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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길에서 만난...가덕도 갈맷길...
황홀하게 걷다
▲ 가덕도 연대봉... 종주길에서 만난...가덕도 갈맷길... 황홀하게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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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봉 정상에서...
▲ 가덕도 연대봉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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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까르르 웃고 있다" (천양희, '이른 봄의 시')

요즘 저녁에 가끔 산책을 나가보면 골목 안쪽 텃밭에 심어놓은 매화나무들이 내뿜는 매화향기가 바람을 타고 마을 고샅 고샅으로 퍼져 온통 매화꽃 향기로 가득찬다. 얼마 전부터 매화꽃이 피는가 싶더니 이젠 봄꽃들이 앞 다투어 모두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4월쯤에나 만개했던 벚꽃마저 흐드러지게 피어 절정이다. 유난히 일찍 당도한 봄, 바야흐로 봄이 천지에 만개했다. 죽은 듯한 대지에서 돋아나는 봄꽃들을 보면, 봄은 기적 그 자체다.

봄볕이 좋았던 3월 23일(토),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에서는 부산 가덕도 연대봉을 3월 정기산행 목적지로 잡았다. 긴 겨울 지나 봄이 움트고 천지에 봄을 수놓는 3월이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정기산행 신청자가 거의 80명에 육박하더니 당일에 동참한 사람은 모두 68명. 지난 겨울산행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숫자다.

이번 가덕도 연대봉 산행은 연대봉까지만 가는 팀과 종주 팀으로 자연스럽게 나뉘어졌다. 몇 주 전부터 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도폭발훈련과 선교대학 등이 맞물려 산행은 하고싶은데 시간이 안 되는 사람들도 있어 가볍게 연대봉까지 산행하고 원점회귀하는 팀과 가덕도 연대봉 일대를 다 돌아보고자 하는 종주 팀으로 구분하였다. 적지 않은 68명의 사람들이 교회 승합차 두 대, 개인 차량 아홉 대 등 총 열 한 대의 차에 나눠 타고서 목적지로 향했다.

산행 출발...
▲ 부산 가덕도 산행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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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열 한 대의 차가 긴 행렬을 이루어 목적지로 향하는 길. 열 한 대의 차가 서로 무전기로 발수신하며 거리와 시간, 길을 조정하며 부산 시내를 벗어나 거가대교를 타고 가다가 매표소 앞에서 천성마을로 빠졌고 천성마을 선착장 앞에 주차했다. 보통은 대항고개에서 가덕도 연대봉까지 수월하게 시작하였지만 시절은 봄이 아니던가. 봄 산행에 나선 사람들도 많고 낚시꾼들도 많이 모여들어 차가 많았다. 차에서 내리자 바다냄새가 코끝에 와 닿았다. 정겨운 냄새다.

68명이 긴 종대로 연대봉을 향해 걸었다. 마을을 통과해서 가는 길이다. 돌담을 어루만지는 봄볕이 따사롭고 황토 흙으로 된 건강한 텃밭에는 봄에 피는 연보라빛 야생화가 흐드러졌다. 나이롱줄에 걸린 미역이 봄볕에 꼬들꼬들 잘 말라가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봄볕은 점점 살이 올라 도탑다.

등산길에서 만난 야생화들...
▲ 가덕도 연대봉... 등산길에서 만난 야생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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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3월, 봄날을 맞아 산행에 동참한 회원들의 얼굴엔 봄 같은 설렘과 기대가 묻어났다. 가덕도 연대봉 정상까지는 짧아서 산보하듯 편안하게 오를 수 있어 산행에 익숙지 않은 초보자도 부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쉬엄쉬엄 쉬어가며 느긋하게 걸어도 한 시간이면 넉넉히 도착한다. '놀멍쉬멍' 걷는 길이다. 하지만 산은 산이다. 짧은 코스라해도 처음부터 제법 오르막길인데다 연대봉 정상까지는 계속해서 경사길이라 제법 숨이 차다.

하지만 막상 연대봉 정상에 오르고 보면 산행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는다. 평소에 산행을 해오던 사람들이라면 마치 산행을 하다가 만 기분이 들 정도다. 다행히 이번 산행은 연대봉 원점 회귀팀과 연대봉에서 이어 걷는 종주팀으로 나뉘어졌으니 아쉬움이 남는 사람은 종주팀에 합류하면 된다. 연대봉 가는 길에서 중간에 있는 정자에 앉아 쉬며 나이 많은 권사님이 만들어 오신 쑥버무리와 과일을 먹으며 잠시 한 숨 돌리고 다시 걸었고 연대봉 정상까지는 금방 올랐다.
종주길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망중한...
▲ 가덕도... 종주길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망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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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 연대봉은 바다를 통해 침입하는 왜적을 방어하는 중심지였다고 한다. 임진왜란이 발생한 1592년 4월 13일(음력) 대마도에서 부산포로 침략해 오는 왜군 함대를 최초로 발견한 장소가 가덕도 연대봉과 응봉이라는 것. 연대봉 정상에 있는 돌판에 새겨진 글은 다음과 같다.

"임진장초(국보76호)의 기록에 의하면 연대봉 봉수 감고 서건과 응봉봉수 감고 이등이 <왜선이 몇 십척인지 대략 보이는 것만도 90여 척이 대마도를 나와서 경상좌도의 추이도(사하구)를 향하는 바, 까마득하여 그 척수는 상세히 헤아려 볼 수는 없었으나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라고 보고했다는 공문을 경상우수사 원균으로부터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가덕진과 천성(만호)진은 경상우수영의 해상방어 최전방진지였으며 응봉과 연대봉에는 각 진 관측소와 봉수대가 있었다."

