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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3 2월22일상' 수상자로 김경훈 김종술 소중한 윤찬영 이규정 이동철 이상규 이숙경 이종필 최오균 한만송 황주찬 총 12명의 시민기자를 선정했습니다. '2월22일상'은 한 해 동안 꾸준히 좋은 기사를 쓴 시민기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3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2013 2월22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2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12 특별상', '2012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말]
황주찬 기자.
 황주찬 기자.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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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찬 기자] "이젠 세 아들 이야기 쓰고 싶어"

"환경단체 활동을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툭 터놓고 말 할 곳이 없더라고요. 그때, 독자로만 만난 <오마이뉴스>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내 말을 다 들어줄 것 같은 막연한 믿음과 함께.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방적인 믿음이었지만 틀리지 않았고요. 기사를 쓸수록 그동안 나를 짓누르던 것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걸 느꼈어요."

<오마이뉴스>에서 주로 '사는이야기'와 '사회' 분야 기사를 쓰는 황주찬 기자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2012 여수세계박람회(이하 여수엑스포)'가 떠오른다. 그가 여수엑스포 준비 과정부터 제대로 즐기기, 폐막 이후 처치 곤란 쓰레기 문제까지, 관련 정보를 발 빠르고 생생하게 들려줬기 때문이다.

황 기자가 쓴 여수엑스포 기사는 20꼭지가 넘는다. 아무리 큰 행사였어도 이처럼 많은 기사를 쓰는 일, 열정 없이는 어렵다. 이런 열정,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떻게 기사를 쓰게 됐을까? 물었더니, 황 기자는 위의 말로 답했다. 

그가 들려준 풍성한 여수엑스포 소식은 여러 사람들에게 유용했다. 더불어 그에게는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예상대로 황 기자는 러시아 여성을 인터뷰할 때 영어 실력이 부족해 고생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덧붙였다.

"의도와 달리 나쁜 쪽만 지적한 것 같아 (여수엑스포) 주최 측에 좀 미안했어요. 그래도 나처럼 지적하는 사람이 있어 주최 측이 행사에 신경을 더 쓰고, 결국 괜찮은 엑스포가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개인적으로, 황 기자의 기사 중 '미라상태...8개월간 그의 죽음 아무도 몰랐다'와 '대머리의 굴욕... 이 정도인줄 몰랐어요'가 인상적이었다. 앞 기사는 소외된 기초생활수급자의 죽음을 다뤘고, 후자는 본인 이야기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황 기자에게도 특별한 기사란다. 황 기자는 "지금도 (앞의 기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참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뒤의 기사가 나간 뒤) 기사를 보고 소식이 끊겼던 사람들이 연락을 해오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전화를 무척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황 기자는 세 아이의 아빠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9살, 8살, 5살 아들이다. 황 기자는 "아이들과 틈만 나면 한 덩어리가 되어 놀곤 하는데, 변화무쌍한 상황 때문에 '가장 큰 아들'인 내가 아내에게 가장 많이 혼난다"고 웃었다.

2013년 2월 현재, 황 기자에게 가장 신기한 일은 이 세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이란다. 그래서 앞으로 쓰고 싶은 기사는 세 아이 과련 이야기란다.

"몇달 전 옮긴 직장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기사를 못 썼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사를 쓰지 않으니 아이들과도 멀어지더라고요. 아이들 이야기를 쓰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잖아요. 하지만 기사를 안 쓰니 신경을 덜 쓰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이 내 에너지 근원인데... 이제 또 많이 써야죠."

황 기자가 세 아이들과 뒹굴면서 소통하는 이야기, <오마이뉴스>에서 보게 될 그의 기사가 많이 기대된다.

최오균 기자.
 최오균 기자.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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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오균 기자] "목숨 걸고 떠난 용기, 소외층과 나누고 싶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가 '죽기 전에 세계일주 하는 게 소원'이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유서 한 장 남기고 아내와 죽기를 각오하고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사실 당시엔 집에서도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와 여행을 한다는 게 무척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정말 잘했다 싶어요. 얼마 못 산다던 아내가 15년 넘게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으니까요."

최오균 기자는 잘 나가던 직장인이었다. 80~90년대 많은 사람이 괜찮은 직장으로 꼽던 은행이 그의 일터였다. 하지만 최 기자는 40대 후반에 사표를 냈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아내를 간병해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서였다.

