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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새집 만들기
 예쁜 새집 만들기
ⓒ 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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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께, 새집 달아주기로 유명한 유태영 사장(태영건설)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밝았다. 며칠 후 상량식(上樑式)을 한다며 축하 해달라고 했다.

유 사장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10년 즈음. 집 짓고 남은 자투리 자재로 새집을 지어서 나무에 달아준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동해 그를 찾아가 만나봤다. 우락부락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부담스러운 첫 인상이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그의 외모에서 오는 거리감은 금세 친근함으로 바뀌었다. '새들도 집이 있으면 겨울에 춥지 않고 따뜻할 것 같아서' 새 집을 달기 시작했다는 말에 경계심이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만나 그해 5월에는 힘을 합해 '예쁜 새집 공모전'이라는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상량식은 아무 사고 없이 집을 잘 짓게 해 달라는 일종의 고사(告祀)였다. 11월 17일, 그가 짓고 있는 '상가형 주택' 상량식이 끝난 뒤 많은 사람이 웅성거리는 틈에 끼어 막걸리를 한잔 하며 유 사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연락도 통 안 되고..."
"좀 힘들었어, 일감이 없어서."
"건축업 하는 분들이 힘들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거짓말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렇지 뭐, 이 동네 저 동네 죄다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 있다 보니 나처럼 상가나 연립 주택 단독주택 짓는 사람들은 사실 몇 년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지(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 신축 등이 금지된다)."

공사 현장
 공사 현장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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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재개발 같은 대규모 개발이 건축업자에게까지 피해를 주었다는 말은 뜻밖이었다. 알고 보니 유 사장은 지난 몇 년 동안 반 실업자 신세였다. 주변 사람들과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던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 그동안은 무슨 일 하며 지냈어요?"
"집 짓던 놈이 뭐 하겠어, 공사판에서 일당 받고 노가다도 하고...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지, 뭐..."
"그건 그렇고..."

그는 다시 새집을 달고 싶다고 했다. 형편이 안 좋아서 한 동안 주춤했던 새집 달기 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예전처럼 함께 하자고 했다.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새집 필요한 사람 소개해주고, 기회 되면 예전처럼 새집 달기 행사 같은 걸 하면 어떨까."
"좋은 일이긴 한데... 그동안 그렇게 힘들었다는데 좀 더 사업에 매진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새집 달기야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요."
"괜찮아, 이제 자신 있어. 일거리가 좀 생겼어. 뉴타운 취소되고 나니까 집 짓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이참에 새집도 다시 만들어 보려고."

뉴타운 취소 후 건축 허가 신청, 약 다섯 배 증가

이기호 소장
 이기호 소장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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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담처럼 몇 마디 나누다가 그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왔다. 상량식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이 많아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뉴타운이 취소되고 난 뒤 일거리가 늘었다는 말에 무척이나 흐뭇했다.

유 사장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청을 방문해 뉴타운이 취소되고 난 후 건축 허가 신청 건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해봤다. 안양시 만안구(안양동·석수동 일원)는 주민들 반대로 뉴타운 지구지정이 지난해 4월 취소된 지역이다.

그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뉴타운 지구로 묶여 있던 2010년에 22건이던 단독이나 연립주택 건축 허가 신청 건수가 2012년엔 109건(11월 기준)이나 됐다.

상량식이 끝나고 십수 일이 지난 뒤 유 사장을 다시 만났다. 집 지을 때 유의할 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건축 현장사무실을 찾았다. 유 사장은 이기호 현장 소장과 함께 나를 반갑게 맞았다. 이 소장은 건축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오랜 기간 대기업 건설회사 소장으로 일한 이른바 '건설맨'이다. 

- 이제 뉴타운도 끝났고, 단독이나 연립 상가 주택 같은 것을 많이 지을 텐데, 만약 건축 지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집을 지을 때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이기호 : "제가 시공을 해 보니까 의견 조율이 중요 한 것 같아요. 건축주 하고 건설업자간 의견이 맞지 않아 언성 높일 때가 가장 힘이 들어요. 그러지 않으려면 시작할 때부터 건축주 시공자 설계자가 자주 만나 회의하고 의견일치를 보는 게 좋지요. 건축주의 의견을 착공 전에 충분히 반영해 시공이 원활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 그 밖에 다른 점은 없나요? 계약 방식이라든가...
이기호 : "물론 계약서를 잘 써야죠. 대개 평당 얼마 하는 식으로 계약 하는데 그러면 안 돼요. 각 공사종목별로 건축주 요구사항과 자재의 상이점 등을 조율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레미콘 철근의 규격 및 마감자재(싱크대·전등·온돌마루 등) 품목의 지정 등을  모두 확인하고 계약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분쟁이 발생해도 해결 할 수 있어요. 관공서는 예전부터 이렇게 했는데 민간에서는 대충 평당 얼마 하고 있어요, 그거 굉장히 위험해요. 다툼의 소지도 많고요."

유태영 : "요즘은 층간 소음 문제도 중요해. 층간 소음 없애는 데 필요한 자재를 사용해야지. 방하고 방 사이 소음을 최소화 하는 데 신경 써야지. 물론 약간은 들리겠지만 최소한 요즘 짓는 아파트 수준은 돼야 편하게 살 수 있지 않겠어?"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태그:#새집, #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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