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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누가복음 9장 50절에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너희를 위하는 자니라"는 예수의 말씀이 있다. 예수를 따르지 않으면서도 그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는 이들에게 그리하지 말 것을 제자들이 금하며 예수께 보고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너희를 위하는 자니라."

이것은 종교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슈나 문제에 대해 좌, 우로 치우치지 말고 중립을 지키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이야기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그 중립이라는 것, 명확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것이 때론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결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특별히 정치적인 문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요란스러운 이명박 대통령과 밀봉된 박근혜 당선인

임기를 한 달여 남긴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도 충실히 대통령직을 수행하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 그에 반해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를 구성한 이후에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고 있다. 밀봉 인사가 그의 정치스타일을 암시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의 소통불가나 명박산성보다도 더 강력한 불통정치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진중한 것은 좋으나 그것이 극도의 비밀 혹은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민의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박근혜 체제역시도 국민적인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인수위 구성 과정에서도 몇몇 잡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은 묵묵부답이다.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인지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박근혜 당선인의 입만 바라보게 하는 것, 그의 의중을 짐작하게만 하면서 명확한 입장이나 해명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다.

아직은 지켜보고 있지만, 임기 내내 지난 12월 19일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한다면 명박산성을 능가하는 불통의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르겠다는 국민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여론의 추이를 보고자 함은 꼼수의 전형이다.

임기 한 달여를 남기고 이명박 대통령은 설날 특사를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 친인척 측근 비리에 연루된 이상득, 최시중, 천신일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공언했던 측근비리에 대한 의견과 상반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슬며시 대변인을 통해 설날 특사로 그런 면면의 인물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음을 비추고 여론을 살피는 것은 비겁한 일이며, 끝까지 꼼수를 피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친인척 측근비리에 대한 것은 확실하게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이에 대한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표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이것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친인척 측근비리에 대해서 일벌백계하겠다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화자찬하던 이명박 대통령도 문제지만, 임기 말 특사를 고심하며 여론 추이를 관망하며 형님 이상득, 멘토 최시중, 친구 천신일 특사에 관한 이야기가 청와대에서 솔솔 나오고 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박근혜 당선인 역시도 이에 찬동하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박근혜 당선인은 공약한 바대로 해주길 바란다.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한 바대로 명확하게 친인척 측근비리와 정치권력의 비리를 끊고자 하는 의자가 분명하다면, 청와대에서 고심하고 있는 설날 특사에 관한 입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최소한 이상득, 최시중, 천신일 등에 대해서는 설날 특사 명단에 들어가는 것은 반대한다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고, 임기를 며칠 앞두고 강행될 것으로 예견되는 설날 특사에 이들이 포함된다면 박근혜 당선인은 취임하면서부터 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삼성의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터졌다. 그러나 임기가 다 지나도록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보상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용산참사의 진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도 갇혀있는 이들이 있으며, 747공약 등 경제대통령을 내세웠지만,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경제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내세웠지만, 친인척 측근비리가 끊이질 않았으며, 취임하자마자 광우병 소고기 파동으로 촛불 정국을 불러왔다. 언론의 자유는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4대강은 공업용수로나 쓸 지경으로 유린당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약한 것들 대부분은 당선을 위한 입발림으로 판명되었다. 서민을 위한 경제가 아니라 대기업을 위한 경제구도로 편성되어 서민경제는 추락하고 있지만, 대기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그의 동반자였던 여당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권재창출을 했지만 새누리당은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권 재창출을 이루어낸 새누리당은 최소한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 차별성을 보여주고, 끊어야 할 고리를 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줄 호기가 설날 특사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일 것이다. 명확하게 친인척비리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 설령 이들에 대한 대통령 특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정권에서가 아니라 차기 정권에서 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단, 용산참사와 같은 일로 옥살이하는 이들에 대한 사면 등은 이명박 정부가 속죄하는 차원에서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어물쩍 당연히 사면되어야 할 이들 사이에 친인척비리 연루자들을 끼워 넣는 식으로 설날 특사가 이뤄지고, 박근혜 당선인도 이를 묵인한다면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성을 가질 수 없을 뿐 아니라, 비리정권의 연장일 뿐이라는 공감대가 박근혜 당선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너희를 위하는 자니라"는 말을 이 현실에 비추어 바꿔보자면 이렇지 않을까?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저지른 이들의 설날 특사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그것을 찬성하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기회가 왔다. 잘 살려가길 바랄 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난 대선의 48.4% 쪽에 해당한다. 그러나 결과가 나왔고, 51.6%가 승리를 했다. 그 선택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48.4%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박근혜 당선인은 51.6%의 국민의 행복만을 위해서 일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설날 특사에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비리인사들이 포함된다면 48.4% 이상의 국민이 불행해 질 것이며, 허탈해질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명확한 견해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일은 국민대통합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그것을 깨뜨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혜로운 판단을 기다린다.


태그:#이명박, #설날 특사, #이상득, #천신일,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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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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