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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김운기 연출가
 인터뷰 중인 김운기 연출가
ⓒ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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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작품은 집중도가 높은 2인극에 독특한 소재와 중독성 짙은 음악, 각 배우들의 개성을 살린 연출력이 더해져 재관람 관객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2010년 소극장에서 개막해 입소문만으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마니아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2013년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메이저 제작사와 손을 잡고 한층 더 대중적인 모습으로 다시 관객을 찾아왔다. "영국에서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를 공연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하는 김운기 연출가를 지난 12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초연과 재연', 같지만 다른 이란성 쌍둥이

뮤지컬 '마마,돈 크라이'의 한 장면. (왼쪽부터 허규, 고영빈)
 뮤지컬 '마마,돈 크라이'의 한 장면. (왼쪽부터 허규, 고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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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기분 좋죠.(웃음) 사실 최종적인 목표가 하나 있어요. 이 작품이 꼭 영국에서 공연됐으면 해요. 단순히 우리나라 배우가 영국에 가서 공연하는 것보다 더 넓은 차원에서요. 그런 바람을 갖고 출발한 작품이거든요."

-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지.
"개인적으로 뮤지컬은 세계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로 제가 했던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 <사춘기> 등의 작품도 해외 무대에 올랐으면 해요."

-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재연에는 그런 바람들이 구체화된 건지.
"구체화된 부분이 있죠. 하지만 이번 작품은 출발 자체가 '대중'에 맞춰졌어요. 초연했던 작품이니까 그때보다 좀 더 대중적으로 확산시켜보자는 의도였죠. 초연과는 방향이 다른 부분이 있었어요. 결국은 두 작품인 거죠. 같지만 다른 '이란성 쌍둥이'처럼요."

- 프레스콜 당시 "다른 두 작품의 버전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하셨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재연을 해도 이런 형태로 수정을 거치는 공연은 많지 않잖아요.
"극은 더 진보하고, 새로운 작품으로 분화될 수 있어요. 이번 공연은 소극장과 중극장을 넘어서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는 좋은 계기를 확보했다고 생각해요. 초연은 '트라이아웃' 개념이어서 크게 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메이저 제작사가 붙게 돼서 규모가 커지게 된 거죠.

뮤지컬 <레 미제라블>도 처음에는 큰 작품이 아니었어요. 원래 프랑스의 작은 극장에서 공연됐던 작품인데 '카메론 매킨토시'라는 제작자가 보고 키운 거죠. 작품을 만들어 가는 패턴에는 여러 유형이 있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패턴이 가장 저에게 잘 맞고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만든 작품을 메이저 제작사가 보고 접촉해서 스케일을 넓히게 되는 거죠. 이런 과정으로 해나가고 싶어요. 우리 나름대로의 개성을 작품에 투영하려면 이런 형태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 현재로서는 지극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 초연 버전으로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를 공연하실 생각이 있나요?
"있어요. 프로듀서 쪽과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아마 관심 갖지 않을까요?(웃음)"

능력만큼 욕심도 큰 실력파 배우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한 장면. (왼쪽부터 장현덕, 송용진)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한 장면. (왼쪽부터 장현덕, 송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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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초연 당시 모노극 형태였다가 재연 무대에 오르며 2인극 형태가 됐어요. 출연하게 된 배우들도 잘 알려진 배우들이고요.
"능력 있는 배우들이에요. 능력만큼 욕심도 커요.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려고 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어요. 이 작품의 재공연이 좋았다면 좋은 배우들이 참여해서가 아닐까 해요. 처음에 배우들이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선입견을 없애려고 '해부학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 어떤 점에서 보여준 건지.
"실제 해부학 실습에 사용되는 영상이에요. 한 배우는 못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배우에게는 제가 강요했어요. 다 보라고.(웃음) 배우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바꾸면서 작업에 임하는 게 필요하거든요. 뮤지컬은 타성에 젖기에 좋은 요소가 많아요. 배우들이 정서적으로 무장했으면 했고, 체질 변화를 시키고 싶어서 보여줬죠."

