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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일상을 같이 하는 삶, 원하는 방법으로 하고싶은 일을 하는 삶. 16년 인생 학교를 통해 내가 깨달은 '행복한(진짜) 삶'의 정의다. 그래서 결심했다. 부모님 계신 고향에 돌아가 본인의 꿈을 담을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일. 이름하여 '방사시 게스트하우스 프로젝트'다.

'방사시(房舍施)'.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 중 하나. 즉, 자신의 집을 타인에게 하룻밤 숙소로 제공하는 일 또는 다른 사람에게 쉴 만한 공간을 내주는 일을 뜻한다. 방향은 잡았으나 어둔 숲길을 걷듯 막막한 중에 법정 스님의 법문집에서 '번쩍' 운명처럼 마주한 단어였다.

지난 16일 강원도 강릉 강문 바닷가
 지난 16일 강원도 강릉 강문 바닷가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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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위한 여정에 당신의 꿈도 함께

지난 8월 22일 퇴사 이후 평일 오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에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작업들을 해 왔다. "하고싶은 걸 하는 게 진짜"임을 입증한 행동가들의 강연 듣기, '리사이클링 생활목공' 등 DIY 기술 익히기, 그리고 지난 주 '방사시 게스트하우스' 사전 프로젝트 격인 '소원돌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소원돌 프로젝트는 방사시 게스트하우스 실제 운영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국내외 여행 문화를 파악하고,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찾아 그 주인장과 손님들에 '좋음'의 요소와 철학을 전해듣는 것이 첫째 목적. 둘째는 내 꿈을 위한 여정에 다른 이의 꿈도 더해 '너와 나의 바람이 이뤄지길' 이심전심 간절함을 더함이다.  

첫 번째 좋은 게스트하우스 '감자려인, 숙이'(가운데 노란 건물)
 첫 번째 좋은 게스트하우스 '감자려인, 숙이'(가운데 노란 건물)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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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좋은 게스트하우스, 강릉 '감자려인, 숙이'

태풍 '산바'가 제주도 부근에 도달한 일요일(16일), 계획보다 두어 시간 늦게 동서울터미널에서 강릉행 버스를 탔다. 강릉 강문 해변의 '감자려인 숙이'를 가기 위함이었다. 이것저것 관심가는 대로 자료를 찾고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고 소문에 귀기울이다 알게 된 게스트하우스였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감자려인, 숙이'의 주인장은 '고구미'와 '삶은달걀'이란 별칭을 쓰는 "친구와 부부 사이" 커플이다. 그들에게 끌린 건 모 크라우드 펀딩(Crowed Funding) 사이트에서 그들의 성공한 프로젝트 제안서를 읽고서였다. 정확히는 그들이 사는 방법이 매력적이었고, 그들의 게스트하우스는 내가 그리는 모양과 가치를 담고 있는 듯했다.

감자感者 마음을 움직이기를 꿈꾸는 예술가들과
려인旅人 떠돌며 여행하는 나그네와 여행자들이
숙이宿移 쉽고 편하게 묵어갈 수 있는 곳


강릉터미널에서 '감자려인, 숙이'까지는 202번, 또는 202-1 버스를 타면 가장 편하나 배차 간격이 2~3시간인 주말엔 202, 206, 207번 버스를 타고 경포 해수욕장이나 강릉고교에 내려 강문 해변까지 15분여 걸으면 된다. 비바람이 거세진 오후 3시경 먼저 고구미를 만나고 얘기 중에 삶은달걀을 만났다. 그들과 그들의 공간은 내 생각보다 훨씬 멋졌다!

'감자려인, 숙이' 쥔장 인터뷰
- '감자려인, 숙이' 게스트하우스 주인, 당신(들)은 누구? 
고구미 : 돈 안 되는 일만 해오면서도, 씀씀이 역시 헤픈 것이, 여전히 돈 안 되는 일만 하고 있는 이래저래 작가. 영화·영상 작업을 주로함.
삶은달걀 : 영화를 공부하고 영화사에서 돈 되는 영화를 기획하는 일을 하다 다큐멘터리도 찍고 책 만드는 일도 하다가 시나리오 작가로 전업하기 위해 처음으로 서울을 떠난 서울 녀자.

- 왜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나?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일, 여행을 다니던 때 마땅한 숙소를 못찾아 헤매던 때를 돌아보니, 어딘가에 잠시나마 정착을 했을 때, 누구든 편히 지내다 갈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보고 싶었음. 물론 이렇다할 직장없이 작품활동만 하려다보니 최소한의 먹고 살 일과 작업을 위한 시간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함.  

