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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윈슬로의 〈개의 힘〉
▲ 책겉그림 돈 윈슬로의 〈개의 힘〉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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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계 작가 돈 윈슬로의 <개의 힘>(1.2권)은 1975년부터 2003년까지의 멕시코 마약 전쟁(Mexico Drug War)을 다룬 소설이다. 멕시코를 중심으로 미국의 남부와 콜롬비아에 이르기까지 마약이 뻗친 검은 거래를 파헤친 책이다. 물론 마약 거래상을 둘러싼 미국의 역겨운 정치력도 추적해 낸다.

"어쩌면 그건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세월이 흐른 뒤 아트는 가끔 생각했다. 확실히 아트의 내면에도 잠재되어 있었다. 개의 힘. 아트를 티오에게 소개해 준 사람은 당연히 아단이었다."(1권, 55쪽)

이 책의 중심인물인 미국의 마약 단속반 '아트 켈러', 그는 멕시코의 마약거래자들을 소탕코자 멕시코인인 '아단 바레라'와 교감을 나눈다. 그걸 연결고리 삼아 아단의 삼촌이자 시날로아 주지사의 특별보좌관인 '티오'와 함께 손을 잡는다. 그의 도움으로 아트는 멕시코 마약조직망 파괴 작전인 '콘도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다.

둘의 연합은 거기까지다. 공식적인 '콘도르' 작전을 끝으로 아트와 티오는 서로를 쫓고 쫓는 추격자와 도망자 관계로 변한다. 티오가 또다른 마약조직들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겉으로는 주지사의 특별보좌관 노릇을 했지만 속으로는 마약밀매단과 깊숙이 거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위해 티오는 처음부터 아트를 끌어들이고자 했던 것이다.

어느새 티오는 최고 정점에서 물러난다. 돈과 권력과 여자와 마약에 놀아난 탓이다. 아니 마약에 흠뻑 젖은 채 헤어날 줄 모른 까닭이다. 그의 자리를 누가 대신할까? 그의 품안에서 크고 자랐던 아단이 급기야 '하늘의 군주'로 부상한다. 그 옛날 아트와 절친했던 그가 말이다. 물론 아단은 홀로 그 자리를 꾀찬 게 아니다. 그녀의 정부이기도 한 고급 매춘부 '노라'의 몫이 크다. 물론 그녀를 좋아하는 또다른 일급 살인자 '칼란'도 위험스런 인물이다.

그와 같은 네 사람, 마약 수사관 아트, 마약 조직의 보스 아단, 고급 매춘부 노라, 그리고 일급 킬러 '칼란', 그들은 전혀 한 데 어울릴 수 없는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한데 엮일 수 있는 끈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바로 '후안' 신부에 있다. 그는 로마가톨릭의 주장과는 달리 해방신학을 갈망했다. 하나님의 은총보다 정치적인 행위로 해방을 이루고자 했던 것 말이다. 그러나 그 역시 로마 가톨릭의 '또 다른 개'들에 의해 엉뚱한 희생양이 되고 만다.

추리에다 미스터리를 가미한 소설이라 그런지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읽는 재미야 그렇다 치고, 윈슬로는 왜 이 책을 썼을까? 미국과 멕시코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추악한 '개의 세력들'을 차근차근 파헤치고자 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미국 정부의 이중성을 들춰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쿠바가 공산화되자 미국 정부는 여러 중남미국가들에게 미칠 파급력을 걱정하여 멕시코의 마약조직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말이다.

그것은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1988년 제도혁명당 선거 조작 의혹이나 1989년 유력 후보 루이스 카를로스 갈란의 암살, 그리고 과테말라 오스카 로메로 신부 등의 암살 같은 실제 사건들을 재현하는 데서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미국 정부의 추악한 이중성이라 할수 있다.

더욱이 그는 후안 신부와 로마 교황청 간의 알력 다툼도 정확하게 꼬집고 있고, 그를 둘러싼 내연녀 관계와 여러 비밀 조직들, 그리고 중남미 국가들의 마약조직들을 보호하고 있는 '개 같은 국가경찰들'까지도 고발하고 있다.

"대부분 소독약 냄새였다. 좀처럼 가시지 않는 오줌, 구토, 똥, 죽어가는 노인 냄새를 없애기 위해 관리인이 네이팜탄처럼 주위에 뿌리는 소독약이었다. 세균도 죽일 겸해서 말이다. 그래 봐야 끊임없이 계속되는 승산없는 싸움일 뿐이었다. 이 장소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며 칼란은 삐걱거리는 1인용 엘리베이터 단추를 눌렀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승산 없는 싸움."(2권, 273쪽)

그렇다. 구약성경 시편 22편 20절에서 이 책의 제목을 빌린 윈슬로는 알고 있었다. 추악한 개의 힘, 개의 세력들과 싸우는 일은 결코 승산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말이다. 미국과 멕시코를 둘러싼 중남미국가들이 행한 30년간의 악행은 한 때 주춤거렸겠지만, 지금도 그 어느 곳에서는 또 다시 활개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추악한 세력들은 미국과 멕시코 정부를 비롯해 로마가톨릭,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개 같은 국가경찰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부와 그를 둘러싼 국가경찰들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겉으로는 악의 세력들과 싸우지만 속으로는 그 세력들을 불러들여 그들과 손을 맞잡고 일하는 일들 말이다.


개의 힘 1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황금가지(2012)


태그:# 돈 윈슬로 , #〈개의 힘〉(1.2권), #아트, #로마 교황청, #시편 22편 2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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