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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 지회 16 번째 연구 발표 모임에서 김리박 지회장님이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 지회 16 번째 연구 발표 모임에서 김리박 지회장님이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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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에 있는 시민회관 3층에서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 지회 16 번째 연구 발표 모임이 있었습니다. 회원들이 많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김리박 지회장, 한남수 고문, 박현국 회원들이 연구발표를 했습니다.

한글학회는 100여 년 전 한국에서 만들어졌지만 외국에서도 한글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한글학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지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 외국 지회 가운데서도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 지회는 김리박 지회장님을 중심으로 성실하게 학회운영을 해 오고 있습니다.

이번 16 번째 연구 발표 모임에서 먼저 한남수 고문은 단어 결합 <명사 -에 +자동사, 아(어) 있다>가 표현하는 문법적 의미를 <-고 있다>와 비교해서 발표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 곁에 마주 앉아 있었다.>에서 <앉아 있었다>는 결과를 나타내는 말로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지만 <앉고 있었다> 는 전혀 다른 진행 중인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 됩니다.

이러한 표현은 한국말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익숙하기 때문에 틀리는 일이 거의 없지만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 사람이나 재일교포들에게는 어려운 표현입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일하러갔다.>와 <수업이 끝나서 일하러 갔다.> 와 같은 표현 역시 비슷한 뜻이지만 <끝나고>와 <끝나서>는 약간 다르게 느껴져서 일본인에게는 어려운 표현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김리박 지회장님께서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가 지은 고사기전(古事記傳)을 중심으로 토박이 말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셨습니다. 모토오리 노리나가는 고사기전을 지으면서 한자말을 일본 고유어로 표현하였습니다. 당시까지 전해지는 일본 고유어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고유어가 없는 것은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말을 살펴보면 한자말의 영향으로 우리 고유어가 없어지고 한자말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주인과 손님이 바뀌는 일들이 말 속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자말로 쓰면 유식해 보이고, 우리 고유어로 쓰면 무시하거나 천박하게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우리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김리박 지회장님은 발표에서 그동안 여러 사전을 참고하여 한자말 대신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하나하나 찾아나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라는 말 대신 가시버시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시버시는 부부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습니다. (네이버 사전) 왜 우리 고유어는 낮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비하하면서 부부라는 한자말에 얽매여야 할까요? 우리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 번째로 필자는 시가현 동남부에서 전해지고 있는 산신제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월보름이나 10월초에 각 마을에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똑같이 일본 시가현에서도 정월 초에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제는 산신에게 한 해 동안 마을과 가정의 평안과 행운,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산신제는 여신이 산신 할머니에게 풍요를 기원합니다. 당산 할머니나, 지리산 할머니 당이 그렇듯이 일본이나 한국 모두 산신은 여신입니다. 이것은 여성이 가진 생산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례라고 보입니다. 시가현 동남부에서만 정월에 산신제를 지내는 곳이 18 곳이 넘습니다.

산신 신앙은 단순이 산에 대한 신앙에 그치지 않고, 산과 가장 가까운 하늘 신 즉 천신 숭배와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농경사회에서 하늘은 비와 바람을 주관하는 신이 거하는 거룩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관념이 산신 신앙이나 산신제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입니다.

발표자 세 분은 모두 한국어로 발표를 했습니다. 일본에서 한국말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한국어 발표를 이해하고,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일본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이런 연구 모임이나 발표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 한글학회 모든 회원들의 희망입니다.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 지회 16 번째 연구 발표 모임을 마치고 참가자가 모두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 지회 16 번째 연구 발표 모임을 마치고 참가자가 모두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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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글학회 일본 간사이 지회, #한글학회 , #가시버시, #부부(夫婦), #히라카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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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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