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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가로수에 꽃이 활짝 피었다

이팝나무 가로수길
 이팝나무 가로수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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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계족산 황토길은 최근에 에코 힐링 맨발 코스로 유명해졌다. 대전과 충남을 거점으로 하는 소주회사인 ㈜선양이 매년 5월 둘째 주말에 이곳에서 계족산 맨발축제를 열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는 우리 산내들내 팀도 계족산을 걷기로 했다. 29명의 회원이 버스를 타고 대덕구 장동 계족산 공원으로 간다. 두 시간 30분 정도 걸려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공원 입구 길가로 이팝나무 가로수가 심어져 있는데, 하얀꽃이 한창이어서 보기가 좋다. 길 양쪽은 나들이 온 차들로 빽빽하다. 계족산 맨발축제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이 온 것 같다. 우리는 공원 입구 빈 공간에서 체조로 간단하게 몸을 푼다. 이곳에서 계족산 황토길을 따라 한 바퀴 돌려면 15㎞를 걸어야 한다. 체조 후 우리는 계족산을 향해 올라간다. 아직은 아스팔트길이다.

장동 삼림욕장을 알리는 돌기둥이 나오고, 곧 이어 황토길이 시작된다. 길의 절반 정도에 황토가 깔렸고, 흙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물이 뿌려져 있다. 아주 처음부터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자신이 없어 신발을 벗지 못한다. 길 한쪽으로 자갈길을 아주 짧게 만들어 놓기도 했다. 맨발로 저 길을 걸으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신발을 벗고 황토길을 걷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뾰족구두를 신은 코끼리 가족
 뾰족구두를 신은 코끼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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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길을 오르니 물놀이장이 나타난다. 그곳에는 어린이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놀고 있다. 이곳에서부터는 경사가 조금씩 급해지고, 왼쪽으로 사방댐이 나타난다. 사방댐이란 골짜기의 침식을 막고 물을 가두기 위해 만든 댐이다. 대개 산지 보호를 위해 만들었다. 사방댐에는 비교적 수량이 많아, 물놀이장에 일정하게 물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방댐을 지나자 본격적인 황토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신발을 벗을 것을 암시하는 표지와 조형물이 있다. 리기다소나무에 붙여진 노란색 발바닥을 만날 수 있고, 뾰족구두를 신은 코끼리 가족을 만날 수 있다. 맨발로 다니는 코끼리가 사람 대신 신을 신었으니, 사람들은 신을 벗으라고 암시하는 것 같다. 그래선지 이쯤부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벗는다.

맨발로 계족산 황토길을 걷는 사람들
 맨발로 계족산 황토길을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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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을 더 걸어올라가 우리는 계족산을 한 바퀴 도는 황토길의 출발점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산중턱을 따라 둘레길이 나 있고, 그곳에 황토가 깔려 있어 계족산 황토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코스를 잡아 계족산성 갈림길까지 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 팀으로 나눠 걷기를 계속하려고 한다. 한 팀은 계족산성길로, 다른 한 팀은 황토둘레길로 갈 것이다.   

산행을 하며 주고받은 계족산 이야기

계족산 지형도
 계족산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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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은 회덕(懷德)의 진산(鎭山)이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의하면, 회덕은 본래 백제의 우술군(雨術郡)인데, 신라 때 비풍군(比豊郡)으로 고쳤고, 고려 때 회덕현이 되었다. 현재의 대전은 과거 회덕현과 유성현 지역이다. 그러나 대전이 커지면서 현재 회덕은 대덕구로, 유성은 유성구로 이름이 바뀌었다. 계족산은 대전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풍수지리적으로는 대전의 좌청룡에 해당한다.

계족산이라는 이름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제자인 가섭존자와 관련이 있다. 가섭존자는 계족산에서 입적해 석문동천에 머물며 미륵불을 기다린다고 전해진다. 그러한 불교적 이름이 회덕의 계족산에도 붙여진 것이다. 그리고 이 계족산 이름이 설화적으로 변형되어 지네와 닭 이야기가 추가되었다고 보면 된다. 계족산 설화는 대개 다음과 같다.

닭발처럼 보이는 나무 뿌리
 닭발처럼 보이는 나무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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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마을 뒷산에 천년 묵은 지네가 살았는데, 그 지네는 마을사람들로 하여금 매년 처녀를 하나 바치도록 했다. 얼마동안 지네에게 처녀를 바쳤으나, 더 이상 처녀를 바칠 수 없게 된 마을 사람들이 지네를 잡을 궁리를 한다. 그들은 지네를 잡기 위해 마을 뒷산에 닭을 풀어놓았다. 그러자 닭이 지네가 사는 굴을 찾아 지네를 잡아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닭의 발 덕분에 지네를 잡게 되었다고 해서, 그 산을 계족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계족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에는 모두 이런 설화가 있다. 또 한 가지는 산세나 산줄기의 모양이 닭발처럼 생겨 계족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행을 하면서 보니 산줄기가 닭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여하튼 이곳 계족산의 명칭에 대한 이야기도 이처럼 세 가지나 된다.   

