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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형과 조카 막둥이. 죽방림이 있는 곳을 향해 배를 타고 갑니다.
 매형과 조카 막둥이. 죽방림이 있는 곳을 향해 배를 타고 갑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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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바다는 콘크리트에 짓눌린 이들 가슴을 '뻥' 뚫었습니다.  가는 목적지가 도시에서는 결코 맛 볼 수 없는 자연산 회를 먹을 수 있는 '죽방림'이기 때문에 설렘까지 더했습니다.

가자 죽방림으로, 낚시는 못해 아쉽지만...

죽방림은 대나무와 나무에 그물을 엮어 만든 고기잡이 방식입니다. 아주 원시적인 방식이지만 가장 완벽한 방법입니다. 썰물과 밀물 차가 많이 나는 서해안과 남해안에 많습니다. 요즘은 거의 사라진 고기잡이 방식입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 고향에는 몇 군데 남아 있습니다. 지난 1일 죽방림에 고기를 잡으러 간다고 하자 낚시를 잘하는 큰 아이가 좋아합니다.

"고기 잡으러 가자!"
"고기 잡으러 간다고요? 나는 낚시 잘해요."
"오늘은 낚시가 아니라 발(죽방림)에 있는 고기를 잡는 거야."
"나는 낚시하면 좋겠는데."
"다음에 하면 되잖아."


죽방림입니다. 고기가 둥글게 막은 그물 안으로 들어가 결국은 작은 그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가장 확실한 고기잡이 입니다.
 죽방림입니다. 고기가 둥글게 막은 그물 안으로 들어가 결국은 작은 그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가장 확실한 고기잡이 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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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림입니다. 물고기가 길게 늘어진 그물을 따라 가다가 둥글게 막은 그물 안으로 들어가 결국은 작은 그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가장 확실한 고기잡이 입니다.
 죽방림입니다. 물고기가 길게 늘어진 그물을 따라 가다가 둥글게 막은 그물 안으로 들어가 결국은 작은 그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가장 확실한 고기잡이 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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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대나무를 물길 방향에 따라 가로 또는 세로로 약 20~30미터를 듬성듬성 세웁니다. 그리고 그물을 칩니다. 양끝은 둥글게 만듭니다. 물고기가 그물을 따라 가다가 둥글게 만든 그물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합니다. 옛날 선조들의 지혜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고기가 잡혀요?", 한때는 1미터 짜리 숭어가...

"아빠 고기 보세요! 고기가 있어요!"
"막둥이가 먹을 물고기가 많이 잡혔네."
"그런데 고기가 어떻게 잡혀요."
"저기 세로로 쭉 늘어선 나무와 그물 보이지 물고기가 그물을 넘어가지 못하고 계속 옆으로 오면 둥글게 생긴 그물 안으로 들어오면 다시는 나가지 못해."
"정말 신기해요?"
"신기하지. 아빠도 아직 신기해."

농어와 전어가 한 아름 잡혔습니다.
 농어와 전어가 한 아름 잡혔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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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한아름 잡힌 농어와 전어를 보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큰 아이가 한아름 잡힌 농어와 전어를 보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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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고기가 많이 잡혔습니다. 앞날(9월 30일)에도 잡았기 때문에 고기가 많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죽방림은 하루에 한 번씩 고기를 잡습니다. 우리 동네 바다는 썰물과 밀물이 차가 많기 때문에 옛날부터 고기가 많았습니다. 숭어 같은 경우 거짓말 조금 보태 1미터짜리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고기 반, 물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옛날 이야기입니다.

"농어와 전어가 많이 들었네."
"농어는 비싼 고기야. 전어는 지금이 맛있지."
"농어도 마찬가지지. 가장 맛있는 때야."
"회로 먹으면 정말 맛있겠어요."
"살아있어요. 살아있어!"
"방금 건져 올렸는데 살아있지."
"이렇게 살아있는 물고기는 처음 봤지. 수족관 물고기와는 차원이 다르지."

▲ 자연산회 농어와 전어가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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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농어와 전어를 본 아이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신기하겠습니까. 수족관에 들어있는 물고기는 보았지만 바다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콘크리트 문화에 찌들어 사는 도시 사람들이 참 불쌍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리산이 저 멀리 보였습니다. 지리산을 보면서 우리 동네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알았습니다. 바다는 이순신 장군 숨결이 느껴지고, 손에 닿을 듯한 지리산은 산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살기 좋은 동네에서 저를 태어나게 해주신 하나님과 부모님께 저절로 감사가 나옵니다.

저 멀리 지리산이 보입니다.
 저 멀리 지리산이 보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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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림에서 잡은 농어와 전어로 회를 썰었더니 두 접시가 나왔습니다. 접시 하나가 횟집 두 접시는 되었습니다.

우리집 한 접시는 횟집 두 집시, 오늘도 딸 아이는...

"횟집에서 먹으면 두 접시는 되겠네."
"두 접시 되지, 아니 넘을 것 같은데."
"횟집에서 이렇게 주나. 밑에 무이 깔고 주잖아요."
"정말 맛있다. 맛있어."

우리집 예쁜 아이는 역시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서헌이 봐라. 한 입에 그냥에 들어간다. 못 먹는 회가 없어요. 개불도 좋아한다니까."

농아와 전어회. 도시에서는 결코 맛 볼 수 없는 자연산회입니다. 횟집에 사 먹으려면 10만원치는 됩니다.
 농아와 전어회. 도시에서는 결코 맛 볼 수 없는 자연산회입니다. 횟집에 사 먹으려면 10만원치는 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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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딸 아이. 오늘도 끊임없이 먹었습니다.
 회를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딸 아이. 오늘도 끊임없이 먹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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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먹는 것을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여자 아이가 어떻게 회를 좋아하는지, 혹시라도 누가 뺐어 먹을까봐 눈치까지 보면서 먹습니다. 당연히 회 먹을 때는 거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특히 농어가 작아 비늘만 제거하고 썰었기 때문에 뼈가 그대로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잘 먹는 것을 타박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칭찬을 해주어야 합니다.

도시 사는 분들은 자연산 회를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합니다. 솔직히 '자연산'이라고 붙여놓았지만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구별하지 못합니다. 죽방림에서 잡은 자연산 회, 정말 맛있었습니다. 회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미안합니다.


태그:#자연산회, #죽방림,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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