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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3세인 중학생 아들이 특수절도사건으로 경찰에 갔다 왔다. 근데 정작 부모는 열흘 뒤에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 그리고 미성년 사건임에도 지구대에서 바로 경찰서에 넘긴 것도 이상하다. 또 경찰서에서 검찰로 이관될 때도… 왜? 부모한테 바로 알리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인천 남구에 사는 학부모 A씨는 최근 아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두고 너무 분해서 말도 안 나온다고 했다. 내용인즉 아이가 미성년자이고, 또 단순 절도 사건임에도 경찰이 사건 과정을 부모에게 바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부모 고지 절차 무시한 것 아니냐"  

지난 18일 오후께 기자에게 한 통의 제보전화가 왔다. 중학생 부모라고 밝힌 A씨는 아들이 지난 8일 일요일 오전 6시경, 인천 주안역 부근 공원에서 또래 친구와 자전거를 훔쳐서 놀다가 약 30분 후에 주인에게 잡혔다고 했다. 그러다 자전거 주인의 신고로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이어 지구대·경찰서·검찰까지 절도 사건으로 이첩됐는데, 이런 사실을 부모가 열흘이 지난 후에야 알았다는 것.

특히 A씨는 중학생 아들이 20대 중반인 자전거 주인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일방적 폭행을 당해서 억울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아들과 있었던 친구가 담당 경찰에게 전했음에도 사건 분류상 별도의 문제로 해석해 그냥 간과했다는 점을 알려왔다.

A씨는 "(경찰 조서 과정에서) 아들이 경찰에게 가족 전화를 가르쳐 주었지만 '무서운 마음에 아무 번호나 가르쳐 주었다'고 했다"면서 "결국 이로 인해 우리 가족은 이 사건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A씨는 "(경찰이) 아들의 인적사항만 조회해도 제2의 보호자에게 사전 통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나중에라도 (경찰에서 보호자에게) 전화할 수 있었는데, (전화를 안 받았다는 이유로) 사건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아이가 절도 피의자 신분이지만, 기본적인 부모 고지 절차도 무시한 것 아니었느냐"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최초 사건 접수자였던 지구대 경찰이 우리 가족에게 제대로 된 통화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면서 "사건 당일이 휴일이라 가족이 모두 집에 있었는데도 연락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A씨는 "보통 단순 절도나 미성년 범죄일 경우 사건이 미미하면 바로 부모에게 어떻게든 알려 훈방조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경우는 지구대에서 최초 접수 후 바로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에 이관됐다"면서 "심지어 (사건이) 현재 가정법원에까지 이첩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성년자를 마치 일반 범죄사건의 피의자로 몰아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면서 "피해자의 폭행 정황도 함께 조사해야 형평성 차원에서 맞는 것 아니냐, 정말 억울하고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A씨의 아들과 친구는 지구대에서 경찰서로 이관된 후 친구의 할아버지와 연락이 닿아 둘 다 3시간 만에 집으로 귀가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과정상 잘못은 없었나?