산성길로 해서 절고개에 이르다

계족산성길
 계족산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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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우리는 팀을 둘로 나눠 한 팀은 계속해서 황토둘레길로 가고, 다른 한 팀은 계족산성길로 오른다. 나는 산성팀이 되어 산을 오른다. 산성을 오르면 조금 더 힘은 들지만 조망이 좋기 때문이다. 산성까지는 2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산성을 오르는 길에서 처음으로 심장의 박동을 느낀다. 그렇지만 해발 423m 정도의  산이라 등산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산성에 이르니 북쪽으로 대청댐이, 서쪽으로 신탄진이, 남쪽으로 멀리 대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산성의 북쪽에서 서문지를 지나 남문 쪽으로 향한다. 이곳은 성벽이 완벽하게 복원되어 성벽을 따라가기가 좋다. 남문에 이르면 성문 밖으로 다시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그러므로 외적이 계족산성으로 들어오기는 어렵고, 성안에서 방어하기는 쉽게 되어 있다.  

계족산에서 바라 본 대전 시내
 계족산에서 바라 본 대전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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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을 나온 길은 계속해서 남쪽으로 이어진다. 이 길은 399m 고지로 이어지는데, 정점부에 국토해양부에서 설치한 삼각점이 있다. 이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길은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으로 난 길은 임도 삼거리로 내려가고, 왼쪽으로 난 길은 절고개로 내려간다. 우리는 절고개에서 황토길 팀과 다시 만나기로 되어 있다.

절고개에 도착하니 벌써 황토길 팀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아무래도 황토길이 평지로 이어져 조금 더 일찍 도착한 것 같다. 절고개에서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는다. 절고개에서 장사를 하는 분이 자리를 깔아주어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사례로 막걸리를 팔아준다. 대전 막걸리 맛도 볼 겸 해서.

족장을 찍으며 걷기를 마감하다

계족산 황토길 지형도
 계족산 황토길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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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고개 까지가 전체 황토길 코스의 딱 절반이다. 이제 계족산의 동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간 다음 북쪽을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면 된다. 그런데 이 길이 단조롭고 특별히 볼 것도 없어 좀 지루한 편이다. 동쪽의 길을 돌다가 나는 맨발의 자유가 느끼고 싶어 신발을 벗는다. 양말까지 벗고 맨발로 땅을 밟으니 촉감이 좋다. 그런데 갈수록 황토길에 있는 작은 돌 때문에 발바닥이 아프다.

길 중간에 물을 뿌린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밟는 촉감이 훨씬 부드럽다. 황토길에 물을 뿌린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걸을수록 발을 디디는 게 조심스러워진다. 그런 측면에서 황토길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에코 힐링으로는 더 더욱 부족하다. ㈜선양소주의 노력이 가상하기는 하지만,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황토길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황토길은 이제 북쪽으로 접어든다. 그곳에는 이현동 갈림길과 대청호 갈림길이 있다. 황토길을 그만 걷고 대청호 갈림길로 내려가고 싶다. 그러나 이번 보행의 목표는 계족산 황토길 주파다. 그래서 지루하지만 황토길을 계속 따라간다. 결국 우리 모두는 계족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곳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도 있고 물웅덩이도 있다.

황토 족장을 찍는 사람들
 황토 족장을 찍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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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웅덩이에서 발을 씻는다. 그런데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산이 높지 않은 것에 비해서는 물이 굉장히 찬 편이다. 나는 옆의 정자로 가 발을 말린 다음 신발을 신는다. 함께 걸은 동료 회원 중 일부는 황토길을 완주한 기념으로 황토 족장을 찍는다. ㈜선양소주에서 파견한 봉사자들이 족장 찍는 걸 도와준다.

이곳에서 차가 있는 곳까지는 30분 정도 걸어 내려가야 한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보니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보인다. 애들도 맨발로 황토길을 걸으며 좋아한다. 황토길 주변의 신록이 붉은 색과 대비되어 더 푸르러 보인다. 길은 공원관리사무소를 지나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삼림욕장 버스정류장으로 이어진다. 저만치 우리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대전 시내 또는 신탄진으로 나갈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5월 12일(토) 계족산 황토길을 걸었다. 이 길은 에코힐링을 추구한다. 환경친화적이며 치료효과까지 있다는 뜻이다. 계족산과 황토길, 계족산성에 대해 2회 기사를 쓸 예정이다.



태그:#계족산, #계족산 황토길, #계족산성, #대전 , #회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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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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