름철에 한쪽 다리를 들고 서 있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260쪽

“까치가 전봇대에 둥지를 만드는 것은 둥지를 만들 수목을 사람이 너무 벌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저자 우용태는 아연실색했다고 합니다.
 “까치가 전봇대에 둥지를 만드는 것은 둥지를 만들 수목을 사람이 너무 벌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저자 우용태는 아연실색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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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까치가 전봇대에 집을 짓는 이유를 도시 환경에 익숙해지고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 학이 한 쪽 다리를 들고 서 있는 것은 사람이 다리를 꼬듯이 단순히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으로 봤다.

정자새는 카사노바족 원조?

책에서는 까마귀, 까치, 비둘기, 갈매기, 기러기, 원앙이, 가마우지, 매, 독수리, 소쩍새와 두견이, 부엉이, 꾀꼬리, 파랑새, 으악새, 도요새, 두루미, 황새, 뜸부기 외에도 정자새처럼 조금은 생소한 새들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자새의 수컷은 정자와 무대를 만들고 뜰을 꾸민 후 그 앞에서 춤을 추며 암컷을 유혹한다. 그리고 암컷이 오면 정자 안으로 함께 들어가서 교미를 하며, 교미를 마친 암컷이 정자에서 떠난 후 수컷은 다시 암컷을 유인하는 춤을 춘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정자새의 어떤 수컷은 한 번식기에 25마리의 암컷과 교미했다고 한다. -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115쪽

새들 세계에도 카사노바 족이 있나 봅니다. 정자를 짓고 무대를 치장하고 교교한 몸짓으로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 정자새의 행동은 여자를 유혹하려는 난봉꾼들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번식기 한철에 25마리 암컷과 교미를 하는 놈도 있다고 하니 수컷 정자새야말로 카사노바 족의 원조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원앙이 부부금실이 좋다구요?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에서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원앙이 부부금실이 좋다구요?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에서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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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는 4~5시간이면 서울 소식을 부산까지 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새가 물에 빠져죽는 이유는 물론 전설 속의 새, 의상대사가 낙산사 홍련암에서 보았다는 파랑새의 실체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고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새들의 생태계, 듣고는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새들과 관련한 지식을 제대로 추슬러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부화를 앞둔 알들만큼이나 책 속에서 꼬물댑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여러 종류의 새들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인 새 할아버지가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를 통해서 들여다보는 새들 생태계는 신비롭습니다. 수컷이 암컷에 비해 화려한 이유, 암컷이 수컷에 비해 몸집이 큰 이유 등은 종족 번식을 위한 원초적 본능이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기러기들이 이루는 대형은 기체역학 시뮬레이션을 능가하는 새들의 군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은 알려주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제대로 알 수 있는 새들에 관한 지식은 까치소리로 들리고, 새들에 얽힌 이야기들은 구애를 하는 수컷의 몸짓으로 보일 것입니다. 물총새가 모래밭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의 진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지은이 우용태┃펴낸곳 추수밭┃2013.6.10┃값 1만 4000원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 처음으로 읽는 우리 새 이야기

우용태 지음, 추수밭(청림출판)(2013)


태그:#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우용태, #추수밭, #까마귀, #물총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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