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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14일 '안기부 엑스파일'에 등장하는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균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날 선거사무장의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로써 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과 부산 영도는 4월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됐고, 여야 간 대진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박(근혜) 좌장', '개국공신'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이 부산 영도에 출사표를 던졌다. "박근혜 정부가 안정적으로 출범하도록 '울타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를 놓고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이 불붙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의 조기 귀국설도 주목된다. 안 전 후보나 측근 들이 4월 재보선에 출마할지, 한다면 어느 지역으로 나갈지에 따라 야권 지형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오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투표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하여 출국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오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투표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하여 출국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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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병] 민주당-안철수, 손 잡을 수 있을까

재보궐 선거지역이 많지는 않지만, 4월 재보선의 분위기는 이미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노원병 보선의 경우 상징성이 적지 않다. 노원병이 무주공산이 되면서 재보선의 의미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의 풍향계가 될 수도권에서 벌어지는 첫 여야 간 대결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도권인 노원병에 어느 쪽이 깃발을 꽂느냐에 따라 여야, 야권 내부 역학관계의 변화도 가늠할 수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현재 당협위원장이면서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활약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키즈'인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의 이름도 나온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이동섭 지역위원장과 함께 한명숙 전 대표의 측근인 황창화 국회도서관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안철수 전 후보 쪽의 움직임이다. 안 전 후보 쪽 내부에서는 안 전 후보 본인의 직접 출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캠프 인사들이 '대리마'로 출마하는 방안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안철수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송호창 무소속 의원이 노회찬 대표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며칠 앞두고 "선고를 유예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노원병에 안철수 캠프 인사들이 출마할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명분 쌓기였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 캠프 상황실장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정당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면서 '안철수 신당' 추진설에 불을 지폈다. 금 변호사는 또 안 전 후보와 측근들의 재보선 출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계기를 보면서 움직일 것"이라며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다 함께 의논하며 같이 움직일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안 전 후보가 독자세력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정치재개를 할 경우 야권의 급속한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민주당 내에서는 안 전 후보 측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14일 "안 전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선거 국면에서 양쪽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며 "대선 패배 후 개혁 작업조차 지리멸렬한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어떤 선거에서도 백전백패"라고 지적했다.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선거에 나설 여권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민주당만으로 어렵고, 후보단일화가 불가피한데, 야권연대 단계에서부터 안 전 후보 쪽과의 관계설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 전 후보 쪽에서 민주당과 연대를 할지, 아니면 끝까지 독자 후보를 고집할지는 순전히 안 전 후보의 손에 달렸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무기력증까지 보이고 있다. 안 전 후보가 독자 후보를 끝까지 고집할 경우, 대선 패배 후 표류해온 민주당 밖의 원심력이 확대되면서 야권 지형개편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 전 후보가 노원병에 '대리인'을 내세울 경우 금태섭 변호사를 비롯해 비서실장 출신의 조광희 변호사, 대변인이었던 정연순 변호사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박근혜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중국특사로 파견되는  김무성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중국특사로 파견되는 김무성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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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개국 공신'의 귀환?... '색깔론·막말'의 귀환?

지난 대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부산에서의 재보선도 대선 이후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부산 영도의 경우 민주당에서는 김비오 지역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지만, 부산·경남(PK) 출신의 중량급 인사들을 차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부산이 안철수 전 후보의 출신지라는 점에서 그의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냈던 김성식 전 의원도 부산 출신이지만, 본인은 적극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에서는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이 1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아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김무성 전 의원이 사실상 출마 선언을 하면서 후보군이 압축될 전망이다.

그는 14일 대법원 확정 판결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위해 온몸을 던져 일해 왔는데 이제부터 주어진 역할은 박근혜 정부가 성공적인 정부가 되고, 박 당선인이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출마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그러기 위해선 활동 무대를 국회로 옮겨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안정적으로 출범하도록 '울타리' 역할을 하고 5년간 박 당선인이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도록 하는 역할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김 전 의원은 지난해 4·11 총선을 한 달가량 앞두고 '현역의원 하위 25% 배제' 기준에 걸려 낙천이 예상되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우파 분열의 핵이 돼서는 안 된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한 김 전 의원은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때 세종시 이전 여부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의견 차이를 보이며 정치적 결별 수순을 밟는 듯했다. 하지만 대선을 거치면서 박 당선인을 도와 정권재창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대선승리 다음날 당사에 "이제 제 역할이 끝났으므로 당분간 연락을 끊고 서울을 떠나 좀 쉬어야겠다"는 대자보를 붙이고 자취를 감췄던 그는 지난달 박 당선인의 중국 특사로 발탁되면서 '개국 공신'의 귀환을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의원의 복귀가 대선 이후 '식물정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선을 지낸 김 전 의원의 중량감 등을 감안한다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여당의 간판으로서 새 정권의 구심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의 강경 보수 성향이 박 당선인을 비롯한 여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안철수 전 후보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 담긴 복지정책을 두고 "마르크스가 공산주의를 주창하며 사용한 슬로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또 "일제시대엔 독립, 6·25 때는 빨갱이(척결), 독재 때는 민주화 투쟁 등 언제나 시대적 소명이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은 진보의 탈을 쓴 종북 세력에게 정권을 주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와 경쟁 관계에 있는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를 '종북 세력'으로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대선을 3일 앞둔 12월 16일에도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후보직 사퇴에 대해 "민주당이 또다시 종북세력과 손을 잡으려는 것 같다"고 언급, "케케묵은 색깔론"을 거듭 들고 나왔다.

당시 통합진보당은 논평을 통해 "김무성 본부장의 막말 본색은 아주 오래전부터 유명하다"며 "계속 이런 식의 색깔론과 막말로 나가다가는, 아마 국민들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감탄사나 유행어가 탄생하지 않을지 매우 걱정된다. '역시, 김무성이다!'"라고 꼬집었다.


태그:#노회찬, #안철수, #김무성, #박근혜, #4월 재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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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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