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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2일, <강원래의 노래선물> 라디오 스튜디오에 게스트가 도착했다. 퇴계원에 위치한 대안학교인 도담학교 김준희 교장과 학생들이었다. 가수 강원래씨는 방송 경험 한 번 없는 이들을 과감히 마이크 앞에 앉혔다.

강원래의 노래선물 스튜디오. 오른쪽은 자전거탄풍경과 함께한 아이들의 모습.
▲ 라디오 스튜디오를 찾은 도담학교 학생들과 김준희 교장 강원래의 노래선물 스튜디오. 오른쪽은 자전거탄풍경과 함께한 아이들의 모습.
ⓒ 황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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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토크 주제는 '겨울 하면 떠오르는 노래'였다. 1위로 뽑힌 이종용의 '겨울아이'와 학생들이 추천한 김진표의 '로맨틱 겨울' 사이에는 20년이 넘는 간극이 있었지만 강원래씨와 패널로 나온 포크 그룹 '자전거 탄 풍경' 멤버들은 대안학교 아이들과의 나이 차가 무색할 만큼 친숙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가수 강원래씨와 김준희 교장과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두 사람은 하루가 멀다고 뒹굴고 싸웠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30년의 세월이 흘러 한 사람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가수가 되었고, 또 한 사람은 내로라하는 말썽꾸러기들의 집합소인 대안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처음 강원래씨는 친구가 교사가 되었다는 소식에 코웃음을 쳤다고 한다.

"준희가 선생님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죠.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만날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애가 누굴 가르쳐요."

김준희 교장은 권위를 땅에 내려놓은 친구 같은 교장이다. 안 씻었다는 이야기를 자랑삼아 털어놓고, 아이들과 쿠키를 굽는답시고 밀가루 한 동이를 다 써서 2박 3일 동안 지겹게 먹을 정도로 대책 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기상천외한 김준희 교장을 보며 학생들 스스로도 요리를 배우거나 만화를 그리는 등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공부하며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한 권의 책을 냈다. 이름하여 <절대 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문제 아들이 검정고시 합격자가 되기까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모아 학교를 만든 것이 작년 3월. 학생 네 명으로 시작한, 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규모가 작은 비인가 학교였다. 김준희는 왕따, 가정폭력, 미혼모 등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을 대안학교라는 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았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이들은 술∙담배는 물론 본드 같은 중독성 약물에도 손을 대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결손 가정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조모와 셋이 살던 한 형제는 툭하면 뱉어내는 할머니의 폭언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김준희를 만나 도담학교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상담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들어주느냐,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느냐예요. 충고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거든요. 나도 너와 다르지 않다, 너를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의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기 일주일에 3회∙오전10시~오후 3시 수업으로 진행되었던 수업은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오전 11시부터 밤 8시, 매일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겉돌기만 했던 아이들이 학교에 정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취미∙예술 활동 위주로 이루어지던 수업도 체계가 잡혀 검정고시반과 각종 자격증 취득반도 신설되었다. 올해 벌써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해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절대 돼!" 마인드에서 찾아온 기적

직접 키운 채소로 김치를 담그는 등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 보는 수업을 하고 있다.
▲ 도담학교 학생들의 수업 모습 직접 키운 채소로 김치를 담그는 등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 보는 수업을 하고 있다.
ⓒ 황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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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기적의 중심에는 "삐삐쌤" 김준희 교장이 있다. 아이들은 그녀를 "삐삐쌤"이라고 부른다. 양 갈래 삐삐머리를 하고 모터바이크를 타는 그녀는 도담학교를 위해 동분서주한다. 매주 주말 학생들이 만든 비누와 쿠키를 팔고, 직접 밴드를 지도하며 만화를 그려 후원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한 푼의 돈도 받지 않고 이 일을 전담하고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돈을 받고 이 일을 했으면 오히려 행동에 제약을 받았을 거예요. 의무감에서 벗어났기에 학생들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선생님이라기보다 언니나 누나 같은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를 아는 지인은 그녀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씻는 것을 무지 싫어한다. 과자와 음료수 폭풍흡입의 달인이다. 고량주에 맥주를 타서 마신다. 주량 무지무지 세다. 청소하는 거 아주 싫어 한다. 안경은 무지 크고 얼굴보다 무거운 거를 쓰고 다닌다. 절대미녀다. 오토바이도 타고 바이크도 탄다.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해금, 대금, 우쿨렐레도 연주한다. 히말라야에도 올랐다. 이태리 식당을 하다가 망했다. 홍대 교육대를 나왔는데 만화를 그린다.