- 이번 공연은 '프로페서V' 역에 3명의 배우가, '뱀파이어 백작' 역에 2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릅니다. 각 배우마다 개성을 살린 캐릭터 설정이나 디테일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캐스팅마다 전혀 다른 공연을 본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의도한 건가요?
"저는 배우들에게 '물리적인 국한성'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음악이나 조명은 약속된 룰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 자유롭게 했어요. 출연하는 배우가 다르잖아요. 예를 들어, '프로페서V' 역에 송용진 배우는 경력이 많기 때문에 배우가 정서적인 드라마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잘 훈련된 친구예요. 반면 허규는 록커고요. 그런 차이를 무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또, 이런 부분들은 트리플, 더블 캐스팅의 굉장한 장점이거든요. 초연에서 이런 시도를 한다는 건 조심스럽지만 이번 공연은 재공연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배우들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는 정서적 자율성을 가지는 게 맞지 않을까요?"

-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에 출연 중인 다섯 명의 배우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송용진 배우는 카리스마가 있어요. 배우에게 카리스마가 있다는 건 축복이에요. 함께 있어도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리고 그 자리에 별말 없이 앉아 있는 데도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 있고요. 카리스마는 어떤 사람이 존재하는데 굉장히 강하게 존재하는 거죠. 그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삶의 집중력, 열정이 뛰어나서라고 믿어요. 배우는 여러 관객의 시선을 뺏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송용진 배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허규는 록커죠. 이건 정말 유전적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이 친구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가 록이라는 장르를 표방하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초연과 재연 모두요. 그래서 이 작품에 잘 맞는 배우인 것 같아요.

임병근이라는 배우는 정말 '배우' 같아요. 그렇게 고루고루 잘 갖춘 친구를 처음 봤어요. 무엇이든 다 갖고 있어요. 아마도 자신이 노력해서 몸에 체화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프로페서V'가 갖고 있는 '인생의 진지함'과 잘 어울렸고요.

고영빈 배우 같은 경우는 그런 체형 자체가 한국인에게 흔치 않거든요. 배우는 자신의 신체적인 특징 안에서 진화하고 발전할 수밖에 없어요. 이 친구는 비주얼의 미학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죠. 자기가 갖고 있는 걸 본인 스스로 잘 개발했어요. 아름다운 드라큘라를 만드는데 좋은 발판을 만들어 줬고요.

장현덕 배우는 한마디로 말하면 타고난 '스타'인 것 같아요. 이런 친구들은 어디서든 자주 나오는 배우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 친구가 이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건 축복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갖고 있는 조건도 좋고, 무엇보다 그 이상으로 노력해요. 프로페셔널에서 느낄 수 있는 노력 이상의 '감성적인 것'도 포함돼 있고요. '백조'는 역시 '백조'인 것 같아요. 물론 '노력의 땀'이 전제하는 백조겠지만요."

"한국 창작뮤지컬 발전 루트, 다양해졌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한 장면. (장현덕)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한 장면. (장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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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 제작사에서 먼저 러브콜을 먼저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요즘 관객은 뮤지컬을 굉장히 즐겁고 진지하게 보잖아요. 러브콜을 받고 나서 제작사도 이제 이런 방식의 작품에 눈을 돌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작품만 아니라 여러 작품들이 '트라이아웃'을 통해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가 함께 한다는 것에 프라이드를 느꼈죠."

- 이런 형태가 한국뮤지컬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한국 창작뮤지컬의 발전 루트가 다양해진 것은 '진정한 발전'의 증거라고 생각해요. 뮤지컬이 해외에서 만들어진 장르잖아요. 그래서 해외에서 들여오는 작품은 당연히 있는 거고요. 이전까지는 뮤지컬을 생산하는 과정이 조금 편중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선진국처럼 방법도 다양해지고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어요. 메이저 제작사와 함께 작업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작품의 질을 확보할 수도 있고요. 그동안은 그런 경쟁 과정이 약했죠. 이제 드디어 시작되는 중인 것 같아요."

