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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세관 탐지견 'Bounce'
ⓒ 박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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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이 조용필의 노래 <바운스>(Bounce)를 패러디한 영상물을 만들어 소리 소문 없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영상물의 제목은 <인천공항세관 탐지견 'Bounce'>. 여기엔 '인천공항세관 조용필 - Bounce 패러디'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이 영상은 3분 11초짜리로 지난 5월 22일 유투브 조용필 공식 페이지에 처음 올라온 이후 5일 현재 5000명이 넘게 봤다. 댓글을 보면, "보고또보고~~귀엽네요♥"(anh*******) "깨알연기 굳굳ㅋ"(jen********) "완전 공감가는 패러디"(suj* ***) 등이 달려 있다(☞ <인천공항세관 탐지견 'Bounce'>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올 봄 영화 <레 미제라블>을 패러디한 공군의 홍보영상 <레 밀리터리블>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 주목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던 것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과가 대국민 홍보에 대한 의지를 담아 만든 패러디 영상물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주목할 만하다.

패러디 영상 <인천공항세관 탐지견 'Bounce'>에서 탐지견들이 활동하는 장면.
 패러디 영상 <인천공항세관 탐지견 'Bounce'>에서 탐지견들이 활동하는 장면.
ⓒ 박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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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보면, 조용필의 노래 <바운스>를 배경음악으로 인천공항에서 펼쳐지는 마약 탐지견 '바운스'의 수색 탐지 적발 작업이 패러디 영상에 담겼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마약청정국'이란 위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영상을 보면 이제 더 이상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딱딱하고 엄격할 것 같은 세관원(특히 '마약 단속반'이라고 하면 더 무서울 것 같은데)에 대한 인식이 달리 보였다. 더구나 이 영상물의 기획·제작을 전문가의 도움 없이 세관원들 스스로 했다는 사실을 안 순간, 패러디 영상물이 더 재미있게 보였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2013년의 초여름인 지난 4일 저녁, 눈과 마음을 바운스~ 바운스~ 하게 한 영상을 제작한 인천공항세관 감시과 직원인 박상철씨와 짧게 전화 인터뷰를 나눠봤다.

"제작 기간 이틀, 비용은 0원... 조용필 공연 전에 상영된다"

우선, 왜 조용필의 노래 <바운스>를 가지고 패러디 영상물을 만들게 됐는지 그 동기가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최근 마약 적발이 부쩍 늘었다. 보통 '한국' 하면 마약 청정국이었다. 그런데 2~3년 사이에 정말 많이 늘었다. 국민들도 이제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걸 홍보도 하고, 또한 세관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알릴까 하다가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가 조용필씨의 노래 <바운스>를 가지고 어떻게 해보면 안 될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그 의견을 모아 패러디 영상물을 만들게 됐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는 세관원의 딱딱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자신이 만든 영상물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한 반가움이 잔뜩 뭍어났다. 질문을 이어갔다.

패러디 영상 <인천공항세관 탐지견 'Bounce'>에서 마약밀수꾼이 입국을 앞두고 심장이 바운스 하는 장면.
 패러디 영상 <인천공항세관 탐지견 'Bounce'>에서 마약밀수꾼이 입국을 앞두고 심장이 바운스 하는 장면.
ⓒ 박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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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디 영상을 만드는데 참여한 이들은 누구인가.
"제작, 그러니까 촬영 및 편집은 제가 했다. 그리고 탐지견과 핸들러, 인천공항세관 직원(마약 조사과)분들이 영상에 출연했다. 모두 함께 공을 들여 만든 제작물이다."

- 탐지견을 등장시켰는데?
"(세관) 직원이 직접 (영상물의 주인공으로) 나가는 것보다 개(탐지견)가 나가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이 개를 싫어하지 않지 않나. 마약 탐지견이 세관의 이미지마저 부드럽게 바뀌게 했다. 그리고 마약단속에 있어 실제로 탐지견이 많은 활동을 한다. 그래서 주인공으로 결정했다."

