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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첫 국회 인사청문회가 바로 16일(월요일)로 다가왔다. 현병철 현 위원장으로 인해 인사청문회가 도입됐는데, 그 인사가  인사청문회 대상자가 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더욱이 그는 3년의 재임기간 국가인권위원회를 '애완견 인권위', '가카 친위부대' 등의 조롱거리로 만든 당사자이지 않은가. 지난 6월 11일,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던 청와대의 현병철 연임 내정은 인권계를 큰 충격에 빠트렸다.

그리고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기되는 로비성 교회 헌금 및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 특혜 의혹, 논문표절 논란은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도덕성, 청렴성의 기본 자질도 갖추지 못했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민간인불법사찰 조사에 대해 청와대에 보고를 하고 향후 처리결과에 대해 사전교감을 나누고 이로 인한 보은으로 내정되었다는 의혹은 국가인권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인데도, 모든 의혹에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사무실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시뮬레이션까지 모두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도대체 이런 후안무치한 인사가 어떻게 국가인권위원장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현병철, 국가인권위 독립성과 공정성 침해

 6월 14일 인권단체들은 청와대의 현병철 위원장 연임 내정을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임 내정 철회 기자회견 6월 14일 인권단체들은 청와대의 현병철 위원장 연임 내정을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 새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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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가 무능한 위원장으로 인해 고립무원의 위치에 처하게 된 데는 이명박 정부의 반인권적 국정 인식에서 기인했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 국가인권위를 행정부처로 만들고자 했다. 이는 정권에 길들여진 국가인권위로 만들고자 했던 의도였다. 이후에 무자격자의 위원장 내정 뿐 아니라 이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의 면면에서도 이것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위원장 내정 과정에서도 시민사회의 의견이나 국민적인 여론수렴 등은 전혀 없었다. 독립기구인 인권전담기관의 수장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형식적인 임명권자란 뜻을 실질적인 '임명'으로 왜곡해 지금과 같은 사회적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청와대는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내정을 발표하면서 국가인권위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것만큼 현 정부의 인권위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주는 단어도 없겠다. '인권'에서 '중립'이라는 표현은 없다. 국가인권위는 이념에 상관없이 인권침해의 구제라는 그 본질적 역할에 맞게 인권침해기관, 권력있는 기관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말이 맞다.

현병철 현 위원장은 취임 당시에도 국가인권위원회법 상 인권위원의 자질이 부족해 무자격논란에 휩싸였다. 법에는 인권위원의 자격으로 "인권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로 명시해 놓고 있는데, 이 같은 규정을 둔 이유는 인권 영역에서 학계에서의 지식만으로나 법으로 자격을 규정할 수도 없는 인권영역의 특수한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본적인 자질로 인권감수성을 강조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장은 국가인권위가 신속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인권의 보루라는 기관의 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들의 인권문제에 깊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그런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국가인권위의 권력 감시견 역할을 철저히 무시할 수 있었다. 중대한 인권침해인 민간인 불법사찰, 야간집회금지, PD수첩사건, 공직선거법 표현의 자유 헌법소원,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자 인권침해, 제주 강정마을에서의 인권침해 사건 등등에 대해서는 부결시키거나 아예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았다. 현병철 위원장이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일방적 휴회를 선언했던 용산참사에 대한 의견표명은 사건이 있고 1년이 지나서야 어렵사리 법원에 의견표명을 했지만 시의성을 상실한 일이다.

만일이라는 가정을 붙여서, 민간인 불법사찰이 밝혀졌을 때 국가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냈다면 검찰의 두 번에 걸친 재수사에도 불구하고 윗선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사건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또 여러 민형사 소송에 얽힌 PD수첩 제작진이 4년여나 걸려 대법원 무죄판결을 받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인권위는 철저히 인권피해자의 관점에서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동원해 조사하고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지만, 침묵했다.

국가인권위 독립성은 인권단체와 협력이 전제돼야

그래서 각종 인권현안에 대해 침묵하는 국가인권위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거셌다. 결국 국민들도 신뢰하지 않고 권고대상 기관들에 대한 인권위의 억지력도 급격히 약화되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국가인권위의 정책권고는 112건에 불과할 뿐더러, 현재까지 검토 중인 권고가 60건에 이른다. 국가인권위의 권고 중 절반만 수용되고 있다.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따라 국가인권위의 차별관련 진정이 50%나 증가한 것에 비추어도 매우 낮은 권고 수치이다. 더욱이 법원에 대한 의견표명은 2008년 4건, 2009년 3건에서 2010년은 4건, 2011년도 1건에 불과해 스스로 위상과 권한을 협소한 법적 테두리로 축소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현병철 위원장은 진정사건이 증가하고 있고 전임 위원장들 당시의 진정 건, 조사건수, 권고건 수 등까지 끌어들여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에만 급급하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다른 기관과는 달리 특별하다.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의 3여년에 걸친 끈질긴 투쟁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집요한 민간기구화 시도에 맞서 그렇게 독립기구의 위상으로 바뀌었고 법무부의 반발에 따라 진정사건이 발생한 지 1년된 사건으로 조사대상이 한정되고 수사 등이 진행중인 경우 개입할 수 없도록 했지만, 국가인권위가 이에 제한받지 않도록 직권조사, 긴급구제, 권고, 의견표명, 의견제출 등 매우 다양한 권한을 법에 두었다. 그래서 현병철 위원장의 변명은 핑계에 불과하다.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은 시민사회의 협력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 국가인권위원장은 국가인권위를 따끔하게 비판하고 인권현장의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인권단체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기울일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인권공동체가 발전할 수 있다. 이미 사퇴요구를 받은 현병철 위원장은 적반하장으로 이런 인권단체들을 배제시키면서, 권력기관에는 친절한 국가인권위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미 그는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상실된 지 오래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연임만을 위해 치부를 감추고 치적을 포장하는 위원장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현병철 후보자는 그만 사퇴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신수경 기자는 새사회연대 공동대표입니다. 새사회연대는 현병철 연임반대와 국가인권위 바로세우기 전국 긴급공동행동(약칭 현병철반대긴급행동)에 참가해 제 인권시민사회단체와 현병철 연임 반대를 위한 활동을 함께 벌이고 있습니다.



태그:#국가인권위, #현병철 사퇴, #새사회연대,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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