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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피해를 입은 논은 이미 재 이앙을 한 상태로 본 사진은 그 아래논이며, 이도 말라 가고 있다. 물에는 기름기가 둥둥 떠 있다.
▲ 폐수방류로 고사한 벼. 가장 피해를 입은 논은 이미 재 이앙을 한 상태로 본 사진은 그 아래논이며, 이도 말라 가고 있다. 물에는 기름기가 둥둥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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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전의산업단지 내 폐수종말처리장에서 정상 처리되지 않은 폐수가 무단 방류돼 산업단지 일대에 재배하던 벼가 고사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관계기관인 세종시청에서 초기대응을 적절히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시설구조상 재발 가능성이 크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부터 전의1·2산업단지에서 북암천으로 흘러든 폐수로 인해 북암천 물을 농사에 사용한 인근 4만7000㎡ 논의 어린 벼가 물을 댄 다음 날인 7일부터 고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돼 금강유역환경청과 세종시가 긴급 원인조사와 피해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과정에 세종시는 민원을 통해 해당사실을 7일부터 알았으면서도 폐수종말처리장의 전속 관리감독기관인 금강유역청에는 전혀 통지를 하지 않다가 14일(금) 한 언론사로부터 제보를 받은 금강유역청의 전화를 받고서야 사건설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과거 몇 차례의 물고기 떼죽음 사례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고 숨긴 것으로 알려져 사건은폐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피해 주민 A씨는 "현재 물은 그래도 많이 낳아진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간장보다도 더 진한 물이 흘렀다"며 "이제는 물고기가 죽을 일이 없어. 이미 다 죽었거든" 하며 한숨을 지었다. 주민 B씨는 "전엔 오리들도 많이 날아왔었는데 물고기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물이 더러워서인지 전혀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산단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폐수종말 처리장은 정상운영되고 있고, 단지 내에 설치된 저류조(용량 7000m3)를 가동함에 따라 하천으로는 폐수가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수조 확인 결과 완전 차단된 것이 아니고 시커먼 물이 일부 하천으로 흘러 나와 하천 물을 시커멓게 만들어 상류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또 이미 저류조도 그 용량인 7000㎥의 반이 채워진 상태라 조속히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 것으로 환경청 관계자는 밝혔다.

저류조의 수문을 막아 하천으로의 유입을 차단했지만 아직 일부가 유입 되고 있어 하천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 저류조 수문 저류조의 수문을 막아 하천으로의 유입을 차단했지만 아직 일부가 유입 되고 있어 하천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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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폐수가 방류되는 곳 직전의 물은 이렇게 하천바닥이 다 들여다 보이지만 폐수가 합쳐지자 마자 새까맣게 변한다.
▲ 산단폐수가 유입되기 전 상류의 물 산단폐수가 방류되는 곳 직전의 물은 이렇게 하천바닥이 다 들여다 보이지만 폐수가 합쳐지자 마자 새까맣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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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폐수처리장에서 최종처리된 물은 이곳 저류조로 유입되며 일정량이 되면 하천으로 흘러가게 돼 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지저분하게 보이며 가까이 가면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
▲ 저류조 산단폐수처리장에서 최종처리된 물은 이곳 저류조로 유입되며 일정량이 되면 하천으로 흘러가게 돼 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지저분하게 보이며 가까이 가면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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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세종시에서 문제 발생 즉시에만 통지를 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고, 조속한 결과와 함께 보다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세종시의 대처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이 대외적으로 다 밝혀진 현 상황에서도 재발에 대한 가능성이 크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산단에는 43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이 중 폐수를 방류하는 업체는 10개 업체다. 이들 업체 가운데는 불산 등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업체도 있어, 별도로 처리해야 하는 이런 물질을 폐수처리장으로 몰래 배출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폐수처리장 관계자는 "현 시설구조 상 거품물질이나 독성물질은 처리가 불가할 뿐더러, 업체에서 독성물질을 폐수와 함께 배출하면 아무 여과장치나 감지장치도 없이 폐수처리장으로 유입돼 폭기조(미생물 이용 정화단계)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다 죽이게 되고 이렇게 되면 폐수정화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생물을 이용해 폐수를 정화하는 폭기조다. 유해화학물질이 유입되면 미생물을 죽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폭기조는 제 역할을 못한다.
▲ 폭기조 미생물을 이용해 폐수를 정화하는 폭기조다. 유해화학물질이 유입되면 미생물을 죽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폭기조는 제 역할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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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하지만 처리장 관리업체 차원에서는 독소물질 유입에 대한 체크가 불가하고, 다른 방법으로 독소물질 유입을 감지했다 하더라도 업체에 진입이 차단돼 이를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30~40%를 제외한 대부분의 미생물이 죽어 평상시의 9배인 135톤의 미생물을 투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폐수발생업체 개별 방류구별로 유해물질센서를 부착하는 등의 유해물질 차단설치를 하지 않고는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세종시 측은 예산을 거론하며 이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회피했다.

전의면 신정리, 관정리 일원 134만㎡ 규모로 조성된 전의 1·2지방산업단지는 유리제품 및 자동차 등 제조업체 등이 입주해 있다. 16년 전에 설계돼 2001년부터 가동된 폐수종말 처리장은 1일 1000톤 가량의 폐수를 처리하고 있으며 향후 처리용량을 높이기 위한 증설공사가 예정돼 있지만 증설공사는 이번 문제 해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폐수방류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번 피해를 입은 농가에 대한 피해보상을 협상하기 위한 자리가 19일 오후 2시에 예정돼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꼴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종시, #전의산업단지,, #전의산단폐수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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