- '감자려인, 숙이'의 특별한 매력?
고구미 : 게스트하우스를 지키는 사람들이 사시사철 철이 없다.
삶은달걀 : 오늘은 너, 내일은 나의 정신에 입각하여 갑과 을이 아닌, 을과 을, 여행자가 여행자를 만나 '떠돌이 한시절 공동체'의 공간이 가진 번거롭지 않은 샨티샨티함!

- 좋은 게스트하우스란? 
고구미 : 여행자가 게스트하우스를 들어갈 때 문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을, 나갈 때는 서두르지 않을 공간
삶은달걀 : 규칙이 아닌, 배려가 바탕이 된, 머무는 동안 편안한 집이 될 수 있는 공간

- '방사시 게스트하우스 프로젝트'에 응원의 한 마디!
고구미 : 한 번 사는 거, 재미있게, 원하시는 대로 행복하게.
삶은달걀 :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거 해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선발대가 되어 주세요! 화이팅!

'감자려인, 숙이' 주인장 고구미(오른쪽)과 삶은달걀
 '감자려인, 숙이' 주인장 고구미(오른쪽)과 삶은달걀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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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 바다와 솔밭길에 '소원돌'을 두고 옴

'소원돌 프로젝트' 여행 한 주 전 오프라인과 SNS를 통해 '소원돌' 접수를 받았다. 말하는 본인도 살짝 수줍은데 듣는 이도 처음엔 '뭔 장난 같은 얘긴가' 하는 표정이었다. 신기한 건 "네 가장 간절한 소원이 뭐야?"란 질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한동안 생각 끝에 "어렵네요…" 하는 반응을 보인 점이다. 

접수가 쇄도해 엄선할 필요가 전~혀 없이, 첫 번째 소원돌 주인은 김난주(35)님 당첨. 최근 세 번째 임신을 한 내 16년 지기다. 간만에 홍초 불닭에 소주 한 잔 하자 만난 날 "아무래도 (임신)한 것 같다"던 그녀의 직감이 맞았다. 두 번째 가진 아기씨를  뱃속에서 잃은 터라 그녀의 소원은 역시 '건강하게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소원돌 주인은 서울 신정동 사는 송원석(44)님. 한번도 만난 바 없는 순수한 신청자임을 밝힌다. 낯선 이가 SNS 친구 신청을 해 와 확인한 바 "오마이뉴스(13일 기사 '어느덧 서른다섯, 정말로 행복해지는 거다') 보고 어떻게 꿈이 실현되는 지 궁금해서... 꿈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하는 메시지였다.

'후다닥 떠오르는 게 없다'며 '재미없게 사나보다' 하던 송원석님은 하루가 지나서 편찮으신 어머님의 쾌유를 빌어달라 했다. 두 사람의 소원을 받아 들고 보니 배낭도 안 맸는데 어깨가 무거웠다. 마음의 무게란 것이 이렇게 존재하니 마음돌을 차곡차곡 쌓으면 분명 무엇이 되도 될 것이다.

송원석 님의 소원은 어머니 품처럼 넓고 강인한 경포 바다를 보며 빌었다.

'송원석 님 어머니의 쾌유와 이후 건강한 삶 기원합니다.'

송원석 님 소원돌. '어머님의 쾌유와 이후 건강한 삶 기원합니다.'
 송원석 님 소원돌. '어머님의 쾌유와 이후 건강한 삶 기원합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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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주 님의 소원은 '감자려인, 숙이'에서 나와 그 옆 푸른 솔밭길 걸으며 빌었다.

'아이의 건강한 탄생과 내내 좋은 삶 기원합니다.'

김난주 님 소원돌. '지금 뱃속에 있는 아이의 건강한 탄생을 기원합니다.'
 김난주 님 소원돌. '지금 뱃속에 있는 아이의 건강한 탄생을 기원합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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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소원돌 프로젝트는 오는 26일, 장소는 서울이다. "소원 접수 희망자는 페이스북 /2012activist 또는 이메일 gaegosang@naver.com로 메시지 주세요." 

'리사이클 생활목공' 내 생애 첫 DIY 가구

폐목재로 손수 만든 내 첫 번째 DIY 생활가구
 폐목재로 손수 만든 내 첫 번째 DIY 생활가구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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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 생활목공 워크숍'에서 만든 첫 생활가구입니다. 영등포 주변 청과시장서 수집한 폐 파레트를 모아 재활용한 것입니다. 열심히 배우면 '방사시 게스트하우스'에 손님들 편히 쉬어갈 침대, 의자도 만들 수 있겠지요?


태그:#게스트하우스, #DIY, #감자려인숙이 , #크라우드펀딩, #생활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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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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