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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이광범 특별검사팀 수사결과 발표 자리에서 이석수 특검보는 청와대 측의 수사 비협조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청와대가 많이 협조했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고,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사가 시간적으로 절차적으로 법에 정해진 것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특검팀은 최선을 다했다. 청와대의 비협조 여부는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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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히 완곡한 표현이다. 하지만 특검팀이 발표한 결과 발표 자료에는 좀 더 직접적으로 쌓였던 불만을 표출했다. 특검팀은 맨 마지막 '특검 운영 관련 제도개선사항' 항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거부한 데 대해 이렇게 적시했다.

"이 사건과 같이 현직 대통령 일가와 청와대 고위공무원들이 연루된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을 30일 이내에 마치라는 것은 철저한 수사라는 입법목적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특검을 도입하는 이상 수사기간에 지나친 제한을 두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고, 특별검사가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연장 요청을 하는 경우 연장사유를 보고하는 것으로 수사기간이 연장될 수 있도록 하되, 연장을 불허할 수 있는 예외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함."

또한 특검팀은 "특별검사로 하여금 임명을 받은 후로부터 10일의 준비기간 내에 물적 구성을 완료하라는 특별검사법의 요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라며 "특검팀의 사무실 공간을 공공기관 시설에 미리 확보해 두는 등 물적 시설의 사전확보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광범 특검팀은 수사기간 뿐 아니라 사전 수사 준비기간도 10일로 이전과 비교할 때 짧은 편이었다. 직전에 실시된 디도스 특검(박태석 특별검사)의 경우 준비기간이 20일이었다.

"준비기간 10일로 물적 구성 완료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

지난 10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맡은 이광범 특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장면.
 지난 10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맡은 이광범 특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장면.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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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인 구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표했다. 특검팀은 "단기간의 수사과정에서 중요 사건 관련자들이 참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출석에 불응하고 허위 진술을 하는 경우 의혹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이라는 특검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면서 "신중한 검토를 거쳐 제한적으로라도 참고인 구인제도 등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특검팀은 특히 대통령 일가와 관련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와 이 대통령의 형수 박아무개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편법 증여'의 한 주체가 되는 김윤옥씨에 대해 특검팀은 대통령의 부인 예우 차원에서 방문 조사까지 양보했으나, 결국 청와대 측의 버티기로 서면조사에 그쳤다.

박씨는 참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공개적으로 소환 날짜까지 밝혔지만 결국 불발됐다. 김윤옥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설아무개씨에 대한 소환 조사도 불발됐고,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는 수사 초기 해외 도피 논란에 이어 수차례 연기 끝에야 소환됐다.

특검팀은 예산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특검팀은 "수사기간 중반이 지나서야 뒤늦게 예산집행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 특별검사의 사비로 물적 시설을 확보하고 수사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조달하라는 것"이라며 "특별검사가 임명되면 즉시 임시예산을 편성하여 수사준비기간 내에 필요한 비용을 집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는 수사기간이 이례적으로 짧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 학술적으로 충분히 논의해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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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특검이나 특검보가 주요 피의자들을 심문할 경우 현직 변호사인 특별수사관들이 심문에 참여하지 못하고, 꼭 검찰 파견 검사가 해야 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특검팀은 "변호사의 경우 수년간 법률사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고, 이중 판사나 겸사의 경력을 가진 변호사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변호사 중 일정한 경력을 가진 자의 경우 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특별수사관의 지휘를 사법경찰관으로 규정한 특검법 제7조와 피의자신문과 참여자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43조에 대한 이의 제기로, 지금까지 실시된 여러 특검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이광범 특별검사는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청와대 측의 거부로 불발된 데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해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에 대해) 해석상 다양한 논쟁이 있다"면서 "먼저 학술적 논의부터 충분히 이루어져서 다음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안이 도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는 뜻이다.


태그:#특검, #이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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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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