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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 6자 회담 핵심 국가들의 반대와 비판, 그리고 경고성 메시지에도 북한은 이틀 전부터 액체연료를 주입했고, 13일 오전 은하3호/광명성3호를 발사했다. 그러나 실패였다. 이번 4차 로켓 발사의 실패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력을 보유할 기술적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이제 북한은 새로운 국가전략과 새로운 협상전략, 새로운 국제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일부 예상 가능한 비판을 무릅쓰고, 군사기술적 능력의 관점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펴고자 한다.

미 차관보가 보인 비웃음의 의미

정부는 북한이 13일 발사한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로켓)'이 "발사 후 바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09년 4월 5일 발사된 광명성2호.
 정부는 북한이 13일 발사한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로켓)'이 "발사 후 바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09년 4월 5일 발사된 광명성2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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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7월 5일 새벽 북한이 스커드, 노동, 대포동 2호 등 미사일 3종 세트를 시험 발사했을 때 미국 국방당국은 잔뜩 긴장하다가 나중에 코웃음을 쳤다.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은 짧은 시간 내에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가상 목표를 향해 현란할 정도로 리드미컬하게 발사했다. 성공적인 군사훈련이었다. 그러나 정작 주목의 대상이었던 장거리 대포동 2호는 발사 48초만에 동해안에 떨어지고 말았다.

리차드 롤리스 당시 미 국방부 동아태수석부차관보가 북한이 한국과 일본에게는 위협일 지 모르나 미국에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농담섞인 비웃음을 짓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북한이 과연 액체연료와 고체연료를 연결한 다단계 발사능력을 갖추기나 했는가 하는 기술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2009년 4월 오바마 정권 출범 직후 북한은 다시 은하 2호/광명성 2호를 발사했다. 태평양 하와이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4개의 지점을 찍어 항행금지구역으로 선포했다. 4개의 지점을 연결하면 마치 미국의 어떤 가상 지역을 하나의 탄착지점으로 상정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야심찼었다.

북한이 아무리 평화적 용도의 위성발사라고 강변해도 군사전문가들에게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실험으로 느껴졌다.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은 실패했지만 비행거리로만 따지면 3500-4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일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따의 실험도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진 않았다.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보여주진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 있는 발사, 참담한 결과

국방부가 공개한 광명성 3호 궤적
 국방부가 공개한 광명성 3호 궤적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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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북한이 의외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외부 전문가들과 언론인들을 초청하는가 하면 사전에 일부 준비활동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위성발사라고 했다는 점을 확실히 입증시킬 수 없다면 그러한 행동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위성사진과 외부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은하3호/광명성3호의 외형이 지난 2009년 발사체와 동일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새롭게 보여줄 기술은 '사정거리'보다는 '안정적으로 위성을 사출하는가'로 쏠렸다.

발사 10분 뒤 운반체 상단의 위성을 사출하고 20분 내에 그 위성이 궤도를 찾아 들어가 안착한 뒤 최소 수 시간, 길게는 24시간 이내에 발사기지와 교신을 하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위성기술은 물론 장거리 비행능력과 탄두의 소형화, 그리고 다탄두 능력까지 일부 과시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만약 이번에 성공했다면 북한지도부와 북한 주민들로서는 한국과 일본도 갖지 못한 첨단 군사과학능력과 핵무기로 무장한 '강성대국의 김정은 체제'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천지가 요동치는 듯한' 신 왕조 개창의 흥분과 희열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도 참담한 것이다. 새로 지은 동창리 서해발사대를 차고 오른 은하3호/광명성3호는 2분도 채 날지 못했다.  

미사일 계획과 체계 자체가 잘못됐다

필자의 관전평은 간단하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계획과 기본체계 자체가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군사기술을 실전배치까지 하는 데에는 여러 개발단계가 있다. 타당성과 개념에서 배치 가능성이 입증되어야 하며, 시험개발과 체계개발, 그리고 훈련 및 양산과 실전 배치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일반적인 군사수단의 전력화 관점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계획과 위성 프로그램이 본질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북한은 지난 1997년 이후 현재까지 15년 동안 기술개발을 해왔고 4번의 시험발사를 했다. 그런데 1997년 최초 실험을 제외하고 모두 기술진보에 실패했다. 1997년 이후 고정식 발사대를 이용해서 3차례 추가 시험발사에서 일부 비행거리가 늘어난 것(2009년)을 제외하고 나면 2차례(2006년, 2012년)는 완전한 실패다. 물론 이 기간 동안 이란과 미사일의 정보와 기술에 관해 긴밀히 협조해 왔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기본개념과 체계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군사배치까지 염두에 둔다면 4차례 시험에서 3번 실패한 무기체계를 어떻기 이동식 장거리미사일로 진전시킬 수 있겠는가? 만약 애초부터 안될 일이었다면, 또 이번에 그것이 확인되었다면 북한정권은 심각한 검토와 전략적 판단을 요구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일부 진보적인 인사들은 왜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하는데, 미사일 발사 혹은 군사적 능력의 과시로 보는가 하는 질문을 필자에게 던질 수 있다. 2006년 7월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할 때 스커드, 노동미사일 7기와 배합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 북한은 자신들의 통상적인 군사훈련이라고 했다. 위성발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번엔 위성발사임을 보다 공식적이고 체계적으로 공표했다. 그러나 과연 북한이 현재의 경제조건에서 상업용이든 과학술용도이든 정보통신용도이든 간에 위성을 발사해서 산업적 효과를 얻을 게 과연 있을까 물어보면 그 누구도 "없다"고 답변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핵보유와 결합된 군사적 수단으로서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능력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북한의 은하3호/광명성3호 발사를 평가한다.

북한이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지난해 12월 17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은 북한의 역사에서 한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과연 김정일의 시대가 북한 주민들의 복리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협력과 미래 비전의 시대였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소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운운하고, 미국의 군사공격에 의한 이라크, 리비아 정권교체가 두려워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북한의 당국자들은 말한다. 필자 앞에서도 6자회담 석상에서 핵무기가 없었다면 자신들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처럼 미국의 군사공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라크와 리비아에 없는 지정학적 구조를 북한은 갖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한국의 어느 정권도 실제 군사적으로 북한을 흡수한다는 계획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이제 북한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위성을 궤도에 올리려 하기보다는 대화의 과정에 어떻게 다시 진입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제라도 북한은 오늘의 은하3호/광명성3호 발사는 순수한 위성발사였으며,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로 인해 당분간 새로운 발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위성발사는 군사적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핵실험을 할지 모른다는 일부의 우려는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거의 유일한 출구전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렇지 않고 2009년처럼 또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와 핵실험, 그리고 더욱 강화된 제재라는 악순환에 빠진다면 김정은 체제의 장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제재가 제일은 아니다... 6자회담 재개 나서라

미국이나 한국 정부는 이미 수면 아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 결의안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을 것이다. 아마도 초안이 벌써 일부 국가들 사이에 회람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는 이'로 나가는 것이 당장 속은 시원하겠지만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한다. 북한의 실패 인정과 '오해 및 유감표명'이 전제된다면 6자회담을 열기 위한 미-북 고위급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 어떻게 최단 시일 내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도 병행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필자는 북한과 미국에 보내는 이같은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앞으로 최소 6개월 정도는 의미있는 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돈을 걸겠다.

덧붙이는 글 | 박선원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이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를 지켜본 소감을 보내왔다. 박 부원장은 참여정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을 지냈으며 6자회담과 북핵문제 해결 협상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태그:#광명성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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