한창 일할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기 일쑤인 IMF 때라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 주변 사람들도 이해 못할 시선을 보냈다. 

지난해 <오마이뉴스>가 공모한 '나의 황당 해외여행기' 우수작으로 선정된 최오균 기자의 "앉아서 죽느니 세계일주 하다 죽겠어요"는 몸조차 온전히 가누지 못하는 아내와 목숨 걸고 떠난 여행 이야기다. 그에게 특별한 여행, 특별한 기사다. 

최 기자는 병든 아내와 배낭 메고 70여 나라를 여행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블로그에 기록했다. 그러다 우연히 <오마이뉴스>를 만났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란 한 줄에 끌리고 말았다. 최 기자는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임진강 주상절리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코스모스 길을 '다음주까지 여기 안 오면 후회할 겁니다'란 제목으로 썼는데, 기사가 나간 후 많은 사람들이 몰려 코스모스 길은 물론 음식점 등이 만원을 이뤘습니다. 제가 그 인근에 사는데, 그 평화누리길 현장에서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기사를 보고 물어물어 왔다고 하더라고요. <오마이뉴스>의 전파력, 그 힘을 실감한 기사였어요."

앞에서 언급한 두 꼭지 외에 '무시무시한 말벌집, 이렇게 퇴치했습니다'란 기사도 그에겐 특별한 기사다. 독자와 많은 소통을 한 기사이기 때문이다. 

최오균 기자는 앞으로도 여러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특히 소외계층에게 희망을 주는 기사를 쓰고자 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내의 간병을 위해 자신의 중요한 것을 버린 후 얻은 기적을 어려운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다.

최오균 기자가 불러올 '기적의 사연'을 <오마이뉴스>에서 계속 보고 싶다.

이숙경 기자.
 이숙경 기자.
ⓒ 이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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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경 기자] "책과 영화의 힘 기록하고 싶다"

"영화와 책을 좋아하는데, 내가 만난 좋은 영화와 책을 나 혼자 보고 말기엔 너무 아쉽단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 무렵 <그을린 사랑>이란 영화를 봤어요. 종교는 무엇이고, 전쟁은 무엇이며 왜 일어날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습니다. 누구라도 붙잡고 어떤 이야기든 하고 싶게 하는 강렬한 영화였지요. 사실 오래전부터 <오마이뉴스> 독자였습니다. 자연스럽게 그곳에 <그을린 사랑> 이야기를 풀어놨어요. 제 첫 기사 '목구멍 속에 박힌 칼, 당신은 어떻게 빼낼 텐가' 는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그 첫 기사가 으뜸에 됐어요. 좀 얼떨떨했죠. 기사쓰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고...."

영화 리뷰와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는 이숙경 기자는 정부의 한 기관에서 생산되는 모든 기록물들을 관리하는 기록연구사다. 

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를 읽을 때 종종 아쉬움(?)을 느낀다. 읽고 싶은 기사는 많은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몇몇 기사만 읽고, 대부분 '다음에 읽자'라며 미룰 때 그렇다. 

하지만 이숙경 기자가 쓴 '생각없이 보라는 영화... 마지막 자막에 헉'은 바쁜 시간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무척 인상 깊게 읽은 영화 리뷰다. 기사를 읽으며 '이 영화 보고 싶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에게는 어떤 기사일까?

"기사를 쓰면서 우리의 역사, 왕, 오늘날의 리더들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어요. 리뷰를 쓰면서 더 많은 의미가 부여된 영화입니다. 이 영화만이 아니라 다른 영화나 책도 기사를 쓰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곤 해요. 리뷰나 서평을 쓰면서 훨씬 의미가 깊어지는 거죠. 그 때문에 기사를 계속 쓰는 것이고."

사실 <최종병기 활>을 다룬 해당 기사는 이숙경 기자가 쓴 기사중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고, 처음으로 독자원고료도 받았다. 이 기자도 "오래 기억에 남을 기사"라고 평가했다.

또 이 기자는 "드라마 <여인의 향기>를 보고 쓴 '종영앞둔 <여인의 향기>..."버킷리스트 작성해보실래요?"'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며 "삶, 죽음,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쓴 기사"라고 말했다. 

