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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위의 논어>표지
 <식탁위의 논어>표지
ⓒ 페이퍼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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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사회, 청소년, 교육에 관한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문제의 발단원인과 대책으로 거론되던 여러 가지 중 하나가 소위 '밥상머리교육'이었습니다. 밥상머리교육이란 대가족 제도 하에서 할아버지와 손자, 아버지와 아들딸들이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가정교육을 일컫는 말입니다.

정형화된 커리큘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서부터 지금 막 회자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까지를 아우르던 것이 밥상머리교육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학교처럼 정해진 의자에 앉아 부르는 출석에 답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국어니 산수니 하며 부르는 과목명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밥상머리교육엔 제도와 형식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지혜와 상식, 가치와 전통이라는 담겨 있을 겁니다.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공동체에서 개인 중심으로 변모해가며 얻은 산업화와 사회적 발달의 대가였는지는 모르지만 시나브로 사라진 밥상머리교육은 가정이나 사회, 교육이나 청소년 사이에서 발단하는 문제의 근원적 원인으로도 거론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도 처방으로도 제안되곤 했었습니다.   

밥상머리교육으로 펼쳐진 <논어>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송용준이 쓰고 페이퍼로드가 펴낸 <식탁 위의 논어>는 저자인 송용준 교수가 일요일 아침마다 가족들과 수다처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펼쳤던 밥상머리교육의 주제, <논어>를 정리한 신간입니다.

가족들 간 밥상머리에서 펼치던 <논어>가 두 딸의 제안으로 팟캐스트(podcast)에 '식탁 위의 논어'로 올려져 8개월 동안 지속되었고, 그간 팟캐스트를 통하여 공유되었던 내용을 활자화 한 것이 <식탁위의 논어>입니다.   

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으로 추앙되고 있는 공자는 누가 뭐래도 세계 최초의 사학자입니다. 요즘으로 치자면 학원 강사에 지나지 않을 공자가 수천 년이 흐른 후세에서도 성인으로 추앙받을 수 있는 건 그가 하였던 교육내용과 교육방식이 수천 년 동안 지속될 만큼 견고하면서도 현실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자가 사학(私學)을 열러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관료가 되는 데 필요한 실용의 학문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취직을 알선했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가?",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등의 문제를 다루는 인문교육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공자는 실용의 학문이 의미와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인생의 이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식탁위의 논어> 13쪽

<논어>는 공자가 제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 말을 제자들이 그때그때 기록한 것이기에 전후사정이 생략된 경우가 많아 실감나게 이해하려면 재구성이 필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식탁 위의 논어>는 바로 이 부분, 공자가 대화를 나누던 상황이나 전후 사정을 재구성한 입체적인 주해와 현실에 맞춘 눈높이 설명으로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대학교육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인문교육

요즘 대학가에서는 취업률을 향상시키는 것이 최고의 현안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대학의 명운을 좌우할 각종 평가에서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정말 사활을 걸고 매달리고 있는 분야가 취업률 향상입니다. 

공자의 교육은 바로 작금의 세상에서도 최고의 현안으로 취급되고 있는 취업, 관료가 되는데 필요한 실용적 학문에 삶의 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는 인문교육을 병행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교육도 산학협력이나 학·연·산 공동연구, 맞춤식이니 현장교육이니 하며 실용을 강조하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요즘 교육은 오직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과 방법, 지식과 조건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삶의 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는 인문교육,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골격이 될 인성교육은 배제되거나 등한시되어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실정입니다.

그러한 교육 결과는 가정과 사회를 위태롭게 하고 청소년들의 미래를 암담하게 할 뿐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우승이 능력이나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는 삶의 가치가 붕괴된 사회, 점점 살벌해지고 피폐해지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송용준 교수가 밥상머리교육으로 펼치다 팟캐스트에 올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였던 <식탁 위의 논어>는 오늘날 사회, 요즘 교육을 진단하는 문제점이자 문제해결을 위한 처방이 될 것입니다.

<식탁 위의 논어>, 개개인들은 물론 교육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자, 교육정책을 입안하거나 집행하고 있는 정치집단과 관료, 사회 지도층인사들이 반드시 읽으며 새겨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자 인문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식탁위의 논어>┃지은이 송용준┃ 펴낸곳 페이퍼로드┃2012.09.17┃값 14,800원



식탁 위의 논어

송용준 주해, 페이퍼로드(2012)


태그:#식탁위의 논어, #송용준, #페이퍼로드, #공자, #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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