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2일 오전 부산 진구 범천1동 부산상공회의소를 방문해 부산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 앞서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2일 오전 부산 진구 범천1동 부산상공회의소를 방문해 부산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 앞서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부산의 에코델타시티는 친수구역개발과는 별도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지난 12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부산지역 기업 경영인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에코델타시티는 부산시 강서구 일원에 1188만5000㎡(약 360만평) 규모의 수변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4대강 사업에 8조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한국수자원공사(수공)의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처음 추진하는 대규모 수변구역 개발이다. 본래 수공은 토지개발로 상업시설이나 주택시설을 건설해 영리사업을 할 수 없지만 지난해 여당이 '친수구역개발 위한 특별법'(친수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면서 가능해졌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안 후보가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입장과 친수법 폐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에코델타시티 또한 백지화 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에 부산지역 경영인들을 비롯해 지역 개발 사업을 바라는 쪽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 후보의 발언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그의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법이 없어도 추진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 사업이 왜 친수법을 근거로 추진됐는지 파악했다면 쉽게 "추진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친수구역법 폐지하면서 친수구역개발 사업은 찬성?

수공이 나서기 이전 에코델타시티사업은 한참동안 표류중이었다. 처음 '강서국제물류도시'로 진행됐던 이 지역의 개발 사업은, 전체 지분 가운데 70%를 맡기로 한 LH공사가 지난 2010년 7월 부채 문제로 사업 불참을 선언하면서 멈춰섰다. 무산위기에 처했던 사업이 주택 2만 9000세대, 레저, 문화 시설이 복합된 더 큰 규모의 에코델타시티로 부활한 것은 친수법 때문이다. 토지개발 사업이 가능해진 수공이 LH공사를 대신해 최대 사업자로 나섰고, 현재는 총 5조 4000억 원 가량의 사업비 가운데 4조 3000억 원 정도를 부담한다.

이 지점에서 에코델타시티 사업이 친수법에 근거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친수법을 폐지 한다는 것은 곧 수공의 개발 사업권을 박탈하는 것과 같다. 수공이 나설 수 없게 되면,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또 다시 친수법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 안 후보 말대로 법 폐지 이후에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으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수공을 대체할 수 있는 사업자가 나타나야 한다. 친수법이 폐지된 상황에서 국가하천 수변공간을 개발할 수 있는 별도의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

이를 충족시켜 안 후보가 자신의 발언을 지킬 수 있으면 그걸로 끝나는 걸까? 문제는 이 두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먼저 수공이 아닌, 4조원에 달하는 사업비용을 투자할 만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부터가 난망하다.

안 후보는 부산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에코델타시티를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밝히며 "친수법 이전에 원래 LH공사에서 검토하던 사업이다, 전국에서 신청한 30개 사업 후보지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뽑힌 곳"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친수법이 없어도 사업의 타당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LH공사는 부채 문제로 사업에서 빠졌다. 수공 또한 사업비 마련을 위해 3조9414억 원의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그만큼 사업규모가 크다. 4대강 사업과 같이 정부가 나서는 것 이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또 친수법을 폐지해놓고 사업을 계속하려면 비슷한 근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친수법의 핵심은 '국가하천의 양쪽 각 2㎞ 이내 지역이 50% 이상 포함된 지역을 지정해 주거·상업·산업·문화·관광·레저 등의 시설을 조성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친수법에 따르면 국토의 23.5%에 해당하는 면적에 난개발이 허용된다. 이는 친수구역 지정을 허용 한 기존 법안인 하천법 제44조 시행령에서 '지정범위를 하천의 자연성 및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최소로 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과 충돌한다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안 후보 또한 이러한 이유로 친수법 폐지의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난 11일 발표한 공약집에서 '친수법에 따른 수변구역 개발사업으로 4대강 생태환경의 지속적인 악화 우려'라고 진단했다. 이에 '친수구역 개발사업은 전면 재검토해 대책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만약 친수법을 폐지하면 '강서국제물류도시' 사업이 에코델타시티 사업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추가된 사업부지에 대한 새로운 개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생태환경 파괴를 우려해 폐지시킨 법안을 에코델타시티만을 위한 법으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개발 필요성 인정해도 마구잡이 아닌 대안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역환경단체 생명그물에 이준경 정책실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에코델타시티는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침체된 상태에서 100%가 분양됐을 때를 기대하는 장밋빛 환상"이라며 "친수법이 아니더라도 개발을 못할 이유는 없지만 수변에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하천 가운데 사업 대상지인 서낙동강이 가장 오염이 심하다"며 "개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수공에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하는 개발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에코델타시티 관련한 발언을 마치며 "친수법이 폐지되더라도 그와는 별개로 경제적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산업 물류 도시를 포함한 서부 발전 계획을 추진하겠다"며 '검토'의 여지를 남기기는 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모호함 속에는 어떠한 고민도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지역의 반발에 대처하는 차원으로 내뱉는 말이 아니라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숙성된 정책을 보여줘야 할 때다.


태그:#안철수, #에코델타시티, #부산, #상공회의소, #생명그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