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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재선거를 하루 앞둔 23일 부산 영도구의 한 교차로에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걸려있다.
 국회의원 재선거를 하루 앞둔 23일 부산 영도구의 한 교차로에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걸려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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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재선거를 하루 앞둔 23일 부산 영도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제법 많은 봄비가 내리는 길거리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뜸했다. 하지만 지난 보름여의 선거운동 기간을 달려온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들은 마지막 힘을 짜내듯 한명의 유권자에게라도 붙어 지지를 호소했다. 

이는 여유롭게 앞서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도 마찬가지다. 오전 6시 30분 수영장을 찾는 시민들을 만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한 김 후보는 마지막날 영도 전역을 훑는 차량 투어를 택했다.

김 후보의 유세차에는 지난 선거 운동기간 동안 꾸준히 얼굴을 내밀어온 연예인 유세단도 동승했다. 이날은 방송인 허참씨와 탤런트 현석씨가 함께 차에 올라 시민들에게 김 후보를 향한 지지를 부탁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낯익은 연예인들의 등장에 관심을 보이며 때론 손을 흔들기도 했다. 연예인들도 주민들에게 "어디를 그렇게 다녀오시냐"며 살갑게 다가가 친근감을 표시했다. 

김무성 후보 측은 자신이 영도의 발전을 이끌어 갈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이날 성명에서 "산적한 영도의 현안과 경제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신인보다는 능력과 정치력이 검증된 인물이 더욱 절실하다, 이번 재선거는 그런 인물을 선출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며 "이번 재선거가 끝나면 영도구민과 부산시민들의 뜻을 모아 우리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전력을 다해 영도와 부산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내 불발된 야권 단일화, 이젠 야권끼리의 '표 가져오기 싸움'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가 23일 유세차에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손을 흔들고 있다. 국회의원 재선거의 마지막 선거 운동일을 맞은 23일 각 후보들은 부산 영도 전역을 누비는 마지막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가 23일 유세차에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손을 흔들고 있다. 국회의원 재선거의 마지막 선거 운동일을 맞은 23일 각 후보들은 부산 영도 전역을 누비는 마지막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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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여권 실세 정치인에 맞선 야권의 대응은 정권 견제론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막판인 지금에는 불발에 그친 야권 단일화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비오 민주통합당 후보는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에 대한 섭섭함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 후보는 마지막 일정을 단일화를 위한 릴레이 유세로 잡았다. 후보의 사퇴가 어렵게된 지금 상황에서의 야권 단일화란 한 후보에게 야권의 표를 몰아줘 표로 단일화를 이루자는 호소를 말한다. 물론 김 후보는 그 표가 자신에게 와야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에 합의한 후 물러난 김 후보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민 후보 측이 섭섭하다는 표현을 자주 해왔다. 그래도 선거 전에는 에둘러 "지난 총선에서는 내가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저쪽 (통합진보당)에서 양보할 차례 아니겠나"고 웃으며 말하던 김 후보의 불만은 선거 막판에 터졌다.

김비오 후보는 마지막 호소문을 통해 경쟁 후보들의 양심을 거론했다. 김 후보는 김무성 후보를 "자기가 국회의장, 여당 대표하기 위해 영도에 출마한 것이야 말로 양심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지난해에 통 크게 양보한 김비오와 야권이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이번에는 양보해야 했다"며 민병렬 후보를 공격했다.

부산 영도 재선거에 출마한 김비오 통합진보당 후보가 23일 유세를 벌이고 있다. 국회의원 재선거의 마지막 선거 운동일을 맞은 23일 각 후보들은 영도 전역을 누비는 마지막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부산 영도 재선거에 출마한 김비오 통합진보당 후보가 23일 유세를 벌이고 있다. 국회의원 재선거의 마지막 선거 운동일을 맞은 23일 각 후보들은 영도 전역을 누비는 마지막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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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도 마지막 유세날은 하루 종일 영도 전역을 누비는 코스로 잡았다. 민 후보는 "영도 주민들을 위해 일하지 않고 또다시 영도를 자기 출세를 위해 이용하는 정치세력은 영도에 발디딜 수 없다는 주민들의 자존심을 보여주십시오"란 말로 김무성 후보를 향한 대립각을 세웠다.

동시에 자신을 '야권대표주자'라고 칭하며 민주당의 표를 통한 야권 단일화 주장에 맞섰다. 민 후보는 "영도를 위해 서민들의 편에 서서 일할 검증된 야권대표주자 민병렬에게 영도 주민들의 힘을 모아달라"며 "지난 총선에서 잡아주신 손 다시 한 번 뜨겁게 잡아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하루 뒤로 다가온 선거, 유권자들의 엇갈리는 반응

약속처럼 쉬어버린 목을 축일 물통과 마이크를 각각 손에 쥔 후보들이 떠나간 뒤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동삼동의 한 은행 앞에서 만난 김승수(65)씨는 40년을 영도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는 별 고민없이 "1번(김무성 후보)을 찍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을 도와야 하는데 야권은 분열만 조장하지 않나"는 게 김무성 후보를 택한 김씨의 이유였다.

인근 교차로에서 교통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서병식(76)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다만 서씨는 "몇 해 전까지는 야권에 주로 표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이 바뀐 이유를 "여성 대통령이라면 아무래도 세밀하고 참신한 생각을 많이 할 텐데 그러려면 도와주는 사람들이 힘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대학생 고아무개(22)씨에게 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이미 사전투표로 투표를 마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저는 2번을 찍었다"고 말을 이어갔다. 고씨는 "새누리당의 부정선거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이번에는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말했다.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가 23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의원 재선거의 마지막 선거 운동일을 맞은 23일 각 후보들은 영도 전역을 누비는 마지막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가 23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의원 재선거의 마지막 선거 운동일을 맞은 23일 각 후보들은 영도 전역을 누비는 마지막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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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야권이라도 주부 한미경(33)씨의 표심은 민병렬 후보 쪽이었다. "새누리당에는 원래 표를 주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던 한씨는 "지난 총선에도 민병렬 후보에게 투표를 했고, 이번에도 민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표심을 정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재선거에 큰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재선거라는 단어가 기자의 입에서 떨어지자 한 중년 남성의 입에서는 "선거 그거 말라할라꼬, 해봐도 달라지는 거 하나도 없뜨만" 하는 볼멘 사투리가 튀어나왔고, 한 30대 남성은 "내일 일하는데 투표는 어떻게 합니까, 관심 없어요"라고 손사래부터 쳤다.

기상청은 유세 마지막날까지 비를 뿌렸던 하늘이 선거일인 24일에도 비를 쏟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온마저 평년 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도 재선거의 투표율이 낮을 것이란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투표율 끌어올리기에 나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24 재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한다"며 적극적인 투표 열기를 부탁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각 지역의 투표소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태그:#영도재선거, #김무성, #김비오, #민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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