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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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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기도 한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이 스페인의 '망각협정'을 자기 당 박근혜 후보의 대통합 모델로 제시, 박 후보의 '100% 국민 대통합'이 과거사 청산이 아닌 '과거사 덮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황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열린 '100% 대한민국 대통합 비전선언 및 국민토론회' 인사말에서 남·북한의 통합을 강조하면서 "그런데 세가지의 벽이 있다. 첫째가 과거사의 벽"이라며 "마치 만델라나 스페인의 프랑코 총통 기간 이후에 스페인이 하나가 되었듯이 그 일을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박근혜 후보는 이 일을 할 역사적 임무가 있다"며 "그래서 본인이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감싸 안을 것은 감싸 안아서 이 일을 마치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하고 약속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에 동교동계 인사와 민주화운동진영 출신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실을 거론했다.

황 대표가 언급한 프랑코 총통은 군대를 이끌고 봉기, 내전에서 승리한 뒤 총통의 자리에 올라 40년 가까이 스페인을 철권 통치한 인물이다. 군인이던 프랑코 총통은 1936년 총선에서 인민전선이 승리하자 이에 반대해 봉기했고, 이는 스페인 내전으로 이어졌다.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로 유명한 미국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프랑코에 맞서 이 전쟁에 참전했다.

프랑코가 죽은 뒤 스페인은 '민주주의의 기적'이란 평가를 들을 정도로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유를 정착시켰지만, 현재까지도 과거사 청산 문제가 여전히 숙제다. 1975년 프랑코 사후 정치권은 스페인 내전과 관련자들의 잘못을 캐지 않고 절대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망각협정'을 맺어 법적인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다.

황 대표 말대로라면, 박 후보가 추구하는 100% 국민 대통합은 '과거는 묻지마'식 대통합이라는 얘기다.

반면 황 대표가 넬슨 만델라를 언급한 것은 스페인의 과거청산과는 전혀 성격이 달라, 두 경우를 같이 박근혜 후보가 추구해야할 과거사 청산 모델로 꼽은 것은 두 경우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과거사 청산 조치는 진실화해위원회로 상징되는데, 그 핵심은 '진상을 밝히면 사면 해준다'는 것. 즉, 가해자의 고백과 반성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당시 사실에 대한 학술적 연구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는 스페인의 '침묵협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또 만델라 전 대통령의 경우, 인종차별정책의 피해자로서 화해의 손을 내민 것으로, '독재자의 딸'인 박 후보와는 처지가 다르다.


태그:#과거사청산, #프랑코, #만델라, #망각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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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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