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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14일 오후 5시 17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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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땅 헐값 매입 의혹을 수사해온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14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에 대해 부동산실명제 위반 혐의는 불기소 처분하는 대신, 이 대통령 부부로부터 편법증여를 받았다고 보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 국세청에 증여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또한 특검팀은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태환 전 청와대 경호처 행정관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이 대통령 사저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이시형씨의 부담을 낮추고 국가의 부담을 높여 국가에 9억7000여만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이광범 특검팀이 내곡동 사저 땅의 이시형씨 매입 자금 12억을 편법증여에 의한 증여세 포탈로 판단하고,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는 점에서, 결국 이번 사건에 대한 이 대통령의 책임을 물은 셈이다. 편법증여의 주체는 이 대통령 부부이고, 배임에서는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의 발언처럼 '이익의 주체'가 이 대통령 일가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이 대통령 일가가 얻은 재산상 이득은 국가가 손해를 입은 만큼인 9억7000여만원이 된다. 다만 현직 대통령은 재직중 형사상 불소추 특권(헌법 84조)이 있기 때문에 특검팀은 이 대통령을 불기소 처분(공소권 없음)했다.

또한 특검팀은 심형보 청와대 경호처 시설관리부장을 공문서변조와 변조공문서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비서관,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에 대해서는 부동산실명제위반과 배임 혐의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같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30일이라는 역대 최단기간동안 진행된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이 특별검사를 비롯해 1~2명만 공소유지를 위해 남고 나머지는 해체된다.

특검팀은 "수사기간의 제한 및 수사 비협조 등의 장애로 인하여 일부 부족한 결과물을 내놓게 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의혹의 전모가 더욱 명백히 드러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하면서, 특별검사팀의 30일간 활동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특검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소환하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하는 짧은 기간 동안 깊은 인상을 남겼던 특검팀은 하지만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는데 실패하므로써 '미완의 수사'로 남게 됐다. 또한 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시도도 하지 못했고, 부인 김윤옥씨에 대한 조사도 청와대측의 반대로 서면조사에 그쳤으며, 각종 증거자료에 대한 미제출 및 버티기, 대통령 일가의 참고인 소환 불응 및 시간끌기, 기간 연장 신청에 대한 거부 등 역대 특검 중 가장 청와대측의 견제에 시달린 특검으로 기록되게 됐다.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배임 혐의에 대해 이시형씨를 비롯한 이 대통령 일가가 불기소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특검팀이 "(김윤옥씨가) 사실상 아들(이시형)에게 매수 자금을 증여할 의사가 있었음을 증언했다"고 밝힘에 따라 대통령 내외의 편법 증여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

제한적이나마 특검팀이 수사 성과를 거둠에 따라 수개월간 수사하고도 지난 6월 관련자들을 전원 무혐의 처분했던 검찰은 더욱 할 말이 없게 됐다.

각 혐의별로 특검은 어떻게 결론 내렸나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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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임] 객관적 기준 무시하고 이시형 이익 위해 임의로 가격 결정 = 특검팀이 밝힌 내곡동 사저 땅의 적정 분배 가격은 경호시설 부지(2143㎡)가 33억여만원, 사저 부지(463㎡)가 20억9000여만원이다. 내곡동 땅 전체에 대한 평균 감정평가액은 41억여원이고, 이중 경호시설 부지가 25억여원, 사저부지가 15억9000여만원이므로, 이것을 실제 매입가격 54억원으로 계산하면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매입 가격 분배는 이시형씨가 11억2000만원을 내고 경호처는 42억8000만원을 냈다. 결국 이시형씨를 명의로 하는 이 대통령 일가가 9억7000여만원이라는 재산상 이득을 보고, 국가가 그만큼 손해를 본 것이다.

중요한 점이 또 있다. 1차 매매계약(2011년 5월 25일)이 체결된 이후 두 사람은 문제의 내곡동 땅 중 시세가 가장 높은 20-17 대지에서 이시형씨의 소유 부분을 1차 계약 283㎡(85.8평)보다 넓은 330㎡(100평)으로 변경하되 가격은 그대로 하는 2차 매매계약(2011년 6월 20일)을 체결하여 이시형씨가 더욱 이득을 보게 했다고 특검팀은 발표했다.

