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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자 <리베라시옹> 1면에 실린 프랑소와 올랑드 사회당 후보의 승리의 미소.
 4월 23일자 <리베라시옹> 1면에 실린 프랑소와 올랑드 사회당 후보의 승리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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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치러진 22일 일요일 오후 7시 30분, 결과 발표를 불과 30분 앞둔 프랑스 유권자들은 '결선에 나갈 두 후보가 누구일까'를 놓고 긴장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프랑스 대선 투표는 시골의 조그만 마을에서는 오후 6시까지, 중소도시에서는 7시까지, 일부 대도시에서는 오후 8시까지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6시 반 정도에는 대선 결과가 나오게 되는데 그 이후 시간에 투표를 하는 도시인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투표 공식 결과는 투표 마감시각인 오후 8시 이후에 발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올해는 역사상 처음으로 트위터를 비롯하여 소셜네트워크(SNS)에서 그 전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벨기에와 스위스 등 인근 국가까지 프랑스 공식 발표 시간 전에 투표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나서는 새로운 현상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프랑스 언론에서도 공식 발표 시간을 앞당기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결국은 오후 8시 발표 시간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이미 선거 결과를 접한 사람들에게 이는 눈가리고 아웅이었다.

마침 부활절 방학 기간이라 기자는 브루탄뉴 지방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이어서 이날 저녁에 인터넷을 볼 기회가 없었다. 당연히 TV 앞에 앉아서 언론이 내보내는 긴박한 (척하는) 중계방송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기자들과 각 당 정치인들의 표정에서 결과를 예측해 보려는 노력으로 서스펜스는 더욱 증가됐다.

국영방송인 <프랑스 2>의 선거 결과 중계방송 장면.
 국영방송인 <프랑스 2>의 선거 결과 중계방송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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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없는 결과, 올랑드-사르코지 결선행

드디어 오후 8시 정각. 프랑스의 모든 방송에서 결선에 오를 두 후보의 얼굴을 내보냈다. 프랑소와 올랑드와 니콜라 사르코지, 예상대로였다. 다른 제3의 인물을 은연 중에 기다리고 있던 프랑스인들에게는 실망이었지만 말이다.

사회당의 올랑드가 28.63%로 1위였고, 사르코지는 27.18%에 그쳐 겨우 1.5%의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프랑스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나가면 항상 1위로 결선에 올랐는데, 사르코지가 처음으로 2위를 차지하게 됐다.

3위는 17.9%의 지지율을 받은 극우파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에게로 돌아갔는데 르 펜이 이렇게 많은 지지율을 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2002년 아버지 장-마리 르 펜이 얻은 16.5%보다 높은 스코어로 극우파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15% 정도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3위를 유지하다가 막판에는 마구 치고올라오는 좌파전선의 멜랑숑에게 3위 자리를 내주는가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르 펜은 11.11%에 그쳐 4위를 차지한 멜랑숑을 한참 앞서간 셈이다.

극우파 르 펜 선전... 좌파전선 멜랑숑 따돌려

이로써 마린 르 펜은 지금까지 거의 '악마'적인 평판을 얻었던 극우파 이미지를 완화시키면서 프랑스 동부 지역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들의 높은 지지를 얻어냈다. 일반적으로 좌파에 기울어 있는 노동자의 29%가 극우파인 르 펜에게 표를 던지는 이상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한때 지지율이 17%까지 올라갔던 '다크 호스' 멜랑숑이 이렇게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 이유는 언론을 통한 사회당의 멜랑숑 따돌리기 작전이 일부 영향을 미쳤고 또한 사표를 방지하려는 유권자들이 선거 당일 사회당의 올랑드에게 표를 던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결국 극우파를 앞서려고 했던 그의 야망은 좌절됐다.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함으로써 막강한 세력을 보인 극우파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함으로써 막강한 세력을 보인 극우파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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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양쪽에서 서로 잡아당기려고 했던 중도파의 바이루는 9.3%로 5위에 머물었는데 이는 5년 전 대선에서 18%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겨우 반을 넘는 상당히 저조한 성적을 보인 셈이다.

소수당에 속한 녹색당의 에바 졸리는 2.31%, '일어서라 프랑스' 당의 뒤퐁-에냥은 1.79%, NPA(반자본주의 신당)의 푸투는 1.15%, LO(노동자 전투)당의 아르토는 0.56%, 화성 정복을 주장하는 독특한 후보 슈미나르는 0.25%의 지지율을 확보하였다.

보름뒤 다시 결선... 낙선자 표 누구에게 갈까

예상대로 결선에 오른 올랑드와 사르코지 두 후보는 지금부터 5월 6일 결선이 이루어지는 보름 동안 다시 치열한 캠페인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1차투표에서 1위로 당선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던 사르코지에게 결선은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극우파의 마린 르 펜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두 후보 중 누구에게 표를 던지라는 지침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일부 여론조사에 의하면 르 펜 지지자들의 60%에 해당하는 자들이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밝히고 있다. 르 펜은 노동자의 날이며 국민전선이 잔 다르크 행사를 치르는 날인 5월 1일 지지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중도파 지지자 중의 1/3이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표보다 훨씬 많은 표로 이들 극우파의 표를 얻기 위해 사르코지의 결선 캠페인이 더욱 우파 경향으로 쏠릴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르코지 후보와는 달리 사회당 후보 올랑드는 상당히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어 결선승리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결선에서 올랑드와 사르코지가 붙을 경우에 항상 올랑드의 승리가 예상됐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수치는 올랑드가 54%, 사르코지가 46%의 지지율을 예상하고 있다.

올랑드 사회당 후보는 멜랑숑 지지자들의 표를 대거 수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멜랑숑은 자신에게 표를 던진 4백만 유권자에게 "사르코지를 권력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올랑드에게 표를 던질 것을 시사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멜랑숑 지지자들의 83%에 해당하는 이들이 올랑드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무시못할 수치이다. 여기에 녹색당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좌파 전선이 사르코지를 겨냥하여 올랑드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어 올랑드의 지지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만약 올랑드가 사르코지를 제치고 결선에서 승리하면 프랑스는 미테랑 정권 이후 17년 만에 좌파가 집권하게 된다.

올랑드와 사르코지 두 후보는 지난 23일부터 다시 대대적인 대선 캠페인에 들어갔다. 향후 2주 동안 이들이 어떤 전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지, 흥미진진한 공방전이 기다려진다.


태그:#프랑스 대선, #올랑드, #사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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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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