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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채소> 책겉그림
▲ 책겉그림 <기적의 채소> 책겉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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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불어도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들 뿌리가 깊이 뻗어 내린 까닭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고 하죠. 뿌리가 옆으로 넓게 뻗은 이유 때문에 그 큰 비바람 앞에서도 곧 잘 견딘다고 하죠.

울창한 숲속에서 자라고 있는 큰 나무들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실은 그 큰 나무들도 굵은 뿌리들을 옆으로 뻗어가고 있죠. 그만큼 많은 수분과 영양분을 손쉽게 공급받고자 하는 까닭이겠죠. 그것이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선보이고 있는 특징이죠.

어렸을 때,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소나무가 많은 곳에는 결코 다른 나무들이 자라지 않다는 걸 알았죠. 겨우 진달래꽃과 철쭉꽃만 소나무 사이사이에 자라고 있는 걸 봤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자기 영역 표시와 무관치 않다고 합니다. 소나무가 잎을 떨어뜨리면서 자기 밑에 다른 나무들이 살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말이죠. 송진을 머금은 솔잎이 땅에 떨어지면 그 주변 땅은 강산성으로 바뀐다고 하죠. 그것 때문에 다른 나무와 풀들은 살 수가 없고, 오로지 그에 적응하고 있는 진달래와 철쭉만 그 사이에서 자란다고 하죠.

소나무가 많은 곳에 다른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이러한 경쟁 방식을 도입한 농업이 자연재배이다. 즉, 작물들이 힘들여서 잡초를 몰아내기 위해 만든 토양이 바로 자연재배를 성공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그렇게 힘들여 만든 토양을 다시 작물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면 토양을 갈아엎지 않아야 한다. 만약 갈아엎는다면 다시 잡초 밭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90쪽)

송광일 박사가 쓴 <기적의 채소>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지금 우리들 밥상에 올라 온 쌀과 밀과 채소와 과일들은 실은 농약 투성이인 게 많다고 하죠. 사과나 바나나도 며칠 동안 놔두면 곧바로 썩어버리죠. 그만큼 농약을 많이 쓴 까닭이겠죠. 물론 좋은 유기농 제품도 없지는 않겠죠. 하지만 그것 역시 완전한 자연재배와는 거리가 멀다고 합니다.

자연재배란 한 마디로 뭘 말하는 걸까요? 그것은, 송광일 박사의 말을 빌린다면, 식물 자체가 치열하게 먹이활동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강한 식재료를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화학비료와 농약이 쓰지 않기 때문에, 그 생산물들이 결코 썩지 않는다고 하죠. 그 식물들이 여러 벌레와 해충들까지도 스스로 이겨내고 몰아내는 힘까지 키운다고 하죠. 물론 그 맛과 당도는 어느 농산품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 책을 보니, 2008년 OECD 보고서에는, 우리나라가 쓰고 있는 농약양이 세계 1위이고, 비료 사용량은 세계 4위였다고 밝혀줍니다. 우리나라가 농약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그만큼 손쉬운 방제작업으로 병해충도 막고, 농산물 생산량도 더 많이 늘리고자 하는 까닭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우리들 밥상에 올라오고 있으니 어찌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제초제 같은 성분 모두 흡수한 채 살아남는다

더 큰 걱정은 그것이라고 하죠. '유전자변형농산물(GMO)' 말입니다. 그것들은 병충해로부터 막아주긴 하지만 제초제 같은 성분은 모두 흡수한 채 살아남는다고 하죠. 그것이 우리나라에 흘러들어오고 있으니, 그걸 먹고 있는 우리들 몸이 성할까요? 더욱이 우리들의 자녀들은 어떨까요?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나중엔 어떤 질병이 도래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 같은 걱정거리들로부터 자유롭도록 하기 위해 송광일 박사는 '자연재배'를 꿈꿨다고 하죠. 축산업을 한 1983년경부터가 그 시작이었고, 1999년도부터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직접 오염되지 않는 농장 터를 찾아 시설하우스를 짓고 비료를 주지 않는 농사를 지었다고 하죠.