-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이틀 걸렸다. 아이디어 내고, 촬영과 편집까지. 우리 팀의 모토가 '아이디어를 반짝 내서 오래가지 말고, 바로 밀어붙여 바로 결과를 내자'다. 짧게 말해 '빛처럼 광처럼 알리자'라고 할까.(웃음)"

- 혹시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많다. 그 중 하나만 소개하면, 촬영 대상(주인공)이 개다. 원하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말을 안 듣는다. 사람이라면 어떻게 연기해 달라고 하면 말을 잘 듣는데, 개가 연기를 하다보니 원하는 자세나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또 촬영을 (공항) 입국장에서 하다 보니, 여행객들이 탐지견에게 많이 다가왔다. 결국 (영상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아실텐데, 여행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찍겠다고 양해를 구하고서 담은 장면들이다. 의도적 연출이 아닌 자연스럽게 찍은 장면이라서 더 좋았던 장면들이다."

그렇다면, 이 영상물을 제작하는데 얼마의 비용이 들었을까? 유명 가수의 저작권료도 궁금하기도 했다.

영상을 제작한 박상철 감시과 직원은 "비용? 없다"며 "돈 한 푼 안 든 순수 자체 제작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저작권료도 (조용필씨의) 소속사 측에 연락이 돼 (무료 사용) 허가를 받았다"며 "우리가 제작한 패러디 영상물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용필씨의 콘서트 현장에서도 상영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지난 한 해 탐지견이 적발한 마약 시가 1억 원 넘어

인천공항세관 마약탐지견
 인천공항세관 마약탐지견
ⓒ 박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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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스 패러디 영상의 주인공인 마약 탐지견 '바운스'의 실제 이름은 '투터'. 나이는 7살이라고 한다. 그리고 루터를 포함한 마약 탐지견들이 지난해(2012년) 인천공항에서 적발한 건수만도 총 21건이며, 그 양은 약 3.5kg이라고 한다. 시가로 따지면 약 1억여 원.

박상철 감시과 직원은 "마약 탐지견이 적발한 건수에 비해 마약의 중량이 적은 것은 사람이 직접 인체(몸)에 소량을 지니고 들어오는 것과 소량을 담은 우편물로 들어오는 마약을 찾아내 잡기 때문"이라며 "작년 마약 총 적발량이 31kg이었으므로 (마약탐지견 적발율은) 약 10%가 넘는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해마다 갈수록 연간 마약 적발량은 늘고 있으며 올해는 그 적발량이 더 많다"면서 "우리나라는 이제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고 마약 노출 위험이 연예인들을 넘어 일반인들에게로 확대 됐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마약 관련 홍보 영상을 제작하게 된 것도 '(영상 분량이) 짧지만 효과 있게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것과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자'는 효과를 노렸다"며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국민 여러분께 전하는 홍보 및 단속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패러디 영상 <인천공항세관 탐지견 'Bounce'>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사람들이 마약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탐지견을 보고 애정을 표현하고 있는 장면. 이 장면은 연출된 장면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촬영했다.
 패러디 영상 <인천공항세관 탐지견 'Bounce'>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사람들이 마약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탐지견을 보고 애정을 표현하고 있는 장면. 이 장면은 연출된 장면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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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은 우리나라 마약 국경의 최전방이다. 우리나라 연간 마약 적발의 80% 이상이 인천공항세관에서 이뤄진 것이다. 킬로그램 단위의 마약 밀수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약 단속에 있어 마약 탐지견이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람보다 수백 배 발달한 후각과 센스로 우리가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마약을 적발발해 국가안전지키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비록 세관 직원인 아마추어가 제작한 영상이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주시기 바라고, 세관 마약조사반 직원과 마약 탐지견을 무섭게 생각하지 마시고 좋게 봐주시기 바란다."

그가 전한 마지막 메시지를 들으며 다시 영상물을 봤다. 마약 탐지견은 마약 밀수자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바운스를 사정 없이 울려줄 것이며, 일반인에게 마약의 위험에서 지켜주는 친근한 바운스를 전해줄 것이다. 언젠가 인천공항에 간다면, 인천공항세관 바운스인 '루터'를 만나면 머리라도 쓰다듬어 줘야겠다.


태그:#마약 탐지견, #인천공항세관, #마약 감시과, #박상철, #바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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