이숙경 기자는 앞으로도 영화 리뷰와 책동네 기사를 쓰고싶어 한다. "영화와 책이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문제점 등을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말하기" 때문이란다. 그동안 이 기자는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책과 영화를 주로 소개했다. 바쁜 와중에도 끝까지 읽게 하는 리뷰와 서평, 이 기자라면 그렇게 쓸 것 같다.

이상규 기자.
 이상규 기자.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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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기자] "동메달 하나가, 나를 살렸다"

"인터넷 축구 게시판에서 글이나 댓글을 쓰며 활동한 적이 있어요. 축구 경기가 끝나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올라오는데, 저도 그 대열에 동참했죠. 그냥 축구 이야기하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활동이 계속되면서 소모성 논쟁도 하고, 그러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더라고요. 어느날 '이건 아니다. 참 멍청한 짓이다' 싶었죠. 동시에 '좀 더 의미 있는 글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 저는 <오마이뉴스> 정치기사들을 신뢰했어요. 지금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오마이뉴스>에 (축구 기사를) 쓰게 썼죠. 초기 꽤 오랫동안 대부분 기사들이 잉걸에 머물렀어요. 그래도 <오마이뉴스>에 쓰니 많은 사람이 읽었는데, 그게 참 좋았습니다. 그게 2004년 6월이었어요."

스포츠 기사를 주로 쓰는 이상규 기자는 축구 파워 블로거이기도 하다. 축구 등 스포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효리사랑의 축구감성' 운영자이기도 하다. 이상규 기자를 서울 신림역 인근 카페에서 직접 만났다. 

사실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다보니 관련 기사를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내게 '이상규 기자 = 축구' 공식은 익숙하다. 굵직한 국제경기 소식이나 박지성, 기성용 선수 등에 대해 좀 더 알고싶을 때 그의 글은 좋은 정보를 준다. 

"'한국 축구의 영국전 승리, 과연 가능할까?'는 <오마이뉴스>에서 활동한 이후 처음으로 오름에 배치된 기사예요. 런던올림픽 개막과 함께 제 기사 몇 꼭지가 오름과 으뜸에 배치됐는데, 무척 기분 좋더라고요. '이제야 <오마이뉴스>가 내 글을 인정해주는구나' 싶었죠.(웃음)"

이 기자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홍명보호 힘의 축구, 확실히 달랐다''한국 축구, 올림픽 동메달 기쁜 5가지 이유'도 제게는 특별한 기사입니다. 둘 다 한일전 관련 기사인데요. 앞의 기사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썼어요. 워낙 빨리 썼기 때문인지 '경기 현장에 있었냐?'고 묻는 사람까지 있더라고요. 다른 사람보다 최대한 빨리 신속하게 내보낸 묘미를 느낀 기사였어요."

이 기자 스스로 꼽은 대표 기사들, 나도 재미있게 읽었다. 밤새워 한일전 본 뒤, 잠깐 자고 일어나 기사를 읽으며 경기의 여운을 즐겼으니까. 아마도 <오마이뉴스> 독자 중에는 나처럼 행복한 뒷맛을 느낀 이들이 많을 거다.

또 이 기자는 애정 가는 기사로 '기성용, 실력으로 이루어낸 EPL 성공' 을 꼽았다. 그는 "내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유럽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의 즐거운 소식이 들려왔다"며 "덕분에 기사를 쓰며 이제까지의 축구사랑을 되돌아보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기사를 주로 쓰지만 <오마이뉴스>에서 정치 기사를 크게 신뢰한다는 이상규 기자. 그에게 '2월 22일상' 수상 소감을 물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 쓴 지는 꽤 됐지만 좋은 활약을 한 건 아니에요. 또 스포츠보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분야가 많기에 제가 상을 받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얼떨떨합니다. 런던올림픽에서 열심히 뛴 남자 축구대표선수 덕분인 것 같아요. 2012년은 제게 '멘붕'의 해였습니다. 슬럼프에 빠졌었고, 잘 풀리는 일도 없고... 그러다보니 자꾸 움추러 들고. 축구대표팀의 동메달 마저 없었으면 최악의 해가 됐을 겁니다. '2월 22일상'으로 저의 2012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태그:#오마이뉴스,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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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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