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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 최대의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보도가 국제적인 정치, 외교관계는 물론 대내적으로도 국민의 제반 생활에까지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것이다.

 

본 필자가 그동안 <연합뉴스>의 이러한 막중한 역할과 관련하여 여러 오역이나 오보 등을 지적한 바 있으나,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나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편집 과정에서의 인위적인 편집이 국제관계와 국내 언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5월 24일 05시 37분, <연합뉴스> 이치동 워싱턴 특파원은 다음과 같은 뉴스를 송고한 바 있다.

 

제목 : U.S. to mull food aid for N. Korea if it changes direction: White House

내용 : By Lee Chi-dong

WASHINGTON, May 23(Yonhap) -- A White House official said Wednesday that the U.S. will again consider food aid for North Korea if it stays away from provocations and averts a confrontational course.

 

"I think the precondition is that North Koreans have to demonstrate that they are going torefrain from those types of provocative actions and they are serious about moving in a different direction," Ben Rhodes, deputy national security adviser for strategic communications, said at a press conference for foreign reporters.

 

간단히 번역하자면 제목은 "미 백악관 북한이 방향 선회한다면 식량지원 고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래 내용은 "미 백악관 관리는 수요일 북한이 도발을 그만두고(stay away) 현재의 대결 국면을 전환한다면 식량지원을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지원)의 전제조건은 그들이 이러한 여러 도발을 중단하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대하여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대략 이 정도 될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다시 말하지만 번역이나 오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10분 후쯤 한글로 기사화된 <연합뉴스>를 보자.

 

제목 : 백악관 "北 도발행위로 신뢰회복 실패"

로즈 NSC 부보좌관 "對北대화에는 열려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이치동 특파원 = 미국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대북 식량(영양)지원 가능성과 관련, 최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대남비방 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추가 지원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렇게 <연합뉴스>는 보도하고 있다.

 

북미 대화는 열려있다고 부제를 달았으나 '식량지원 고려'의 제목은 '도발행위로 신뢰회복 실패'로 식량지원 가능성이 어려운 상황이라 했다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사 첫 문장인 "미 백악관 관리는 수요일 북한이 도발을 그만두고(stay away) 현재의 대결 국면을 전환한다면 식량지원을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물론 벤 로즈 보좌관이 말한 내용은 있으나 이렇게 180도 제목이 바뀌다 보니 이것도 한글 기사에 다음과 같이 언급되고 있다.

 

"이어 로즈 부보좌관은 "(식량지원의) 전제조건은 그들이 이런 종류의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서 필자는 이치동 기자가 먼저 송고한 영문 기사(혹은 한글기사(이와 관련한 한글기사는 <연합뉴스>에 없으니?)를 정정하고 직접 다시 이와 같은 한글 기사를 보낸 것인지, 아니면 편집부에서 이렇게 편집을 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재까지도 이렇게 내용(fact)은 하나인데 180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상반된 한글, 영문의 두 기사가 아직도 <연합뉴스>에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이미 말한 바대로 <연합뉴스>의 위력은 다시 시작된다. 이 한글판 기사를 받은 한국의 언론들은 '북한 신뢰 상실' '식량지원 어려워' 등을 제목으로 다시 기사를 재 생산해 낸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 영문판 기사를 받은 한국의 영자지인 <코리아헤럴드>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물론 이 보도는 같은 기자가 <아시아뉴스네트웍>에도 송고한 바 있다.


Nor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are walking a tightrope on signaling willingness to defuse tension diplomatically following Pyongyang's firing of a long-range rocket last month.

 

U.S. officials said Wednesday that Washington will consider offering food aid to Pyongyang if the destitute country changes course and makes no additional provocations. (코리아헤럴드 24일)

 

번역하자면, "북한과 미국은 지난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후 조성된 긴장관계를 완화 시키기 위한 노력에 어렵게 다가서고 있다. 미 관리는 수요일 미국은 북한이 그들의 태도을 변화시키고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을 경우 식량지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략 이 정도 될 것이다.