학부모 A씨는 이에 열흘이 지난 18일께 학교에서 사건을 듣고서 최초 사건 접수자인 인천의 J지구대를 찾아 담당 경찰 P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담당 경사 P씨로부터 "최초 사고 접수 후 07시 10분께 학생들을 바로 연행했다, 그리고 자전거 주인도 20분 후에 도착해 함께 조서를 작성했다"면서 "하지만 (아들이) 적은 번호(부모 번호)로는 몇 번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바로 경찰서로 임의동행해 보냈다"는 말을 들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담당 경사 P씨의 말을 확인하고자, 기자가 20일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J지구대에 전화했지만 "비번이라 자리에 없다"고 했다. 이에 기자는 "그럼 지구대장을 바꿔 달라, 당시 사건 정황을 아는 사람이 있을 것 아니냐"고 묻자, 전화를 받은 지구대 경찰은 "당시 사건 정황은 담당자만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는 알 수 없다"며 근무 날짜만 가르쳐주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에도 기자와 학부모 A씨가 23일께 다시 전화를 걸어 담당 경사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A씨는 19일 오전 지구대에 이어 인천N경찰서 담당 부서로 찾아가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를 만나 사건 정황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때 A씨는 "왜 부모에게 출석 통지서를 안 보냈느냐"고 묻었으나 담당 형사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그저 할 도리를 다했고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가 "그럼 왜 자전거 주인의 폭행 사실에 대해서는 무시했느냐?"고 형사에게 묻자 "사건의 사안이 달라 같이 엮어서 조사할 수 없었다"는 말만 돌아왔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담당 형사 K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촉법소년(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어서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면서 "그리고 부모와 누나에게도 연락을 해보았지만 전화를 안 받았다, 그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사건의 정황상 워낙 경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학교 측이나 부모에게 통보하는 게 (아이에게) 또 다른 심리적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연락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형사 K씨는 "약 30분 동안의 조사가 끝나고 훈방 조치했다"면서 "(부모에게) 연락 못한 건 계속 이 사건만 갖고 붙들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사건이 장기화 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형사 K씨는 "그리고 (피해자의) 폭행사건은 아이들을 통해 들었는데, (이야기 들었을 당시) 시간이 워낙 일렀고 아이들도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피해자를 따로 부르지 않았다"며 "단, 아이들에게 처벌을 원하면 별도로 신고접수가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A씨는 "아들은 조서를 쓸 당시 '저 아저씨가 막 때렸어요'라고 하자, 경찰은 '저 아저씨 측은 용서해주려고 하는데,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그런 소리 하면 되겠냐'며 오히려 아들을 타일렀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자 가정법원 관계자에게 이야기했더니 "'경찰이 부모님에게 알리게 되어 있다', '경찰이 먼저 부모에게 알렸어야 했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의 재량권 인정하지만...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은 재고해야"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무료법률구조공단의 담당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보면 (미성년 사건의 경우) 부모에게 알려야 하는 게 타당하지만, 수사기관인 경찰의 재량권도 수반되기 때문에 불법적인 위법사항에는 해당이 안 된다"라며 "피해자의 폭행 문제도 쌍방 고소로 처리하면 된다, 다만 경찰이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은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불심검문) 5항에 따르면, 범죄행위 의심자의 임의동행을 한 경우 경찰관은 당해인의 가족 또는 친지 등에게 동행한 경찰관의 신분·동행 장소·동행목적과 이유를 고지하거나 본인으로 하여금 즉시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또한 동조 7항에 따르면, 사건 당해인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금남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센터장은 "(미성년자의 경우) 조서를 꾸밀 때 당연히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경찰의 해명은) 부모에게는 어쩌면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면서 "만약 아이의 심리적 역효과까지 세심하게 입장을 생각했다면, 피해자의 (아이들) 폭행사건 과정을 철저히 규명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는 피의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적 정서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 처음 접하는데…, 요즘 학교폭력과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 실적제가 반영된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경찰의 (경쟁의식에 따른)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성년 아이들의 미온적 범죄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과 차별적 시선이 느끼지 않도록 충분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담당 경찰들의 청소년 현행범죄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교육과 소양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최근 부산에서 청소년의 학교폭력이나 범죄를 저지른 학생을 바로 처벌하지 않고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49년 전 도입된 '통고제도'가 처음 활용돼 주목을 받고 있다. 통고제도란 학교·사회복지시설·보호관찰소의 대표가 범죄를 저지른 학생을 수사기관에 보내지 않고 관할 가정법원 소년부에 알려 소년보호재판을 청구하는 제도다. 

1963년에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수사과정에서 학생들이 받게 될 무시나 홀대 등 반 인권적 행태의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또 자칫 마음에 상처를 입기 쉬운 청소년 범죄의 경중을 따져 법원과 관계기간이 올바른 해결방법을 찾아가는데 그 취지가 있다. 

인천지방법원 관계자는 미성년자 범죄 사건 처리와 관련해 "가정법원은 범죄사실을 중시하는 검찰·경찰 수사와 달리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환경·심리상태를 먼저 살펴 처벌보다 교육과 사회 복귀를 더 우선한다"며 "가정법원에서 처리하면 범죄 경력이 남지 않는다, 청소년 회복 센터 등 보호시설로 보내는 등 후속조치가 빠르다는 점도 있다"고 조언했다.


태그:#촉법소년 범죄, #경찰의 재량권, #가정법원, #통고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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