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피카소의 '게르니카'
 피카소의 '게르니카'
ⓒ 홍은

관련사진보기


5.18 광주를 생각하면, 지난해 스페인 북쪽 여행 중에 들렀던 게르니카가 떠오른다.

2012년 이맘 때쯤 스페인 북쪽, 바스크 지방으로 잠시 여행을 떠났었다. 바스크 지방은 스페인 분리 독립 운동이 강한 지역으로, 사용하는 언어부터 지역의 분위기까지 필자가 머물고 있는 스페인 남쪽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지역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게르니카를 방문할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빌바오에서 버스를 타고 근처 바닷가 마을을 향해 가던 중 버스가 잠시 멈춰선 한 도시의 왠지 모를 낯익은 정서에 끌려 운전사 아저씨께 어디냐고 물었더니 그곳이 바로 '게르니카'라고 대답해 주셨고, 결국 본래 들리기로 했던 마을은 발도장만 찍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그 도시를 방문하게 되었다.

굳이 발길을 돌려 게르니카를 찾게 만들었던 그 낯익음의 이유, 그건 바로 이 도시의 역사가 광주와 참 많이 닮았기 때문이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그림으로도 유명한 이 도시는 스페인 내전 당시였던 1937년 4월 26일 오후, 프랑코 군과 손잡은 독일군의 공군기에 의한 무차별 폭격이라는 아픔의 역사를 가진 도시로 바스크 지방의 역사적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버스에서 내려 도시로 들어서며 대학시절 어느 해인가, 5월 18일 광주로 들어서던 버스 안에서 도시를 바라보며 느꼈던 그 기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건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의 시간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에 왠지 가볍지 않은 자세로 그 도시를 대하게 되는 그런 느낌을 것이다.

역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게르니카 평화박물관'

게르니카 평화박물관 외부 모습.
 게르니카 평화박물관 외부 모습.
ⓒ 홍은

관련사진보기


도시의 중심에는 '게르니카 평화박물관'이 있다. 2006년 문을 연 이 박물관은 게르니카의 역사적 기록뿐 아니라 게르니카가 주는 오늘날의 상징성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이 박물관에는 작은 방이 마련되어 있는데 어두운 방 안에 가만히 자리를 잡고 있으면 한 가정의 하루가 시작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족들이 대화하고, 시장에 다녀오고, 오늘 하루가 어떨지 이야기도 나누고, 내전 중이라 약간의 긴장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의 대화가 이어지던 중 교회의 종탑소리가 크게 울리고, 이 신호와 함께 폭격 소리가 시작된다. 그렇게 순식간에 벌어진 게르니카의 참상을 생생하게 그 방안에서 경험 할 수 있고, 불이 켜지면 이미 재만 남은 도시의 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작게 이어지는 독백 속에서 도시의 1/3에 해당하는 시민들, 특히 여성, 노약자, 아이들이 이유없이 사망하거나 다치고 가옥 80%가 잿더미가 되었으며, 오랫동안 그 참혹한 실상이 프랑코 독재시대와 함께 은폐됐던 게르니카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끼게 해 주었다.

게르니카 평화박물관 내부 모습.
 게르니카 평화박물관 내부 모습.
ⓒ 홍은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과거 게르니카 역사를 온전히 체험하게 하는 것과 함께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평화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다음 세대를 이어갈 아이들에게 평화를 교육시키는 것이 다시 폭력과 전쟁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르니카 평화박물관은 단순히 역사 기록 박물관이 아닌 역사가 현재에 살아 움직이며, 이 에너지를 통해 새로운 미래의 긍정적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공간이었다.

광주와 게르니카

게르니카 도시 곳곳에는  게르니카 평화박물관 국제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진 세계 아이들의 평화 벽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한국 참가작도 발견할 수 있었다.
 게르니카 도시 곳곳에는 게르니카 평화박물관 국제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진 세계 아이들의 평화 벽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한국 참가작도 발견할 수 있었다.
ⓒ 홍은

관련사진보기


게르니카 폭격이 있은 후, 43년이 지난 1980년, 지구의 다른 한 켠, 한국의 광주에서 게르니카를 기억하게 하는 또 다른 역사가 반복되었고, 두 도시는 여전히 그 역사 위에서 2013년을 살아가고 있다.

역사는 도시에 남는다. 시간이 지나고, 도시의 건물이 변하고 그 시대의 사람들이 더 이상 도시 안에 존재하지 않아도, 도시가 기억하는 역사는 살아 움직인다.

전쟁과 폭력의 상징을 넘어 이제는 평화의 상징으로 도시의 미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게르니카를 바라보며, 5.18 광주가 그 아픔의 역사를 딛고 어떤 아이콘으로 새롭게 미래를 이야기할지 궁금해졌다.

게르니카 평화박물관 영상에서 본 문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다.

"평화의 길을 여행하는 것은, 매일매일, 한 걸음씩, 그리고 같이!"


태그:#게르니카, #5.18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흙, 예술치료, 스페인 문화&언어, 글쓰기로 삶의 형태를 만들어갑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