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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골집에는 봄햇살에 생명들이 깨어나고 있어요.
▲ 시골집의 풍경 지금 시골집에는 봄햇살에 생명들이 깨어나고 있어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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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대지를 깨우는 시골집에도 봄이 성큼 다가왔어요. 군자매화가 햇볕에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네요. 시골 아줌마는 아침저녁으로 저 대지 위로 올라오는 풀들을 호미로 일일이 뽑아 줍니다.

요즘은 저녁 이슬과 아침 햇살로 어린 싹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지요. 유기농 채소를 기르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풀을 뽑아 주지 않으면 저 텃밭은 곧 풀밭으로 점령됩니다.

복숭아나무 둘레에 겨우내 발효가 잘된 소거름을 한 양동이를 갖다 부어 줍니다. 나무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처럼 영양분이 필요한데요. 사람은 음식을 먹지만 나무는 완숙된 퇴비를 먹지요.

작년 가을에 저희 동네 영한이 아재가 경운기로 실어다 준 소똥과 짚을 감나무 옆에 모아두고 비닐를 덮어서 썩혔어요. 짚과 왕겨, 소똥이 혼합되어 잘 발효된 소거름은 냄새가 거의 없어요. 호미와 양동이를 가지고 텃밭을 돌아다니며 돋아나는 연한 풀들을 뿌리째 뽑아서 토끼와 닭들에게 줍니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는 시금치가 봄 햇살에 파랗게 돋아나고 부추도 땅 속에서 뿌리를 감추고 있다가 이렇게 잎사귀를 키워 갑니다. 딸기도 겨울을 이기고 스스로 햇살 아래 일어서고, 이름 모를 풀 한 포기도 돌 틈에서 생명을 키워가는 경이로움에 사람은 자연 앞에 겸허해집니다.

돌 틈을 비집고 살아나는 보라색 제비꽃을 보세요. 작은 생명이라도 봄기운에 되살아납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이렇게 작은 생명을 깨우는 모습을 보면, 이 세상을 살리는 방법도 사랑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뜰 안에 남아있는 저 통나무도 자기 몸을 바쳐 겨울을 따뜻하게 해준 고마운 나무들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이렇게 자연의 보살핌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 또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촌아줌마가 텃밭에서 토끼에게 줄 풀을 뜯으면 방실이는 졸졸 따라 다니며 놀자고 무릎에 오를려고 하는데요. 금순이는 자식 사랑이 얼마나 극진한지 자기 입 안에 든 먹을 것도 뱉어 줍니다. 방실이를 사람이 뭐라고 하면 금순이는 덧니가 보일 정도록 서러워하며 실룩거려요.

봄에는 생명의 계절이기에 암닭들도 요즘 알품기 경쟁을 합니다. 먹이를 가져가도 여느때처럼 달려 오지 않고 암닭은 알둥지안에 들어 앉아 깃털로 20일 동안 알을 따뜻하게 품습니다. 알수가 매일 늘어나서 암닭이 품을 수 있는 수량 만큼만 빨간펜으로 표시를 하고 그렇지 않은 알은 꺼내옵니다.

암닭은 하루종일 알을 품으며 나오지를 않으니까 수닭이 저렇게 암닭 깃털을 쪼아서 죄다 뽑혀도 암닭은 생명을 탄생 시키기 위해서 힘든 시간을 견딥니다. 사람이 먹이를 가져가서 꿈쩍도 않는 암닭을 둥지에서 쫒아내어 먹이를 먹게 하는데요. 암닭은 몇번 콕콕 찍어 먹다가 수닭의 사랑놀이 요구를 피하며 다시 둥지 안으로 들어가 알을 품습니다. 짚으로 덮어놓은 항아리 속에는 여섯마리 아기토끼들이 자라고 있는데요.

자기 덩치보다 큰 사람이 다가가는 것이 무서운지 항아리 속에서 나올 생각을 않네요. 카메라 렌즈를 항아리 속으로 넣어서 아기 토끼를 촬영하는데 토끼들이 갑작스런 물체에 놀랐는지 토끼눈이 되었습니다.

싸납기로 소문난 장닭과 토끼가 다정하게 먹이를 함께 먹어요. 갈색 토끼도 여섯 마리 아기 토끼들에게 매일 젖 먹인다고 갈비뼈가 보일 정도록 말라서 안쓰럽네요. 원래는 닭 모이는 토끼가 못 먹게 하고 풀만 주는데, 엄마 토끼만 사료 먹는 것을 허락했어요.

봄 햇살에 매화가 피어나고 마늘 싹이 자라는 시골집에는 하얀 암탉이 병아리의 생명을 깨우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습니다.


태그:#시골집, #암탉, #알품기, #생명,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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