대학동창 동갑내기 남자와 결혼했다. 그런데 아직 밥물도 못 맞춘다. 시부모가 오면 햇반을 밥그릇에 잘, 자~알 담아 내놓는다. 남편 생일에 미역국 끓이다 너무 많이 넣고 끓여 미역이 사방으로 온통 터져 튀어나왔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 남자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여자 고양이었댄다. 설거지와 빨래는 잔뜩 모아두었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다. 그래도 남편과 시어머니 시아버지에게 사랑받는단다. 비결이 뭘까?

아이는 없다. 일 년에 몇 번씩 아프리카로 가서 봉사를 하고 온다. 학교에서도 쫒겨나고 집으로도 들어갈 수 없는 이 사회에서는 '특불량아'라 불리는 절대 보호와 위로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밥을 지어주다가 얼떨결에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고 있다.

무임금이었으니까 했지 월급이 나왔다면 교장 안 한다고 했다. 집에 있는 물품들 집어다가 대안학교 꾸미고 그 아이들 먹인다. 지하에 교실이 있는 허름한 공간도 하나 구했다. 대안학교 이름은 도담학교다. 기다려주는 학교.

가수 강원래와 절친이다. 가끔 강원래가 와서 그 아이들에게 한 마디씩 해주곤 한다. 머리를 양갈래로 따고 다녀서 "삐삐샘"이라 불리운다. 농민신문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도담학교 교장인 그녀가 외치는 것이 있다.

놀아도 돼~ 술 먹고 담배 펴도 돼~ 학교 잘려도 돼~ 밥 못해도 돼~ 지저분해도 돼~ 회사 안 나가도 돼~ 욕해도 돼~ 외로워도 돼~ 살쪄도 돼~ 취직 못해도 돼~ 그래도 돼~
그래서 너는, 무조건 돼! 그래서 잘될 수밖에 없어! 너는, 절대 돼!

2013년 김준희는 자신의 카툰 에세이 <절대 돼>를 출간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을 퍼트리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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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희 교장이 그린 <절대 돼>캐릭터 -
ⓒ 황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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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지하 돼지창고에서 시작해 퇴계원 마당 딸린 학교로 이사를 가기까지 학생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에피소드가 빼곡히 실려 있다. 또한 교육자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아내이자 딸로서의 일상다반사를 다루기도 했다. 권위의식과 위엄을 뺀 옆집 언니 같고 때로는 누나 같은 친근한 인간 김준희의 모습이 가득 펼쳐진다.

 김준희 교장이 직접 쓰고 그린 <절대 돼>
ⓒ 황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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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돼"라는 제목에는 아이들이나 독자 모두에게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한 삶의 태도를 가졌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 대안학교 설립과 학생 모으기, 후원금 모집 등 주변에서 모두 안 된다고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가며 김준희가 지녔던 마음이기도 하다. 또한 그녀는 이 카툰 에세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무조건 잘될 수밖에 없는 절대긍정의 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3년 김준희는 "절대 돼"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가수 강원래와 자전거탄풍경이 함께하는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이 무대를 위해 도담학교에서 밴드를 구성한 아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 중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주저하던 것에 도전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라는 김준희는 지금도 매일 이렇게 외친다. "나이 들어도 돼, 실패해도 돼, 공부하지 않아도 돼"라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이 꼭 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을 때는 절대로 된다는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꼭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절대 돼>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다.


태그:#김준희, #도담학교, #절대 돼, #삐삐쌤,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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