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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씨가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에 대해 사과하면서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김혜수씨는 지난 2001년 성균관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 '연기자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관한 연구'가 최소 4편의 단행본을 그대로 베꼈고, 책 내용 일부는 각주로 바꿔 달아놓은 수법을 썼다는 이유로 표절 의혹을 받았습니다.

요즘 석사학위 논문은 옛날 학사학위 논문보다도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래도 석사학위는 전문영역입니다. 그러므로 김혜수씨가 단행본을 그대로 베꼈다는 것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김씨가 사과와 함께 석사학위를 반납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김혜수씨 사과와 학위 반납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들 논문표절이 떠오릅니다.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 중 논문표절자는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입니다. 허 실장은 지난 1999년 건국대 박사 학위 논문인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 참여자 간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가 연세대 이종수 교수가 1996년 한국행정학보에 실은 논문 '지방정책에 대한 이론모형의 개발과 실증적 적용' 논문을 거의 '복사'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말로만 사과하고 버티는 고위공직자들... '뻔뻔하다' 

결국는 허 실장은 내정자 시절은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1999년 논문 작성 당시 논문 작성 방법이나 연구 윤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연구 윤리 기준을 충실히 지키지 못한 점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저로 인해 국민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표절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에서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학위를 반납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특히 허 실장은 "저는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고 또 학위나 논문을 활용하여 학문적 성과나 학자로서 평가를 이용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는 황당한 변명을 했습니다. 박사학위가 전문적 연구가 아니면 무엇이 전문적 연구입니까? 전문적 연구를 하지 않으려면 애초에 박사 학위를 받지 말아야 합니다.

이동흡 전 헌재소장 후보자도 논문표절 의혹을 받았습니다. 지난 1월 17일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던 1993년 '사법논집'(제24집)에 게재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라는 논문 일부분이 그보다 앞서 1990년에 나온 '개정판 민사소송법'(강현중 저, 박영사 출판)의 '재판상 화해' 부분 목차와 글 흐름이 매우 유사하다"며 표절의혹을 제기했습니다. 25일 사퇴한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논문중복 게재와 자기 표절 의혹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들 논문표절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자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를 이를 두고 "4+2인사"라고 비꼬았습니다. 이명박 정권 4대 필수과목인 '병역특혜와 탈세, 부동산투기, 위장전입'에 더해 박근혜 정권은 '논문표절, 전관예우'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만 아니라 문대성 무소속 의원(전 새누리당), 김재우 방문진 전 이사장도 논문표절을 했음이 드러났습니다. 김 이사장은 사퇴했지만, 아직도 문 의원은 국회의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공직자·국회의원·목사... '도둑질' 했다면 깨끗하게 물러나야

종교계도 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신학박사와 목회학 박사 학위논문을 표절했습니다. 3월 24일 주일예배때 "엎드려 눈물로 회개한다"면서 "박사 학위가 무엇이기에 저의 잘못에 스스로 눈감아 버렸던 것 아닌지 사역뿐만 아니라 모든 삶의 과정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 성도들을 시험 들게 하고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의심하는 일을 생기게 했음을 통탄한다"고 사과했습니다.

사과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입니다. 오 목사의 행동은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사랑의교회에서 사임했다는 소식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이들처럼 논문표절에 자기 책임을 지지 않는 인사들이 있는 한 앞으로도 언제든지 논문표절은 이어질 것입니다. 책임지지 않는 이들에 비해 국외 지도자들은 논문표절 사실이 밝혀지면 공직 사퇴만 아니라 학위까지 박탈당합니다.

지난 2012년 4월 헝가리 팔 슈미트 대통령이 1992년에 쓴 박사 학위 논문이 표절로 밝혀졌습니다. 그러자 당시 슈미트 대통령은 "대통령은 국가 통합을 이끌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문제로 인해 국가가 분열되고 있다"며 "대통령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학위까지 박탈당했습니다. 독일 장관들도 논문표절로 사퇴했습니다. 지난 2011년 3월에는 카를테오도어 추 구텐베르크 국방장관이, 지난 2월에는 아네테 샤반 교육장관이 논문표절로 공직을 떠났습니다.

김혜수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학위를 내놓았습니다. 고위공직자와 목사들도 학위논문을 표절했다면 학위를 반납하고 깨끗하게 물러나야 합니다. 마지막 양심입니다.


태그:#김혜수, #허태열, #이동흡, #오정현, #논문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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