해안 길 따라 걷다...
▲ 가덕도 종주길에서... 해안 길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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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봄이로소이다. 참 많은 사람들이 연대봉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바다를 조망하기도 하고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도란도란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연대봉에 올라보니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와 좋았다. 우리는 두 군데로 나눠 앉아 점심도시락을 먹고 기념촬영을 하였고 급히 내려가야 할 사람들은 보냈다. 종주팀은 다시 일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내처 걸었다.

연대봉까지는 몇 번 왔었지만 연대봉에서 어음포 고개를 지나 매봉, 누령령 등을 거쳐 가는 종주길은 처음이라 마음이 설렜다. 모든 가보지 않은 길에는 그 길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다. 오른쪽엔 바다를 끼고 가파른 고갯길을 한참 내려가다가 다시 하나의 봉우리를 오르고 넘고 다시 또 하나의 고개를 넘고 넘는 길의 반복으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산과 바다와 하늘...그리고 바람...길...
▲ 가덕도... 산과 바다와 하늘...그리고 바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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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종주라 함은 산능선 길을 타고 가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길은 크고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고 다시 넘는 것이라 초보 산 꾼에게는 부담스러운 코스였다. 함께 걷는 길이라 힘든 줄도 모르고 발 밑에 낮게 핀 야생화들에 눈길 줘가며 홀린 듯 걷는데, 어름포 고개 쉼터를 지나 매봉에 도착하고 다시 332m봉우리를 넘고 누룽령 사거리까지 힘들게 와 보니, 다시 떡 하니 높은 봉우리가 버티고 있었다. 이것을 본 회원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렇게까지 힘든 줄 몰랐다는 듯이.

높은 산도 설렁설렁 걷던 사람도 이럴 땐 다른 회원들의 체력에 양보를 해야 한다. 하는 수 없이 계획을 수정해 해안 길로 내려섰다. 막상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 보니 이 길을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안 임도는 생각도 못했던 갈맷길이었고 바다를 끼고 도는 환상적인 코스였다. 바다가 지척에 있었고 시민들을 위해 만든 갈맷길의 일부여서 해안 산책로는 잘 만들어져 있었다.

뜻밖의 만남, 산과 바다와 하늘과 함께 걷는 갈맷길

황홀하게 걷다...
▲ 종주길에서 만난 갈맷길... 황홀하게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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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 가덕도 갈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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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맷길은 총 9개 코스로 나뉘어져 있고 264km에 달한다는데 모든 구간이 단절된 곳 없이 도는 순환코스다. 부산 전역의 외곽을 도는 갈맷길은 인기가 있는데다,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갈맷길이란 이름은 '갈매기가 노는 길'이란 뜻과 짙은 초록색을 칭하는 '갈매빛'의 중의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한다. 산티아고 길을 꼭 한 번 가고 싶다고 생각할 즈음에 제주 올레길이 생기더니 이어서 지리산 둘레길이 생겼고 가까운 부산에 갈맷길이 생겼다. 지척에 산과 바다와 하늘을 함께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갈맷길이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다음에 언제라도 갈맷길 9개 코스를 두루 돌아봐야 할 것 같다.

바다냄새, 향기로운 꽃향기, 봄바람의 감미로움... 봄기운을 만끽하며 우리는 지치는 줄 모 모르고 아름다운 해안 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누룽령 사거리에서 바다 쪽으로 걷기 시작해 가덕기도원을 지나 동선 새바지까지 코스는 환상적인 바닷길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안고 한걸음씩 내디딘 길에서 미처 몰랐던 해안 산책길을 만나 산행의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바다를 끼고 걷되 좀 더 가까이서 보며 걷고 또 조금 멀리서 바라보며 걸었다.

갈맷길에서...
▲ 가덕도... 갈맷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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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에서...만난 갈매기...
▲ 가덕도... 갈맷길에서...만난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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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바다와 산과 하늘을 함께 끼고 누리며 걷는 3월의 해안 길... 끼룩끼룩 빈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갈매기들이 가끔 끼룩거렸고, 먼 바다 한 가운데에 바다 물결 따라 흔들리는 목선 하나가 떠 있어 입체감을 더해주었다. 바다 빛은 점점 맑은 옥빛으로 변해갔다. 가덕기도원 앞을 지나고도 한동안 바닷길은 이어졌다. 저만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등대가 선창 끝에 서 있었고 바닷가에서 그물을 씻고 있는 어부들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걷고 또 걸어도 좋은 해안산책길을 홀린 듯 걸어서 동선새바지 방조제에 도착했다.

차를 운전해 온 몇 사람은 대절한 택시를 타고 천성마을 산행기점까지 가서 차를 가져왔고 우리는 타고 온 차량에 다시 타고 교회로 향했다. 멋진 3월의 가덕도 연대봉 종주산행이었다. 미처 다 가지 못한 봉우리들은 다음에 다시 꼭 오고 싶은 해안 길 걸을 때 다시 보자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갈맷길 따라 황홀하게 걷다...
▲ 가덕도 갈맷길 따라 황홀하게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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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3년 3월 23일(토) 맑음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등산선교회 3월 정기산행(총68명)
3. 산행시간: 5시간 20분
4.진행:천성마을(10:50)-대항고개(11:05)-정자(11:40)-조망바위(12:00)-
연대봉정상(12:15)-점심식사 후 출발(1:20)-어음포 고개 쉼터(1:40)-매봉(2:05)
-332m봉(2:20)-누룽령(사거리)(2:45)-해안길(3:05)-가덕기도원(3:40)-동선새바지(동선방조제 4:10)



태그:#가덕도 연대봉, #갈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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