 

이 보도는 <연합뉴스>의 영문기사 요지처럼 북미 간에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과 이에 따른 식량의 추가지원 고려를 언급하고 있다.

 

같은 외신기자 회견의 내용이 해당 연합의 기자가 처음 언급한 영문기사의 긍정적인 식량 지원 고려라는 것과 도발과 신뢰 부족에 따른 부정적인 식량지원의 어려움으로 180도 바뀌어 보도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기자회견과 관련한 외신의 보도는 어떠했을까?

 

외신보다도 미국의 정책이나 입장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보이스오브아메리카>의 보도를 보자 .

 

2012년 05월 25일

제목 : 미국, 북한과 대화 가능성 시사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잇달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움직임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벤 로즈,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Again, our viewis..."(중략)

 

미국은 양자대화든 다자대화든 북한과의 회동을 고려할 뜻이 있다는 겁니다.

일본을 방문한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신뢰회복 실패에 따라서 식량지원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외교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미 워싱턴가의 외교 정보원(source)으로 가장 유명한 '넬슨 리포트'의 넬슨은 아예 한글판 <연합뉴스>에는 있지도 않은 이 영문판 <연합뉴스>를 인용하여 분석 정보를 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WHAT'S UP WITH THE US AND DPRK? (by Chris Nelson)

 

… Yesterday, an official White House briefing, and then in Tokyo, StateDept. Special Envoy Glyn Davies, who was not on the mission, can be argued to have indirectly confirmed both the trip, and the purpose we had speculated in last night's Report… that is, interest on both sides in trying to walk the situation back to the 2/29 agreement, including US food aid as a buy-in for resurrecting the agreement to freeze nuclear weapons and missile tests.

Read the excellent Yonhap coverage, below,and see if you share our "translation".

 

WASHINGTON, May 23 (Yonhap) –A White House official said Wednesday that the U.S. will again consider food aid for North Korea if it stays away from provocations and averts a confrontational course. (중략)


넬슨 역시 이러한 <연합뉴스> 영문판 보도를 인용하여 북미 간에 대화가 진행 중이며 북미간에 2.29 합의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노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의 발언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이것은 북미 간에 대화가 가능하다는 대화 의지의 표현이었으며 처음 이치동 특파원이 제목이나 기사 첫 문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이 도발이나 강경한 행동을 중지하고 대화로 나선다면 식량지원까지도 다시 가능(고려)하다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데이비스 특별대사 역시 미국의 이러한 입장을 똑같이 전했던 것이다.

 

이것이 필자의 일방적인 주장일까???


역설적으로 그 답은 <연합뉴스> 스스로 주고 있다.

 

<연합뉴스>는 같은 날 23시 40분 워싱턴 이우탁 특파원이 "<美 '대화재개' 가이드라인 제시..北의 선택은>"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송고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4일 일본 외무성의 야마구치 쓰요시(山口壯) 부대신(차관)과 만난 후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행위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지난달 13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 발사 이후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에 주력해온 미국 정부가 '대화의 조건'을 언급한 것은 최근의 미묘한 흐름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략 -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23일(워싱턴현지시간)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우리는 양자채널이든 다자채널이든 북한과의 대화에는 열려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이제 북한과 미국은 서로 필요한 메시지는 교환했다. '핵실험 계획 부인'(북한 외무성 대변인)에 이어 '대화 재개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만큼 양측이 어떤 후속 행보를 보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 중략 -

 

하루 만에 서로 메시지까지 교환하면서 대화 의지를 표명했으며 후속 행보가 관심이라는 보도까지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도 남아 있는 이치동 기자의 영문 기사는 왜 <연합뉴스> 스스로도 하루가 안 되어 전혀 다른 의미의 보도를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전혀 엉뚱한 제목으로 그것도 가장 중요한 내용인 기자의 첫 문장도 사라진 체, 180도 어감이 다른 보도로 둔갑되어 한글화된 것일까?

 

설마, <연합뉴스>가 북미 대화를 바라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아마 그 답은 <연합뉴스>만이 알 것이다.


태그:#연합뉴스, #북미 대화, #식량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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