특검팀은 "김인종과 김태환은 부지별 감정평가액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무시하고 이명박 대통령 아들인 이시형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사저부지 매입가격과 경호시설 부지 매입가격을 임의로 결정함으로써, 이시형의 사저부지를 적정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게 하기로 공모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2011년 4월 말 아직 매매계약이 이루어지기 전 내곡동 땅을 사저 및 경호시설 부지로 매입하고 사저부지로 140평을 할당하겠다는 건의를 김인종 전 경호처장 측에서 이 대통령에게 했고, 이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서 사저부지의 명의를 아들인 이시형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 [부동산실명제 위반 및 편법증여] 김윤옥, 이시형에게 증여 의사 있었음 인정 = 특검팀은 김윤옥씨가 이시형의 장래를 생각하여 사저부지를 이시형 명의로 구입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윤옥씨가) 이시형이 이를(사저 매입자금으로 빌릴 12억) 변제하지 못할 경우 자신 소유의 논형동 사저부지를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변제할 생각이었다면서 아들이 이시형에게 매입자금을 증여할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특검팀은 이시형씨가 자신이 사저 땅의 실권리자라고 주장하지만, 직업·연령·소득·재산상태나 평소 어머니(김윤옥)로부터 차량구입비나 용돈, 생활비 등을 지원받은 점 등을 볼 때 11억2000만원에 이르는 사저 부지를 매입할 자금력이 없다고 봤다. 특검팀은 "이시형 스스로도 자신의 재산상태 등에 비추어 위 차용금 및 대출금 합계 12억원과 그 이자를 변제할 능력이 없었음을 자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부동산실명제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여 혐의 없음 처분을 하는 대신, 편법 증여에 의한 증여세 탈루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국세청에 증여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 [증거조작] 검찰 조사 '통매수' 진술 맞추기 위해 보고서 사후 조작 = 이번 특검수사에서 기존에 알려진 관련자 외에 새로 기소된 사람은 심형보 경호처 시설관리부장이다. 그의 혐의는 공문서변조 및 변조공문서행사다.

특검 발표에 따르면, 그는 당초 사저부지와 경호시설 부지의 필지별 협의금액을 산정해 기재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김인종 당시 경호처장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문제가 불거지고 수사가 시작되자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필지별 매입금액을 합의하지 않고 소위 '통매수'를 했다고 허위로 진술했다. 특검이 출범하고 보고서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심 시설관리부장은 부하 직원에게 지시해 보고서를 조작한 후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은 조작 가담 정도가 약한 부하 직원 도아무개씨는 기소를 유예하고 청와대 대통령실에 징계요청을 통보했다.

이상은 붙박이장 6억 원 출처는 확인 못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나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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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부분 성과에도 불구하고 관련 의혹이 속 시원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특히 이상은 회장의 붙박이장에서 나왔다는 현금 6억원의 출처가 근본적으로 어디인지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다. 특검팀은 그 돈의 출처가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도곡동 땅을 판 자금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고, 확인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이광범 특별검사는 수사를 마치는 발표에서 "우리에게는 특검 역사상 가장 짧은 단 30일의 수사기간만이 부여되었고, 특히 국가대사인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수사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어떠한 결론이더라도 그 도출된 경론이 어떠한 수사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이석수 특검보는 "이번 특검 수사가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성역이 없다는 부분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교육문화관 지하1층 강당에서 진행된 수사결과 발표에는 이광범 특별검사와 이창훈․이석수 특검보를 비롯해 권영빈·이경석·김재식·허금탁·서형석·탁경국 특별수사관과 강상만 법무관이 참석했다. 검찰에서 파견됐던 검사 5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현장에는 발표 2시간 전부터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려 뜨거운 국민적 관심을 반영했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 및 특검 수사 일지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 및 특검 수사 일지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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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광범, #이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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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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