- 해외 진출 문제도 창작뮤지컬 발전 루트에 포함되는 것이겠네요.
"그럼요. 그게 바로 최종 목표 아닐까요? 요즘 '한류'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드라마는 오래가지 못해요. 하지만 공연은 투어 공연을 돌면 약 10년 정도 하잖아요. 부가 산업도 많고요. 그런 면에서 공연이 한류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해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Ver.2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한 장면. (왼쪽부터 고영빈, 임병근)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한 장면. (왼쪽부터 고영빈, 임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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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재공연을 하면서 염두에 뒀던 부분은?
"초연보다 훨씬 대중적이어야 했어요. 그래서 극장은 물론 프로듀서, 배우들도 중량감 있는 사람들이 함께했고요. 사실 공연의 질이 높다고 해서 대중의 반응이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물론 공연의 질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만을 위한 퀄리티'가 아니라 '대중을 향한 퀄리티'를 만들려고 노력했죠."

- 공연장이 돌출 무대가 있는 충무아트홀 블랙입니다. 동선이나 무대 구성에서 어떤 점을 신경썼는지.
"무대를 사용하는 것에는 아쉬움이 남아요. 하지만 극장을 탓할 순 없어요. 공연은 유체이기 때문에 극장에 맞춰야 하거든요. 재연 무대가 2인극으로 바뀌면서 '프로페서V'와 '뱀파이어 백작' 사이에 관계가 생겼어요. 점점 드라마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드라마를 콘서트 설정과 맞추려고 하니까 걸리는 부분이 있었어요. 고민 끝에 재연 버전은 드라마적 성격으로, 초연 버전은 콘서트적 성격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초연 버전을 공연하고, 다른 극장에서 재연 버전을 공연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번 공연이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최종 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의 사석은 '잃어버린 사석'이 아니라 더 '큰 좌석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지 않을까요."

- 무대에 상징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뱀파이어'의 본성을 드러내게 하는 '달'이나, '피'를 떠오르게 하는 '상자' 같은 것들이요. 조명이나 오브제에서 가장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은 심리극이에요. 실제로 뱀파이어는 없죠.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뱀파이어에 관심을 갖는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정서적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실재하지는 않지만 정서적으로는 존재할 수 있어요. 내가 어떤 심리적인 세계로 들어가면 공간이 바뀌어 보일 때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술을 많이 먹으면 세상이 어지럽고 몽환적으로 보이는 것처럼요. 그건 약간의 환각 상태에 이르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거든요. 그러한 정서적 세계를 이번 무대에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 무대는 어떤 콘셉트인가요?
"'프로페서V'가 '받아들이게끔' 하고 싶었어요. 인간은 너무 나약한 존재라 자신의 한계 이상의 상황을 마주하면 받아들여야 해요. 인간은 신과 달라서 이상의 것은 극복할 수 없거든요. 그런 메시지를 무대에서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진지하면서 컬트적이고, 서사적이면서 음악적이에요. 장르적인 부분에서 고민했던 부분이 있는지.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환경 연극을 주창하신 은사님이 계셨어요. 그분은 장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현대적이지 않다고 하셨어요. 이제는 '장르의 세계'가 아니라 '소재의 세계'예요. 패러다임이 바뀐 거죠. 보통 서양 음악 하면 '헨델' '바하'를 생각하잖아요. 지금 서양 음악을 보면 정말 깜짝 놀라요. 록도 아니고 재즈도 아니거든요.

현재의 사회는 생각 자체가 바뀌었고, 사람들의 감성 세계도 완전히 바뀌었어요. 이제는 조금 더 다른 차원의 정서가 필요해요. 일반적인 정서가 아닌 인간의 새로운 감각이요. 관객들은 이제 장르에 국한돼 있지 않아요. 관객을 읽는 것이 창작하는 사람들의 좌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싸이와 <레 밀리터리블>의 성공은 기존의 장르적 개념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테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뮤지컬, #마마돈크라이, #김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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