물론 비료를 주지 않더라도 땅에 유기물은 넣어야 된다는 생각에 처음엔 참나무 껍질을 땅 속에 넣었다고 하죠.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것이 삭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초기에는 잘 자라던 작물들이 단백질 생성을 못해 노랗게 변색된 채 죽어갔고, 그 둘레 사람들도 모두 손가락질했다고 하죠.

거급된 실패 때문에 그는 2002년 전남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체계적으로 연구를 거듭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번 실패한 메론 대신에 국화꽃을 선택했는데, 어느 날 피어난 연초록 새싹을 보고서 그 꿈이 현실이 될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확신을 했다고 하죠. 얼마나 감격스러운 날이었을까요?

2008년에는 <기적의 사과>로 유명한 일본의 기무라 아키노리 씨도 송광일 박사의 자연재배 농장을 직접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 때 아키노리 씨는 감탄을 연발했다고 하죠. 일본에서는 노지(露地) 재배만 자연재배로 성공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시설하우스까지도 성공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생산성이 떨어지는 몇 년을 넘어서면 땅이 건강해져 생산성을 눈부시게 늘어난다. 가장 필요한 건 '기다림'이다. 산림이 어느 시점에서 걷잡을 수 없이 울창해지는 것처럼 채소도 그렇게 스스로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렇듯 스스로 자생하는 자연의 힘이 농작물에서 발휘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의 욕심 때문이다."(105쪽)

그렇죠. 어느 것이든 단숨에 성공하는 법은 없죠. 기다림만이 그 결실을 보게 하는 비결이죠. 송광일 박사도 그 숱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과 비난을 감수했겠습니까?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누구든지 자연재배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코 긴긴 기다림 속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죠. 그 기간만 인내하고 나면 일반 농작물 재배보다도 훨씬 더 많은 수확량과 훨씬 더 좋은 제품들을 생산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믿지 못한다면 산허리를 자른 도로공사 현장을 살펴보라고 하죠. 처음에는 그곳에 칡이나 억새풀이 많이 자란다고 하죠. 나중엔 그 칡 덩쿨이 그곳을 뒤덮을까봐 사람들이 나서서 그것들을 제거해 버린다고 하죠. 하지만 몇 년이 지난 뒤에는 관목과 큰 교목나무들이 그 숲을 장악한다고 하죠. 진화론적으로 보면 양치식물, 외떡잎식물, 그리고 쌍떡잎식물의 순서대로 말이죠.

그처럼 자연재배를 한 땅은 차츰차츰 그 환경에 맞는 자연적응력을 키워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곳에도 여러 나방들과 해충들이 나부낄 수 있다고 하죠. 하지만 그때마다 화학비료나 퇴비를 주고, 또 여러 제초제와 살충제를 써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시간이 지남과 함께 자기 환경에 맞게 그 식물들이 적응을 해간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그가 재배한 채소와 과일을 먹고 아토피와 여러 질병들을 고친 사람들 이야기도 나와 있습니다. 광주여자대학교 대체의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으니 그가 밝혀 놓은 이야기는 결코 거짓이 아니겠죠.

속도 위주의 성장을 추구하던 개발시대야 배고픈 시대였으니 다들 많은 양을 원했죠. 그러나 이제는 그가 이야기한 대로 질을 더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머잖아 닥칠 FTA의 피해 앞에 농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도, 우리들의 밥상을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길도, 그가 실현한 '자연재배'에 달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기적의 사과 | 이시카와 다쿠지 (지은이), 이영미 (옮긴이),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제작팀 (감수) | 김영사 | 2009년 7월



기적의 채소 - 비료도 농약도 쓰지 않는 먹거리 혁명, 자연재배

송광일 지음, 청림Life(2012)


태그:#송광일 박사의 〈기적의 채소〉, #유전자변형농산물, #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시설하우스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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