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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실태와 수사과제 긴급 토론회'에 (왼쪽부터)이석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박주민 변호사, 진성준 민주당 의원, 최기훈 뉴스타파 기자 등이 참석하고 있다.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실태와 수사과제 긴급 토론회'에 (왼쪽부터)이석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박주민 변호사, 진성준 민주당 의원, 최기훈 뉴스타파 기자 등이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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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윤리 헌장 1호는 '우리는 언제나 정의와 진리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한다'입니다. 국정원 선후배들에게 부탁합니다. 대한민국 국정원이 지향해야할 정체성이 무엇인지 성찰해 주십시오. 민족을 사랑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공복으로 분발해 주십시오."

2003년부터 6년간 국가정보원의 법제관으로 근무한 이석범 변호사의 호소였다. 이 변호사는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실태와 수사과제 긴급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가 최고의 정보기간인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누리집에 댓글을 달아 지난 18대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가운데 함께 몸 담았던 동료로서 남긴 고언이었다.

"경찰 수사 발표,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것과 같았다"

검찰이 경찰의 윗선개입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소환하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밝혀지길 기대했다.

유인태 특위 위원장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선거에 개입한 흔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을 때만 해도 민주당이 헛짓한 것 아니냐고 걱정한 사람이 많았다"며 "이제는 민주당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도 새누리당에서는 당시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사과하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제는 진실이 밝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경민 의원은 "경찰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때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것 이후로 기념비적 거짓말을 했다"며 "경찰은 앞으로는 더 이상 수사권 독립을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국정원 헌정파괴 국기문란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유인태)가 주최하고 <뉴스타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주관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소속 10여 명의 의원이 함께 했다. 이슈의 중심인 만큼 시민 50여 명도 함께 참석해 토론회를 경청했다.

"인터넷에 글 남기면 흔적 남는 걸 몰랐을까? 굉장히 구시대적"

토론회는 이석범 변호사 외에도 IT 분야와 형사법 전문가 그리고 현직기자가 참여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IT 전문가인 김인성 한양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국정원 직원이 데이터를 삭제한 후 컴퓨터를 받았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부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김아무개 직원은 아이디를 삭제할 수 있는 48시간의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며 "디지털 증거는 즉시 확보하지 않으면 훼손될 수 있고 다시 밝히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경찰, 검찰, 국정원의 수사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며 "법원의 판사가 임명하는 감정인 제도를 확충하고 국가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을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 개입이 공직선거법 60조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번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개인의 행동이 아닌 조직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 직원 김씨 등 3명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수사결과에 대해 '도둑에게 주거침입죄만 적용한 꼴'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해 온 정환봉 <한겨레> 기자는 "국정원 직원들은 인터넷에 글을 남기면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등 구시대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며 "트위터 삭제하다 구글에 흔적을 남기는 등 굉장히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기자는 "정치개입과 같은 나쁜 습관을 끊어주지 않으면 앞으로 국정원의 역사와 전통이 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와 전문가들이 풀어낸 국정원 사건의 전말은?

토론회는 최기훈 <뉴스타파>기자와 권혜진 데이터저널리즘 연구소장이 트위터 속 국정원 연루자 활동 분석 결과를,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이 '오늘의 유머' 국정원 관련자 활동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최기훈 기자는 트위터 ID를 분석해 유사한 형태의 글을 올린 이들을 데이터 저널리즘 분석을 활용해 국정원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600여개를 분석했다. 최 기자는 "최소 10개 그룹이 트위터 상에서 여론조작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주민 차장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오늘의 유머'에서 사용한 ID 73개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글에 반대하는 행위를 통해 여론조작을 시도했다고 분석했다(관련 기사: 국정원 선거 개입은 '반대' 행위에 숨어있었다).


태그:#국정원 정치 개입,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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