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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분쟁의 수준이 상승하고 있다. 북한은 무력공격과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다. 남한정부는 북한의 공격원점·지휘부·지원세력에 대한 타격으로 맞받아친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일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남북 간 분쟁이 사실이든 다른 목적을 위한 전략이든,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안보를 최고의 가치로 표방하고 있지만, 불안으로 나가고 있다.

안보는 갈등·분쟁·전쟁이 없고, 국민이 편안해 하는 상태를 말한다. 안보를 유지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 및 잠재적 적국을 말살시켜 불안의 싹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들 국가를 관리하는 것이다.

먼저 말살정책(抹殺政策)이다. 전쟁이 이 정책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쟁수행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쟁비용 때문에 나락으로 추락하거나, 원조를 제공하는 강대국에게 종속돼야 한다. 특히 염두해야 할 부분은 군사적 우위와 전쟁수행능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한이 전쟁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전쟁비용 3조억 달러, 전후 복구비용 1조억 달러, 통일 후 재건비용 2조7000억 달러 등 약 6조700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2010년 남북정상회담 10주년 기념 학술회의 당시 문정인 주장). 남한 1년 예산의 21배에 해당하는 거대한 비용이기 때문에, 전쟁 후 최빈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받게 되면, 이들의 경제적 식민지가 돼야 한다. 그러므로 상대국 말살을 통한 안보는 불가능하므로 전쟁은 피해야 할 수단이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관리정책(管理政策)이다. 여기에는 반응성 강화·분쟁사안 해결·전쟁촉발상황 관리·무력에 의한 전쟁억지 등이 포함된다. 이들 중 무력에 의한 억지는 비합리적이다. 전쟁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성공해도 위협과 굴복 내지 대립과 갈등관계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첫째, 반응성은 타국의 요청을 수용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성향을 말한다. ① 전통적 우호관계(영국과 미국), ② 신뢰도(미국과 일본), ③ 외교관계(미국과 중국)등이 반응성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남북은 오랜 기간 적대적 관계였기 때문에, ①과 ②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③에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에게 설득은 매우 어렵다. 불신 때문에 국가이익의 교환이라는 타협과정도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북핵문제를 보면, 남한과 미국의 '선 핵폐기 후 지원'과 북한의 '선지원 후 핵폐기'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둘째, 분쟁사안 해결은 영토나 여타 이해관계를 해결함으로써, 전쟁으로의 상승을 방지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남북한 간에는 남한의 북방한계선과 북한의 해상군사분계선이 부딪히고 있다. 제1차 연평해전(1999년 6월 15일), 제2차 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 대청해전(2009년 11월 10일), 연평포격(2010년 11월 23일) 등. 직접적 원인이든 다른 전략의 수단이든, 이들 무력충돌에는 영토분쟁이 관련돼 있다. 해상 경계선이 해결되지 않는 한 영토분쟁이나 이를 내세우는 무력충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셋째, 전쟁촉발상황 관리는 무력충돌을 피해나가는 전략을 가리킨다. 국가목표와 성취전략을 보면, 상대국에 대한 조절과 통제가 가능해진다. 연평포격(2010년 11월 23일) 이전 상황을 보면, 전날 조평통이 '참혹한 재난'을 언급했고, 당일 전화통지문을 통해 '좌시불가'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리고 122mm 방사포를 추가 배치했으며, 미그23 전투기를 이동 배치했고, 해안포 포문을 일제히 개방했다. 무력도발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었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북한의 말과 행동을 칩(cheap)으로 간주하는 바람에 실패했던 것이다.

남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북한을 능가한다. 그러나 전쟁부터 통일까지, 모든 비용을 감당할 능력은 부족하다. 전쟁보다 관리전략에 치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보복공격 태세를 주문하고 있다. 안보의 의미를 잘못 인식하고 있거나, 군사력 우위와 전쟁수행 능력을 동일시하고 있을 수 있다. 혹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 대통령 자신과 여당을 위해 안보를 이용할 수도 있다. 전자라면 안보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인식이, 후자라면 실질적 안보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태그:#국가안보, #안보정부, #남북전쟁, #북한도발, #무력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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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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