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Invisible Children

관련사진보기


우간다 반군 지도자, 조셉 코니.

요즘 이 남자만큼 유튜브에서 핫한 남자도 없을 듯하다.

그는 최근에 미국의 비영리단체 <인비저블 칠드런(Invisible Children)>이 만든 영화 'KONY 2012'의 주된 소재로 사용됐고(주인공이 아닌!) 이로 인해 우간다의 공식 '나쁜 남자'로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30분 남짓한 이 영화는 지난 3월 5일 유튜브에 올라오자마자 폭발적인 관심을 받더니, 10일 만에 1억 명 정도가 봤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비디오는 우간다 반군 지도자인 조셉 코니를 '유명하게 만들어' 국제형사재판소법정에 세우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 이 비디오는 TV 광고와 같은 멋진 영상과 조지 클루니와 안젤리나 졸리, 오프라 윈프리 같은 이들이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많은 젊은이의 눈을 사로잡았고, 우간다의 코니를 모르던 많은 이들에게 그의 존재를 알게 해주었다. 인비저블 칠드런이 하고자 했던 "코니를 유명하게 만드는" 작업은 거의 성공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글 자막이 달린 동영상이 유통되고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네이버에는 '코니2012코리아' 카페도 만들어졌고, 4월 2일 현재 가입자 수는 98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하게 사안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을 거점으로 '코니2012' 비디오에서 이 단체의 대표 벤 키이스와 제이슨 러셀이 요구한 전 세계 행동의 날인 4월 20일에 맞춰 코니를 유명하게 만들기 위한 행동에 동참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코니2012'는 성공과 더불어 격렬한 논쟁 또한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우간다인 조셉 코니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우간다인은 단지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우간다의 문제를 풀기 위한 행동에 정작 우간다인은 보조적인 역할이거나 혹은 아예 서양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코니2012' 비디오를 분석해 보면, 이 비디오에 노출되는 주된 인물은 백인의 젊은 남성인 이 단체의 대표인 제이슨 러셀과 그의 아들이며, 이들의 활동에 동조하며, 환호하는 백인 대학생들이다. 이러한 점은 <알 자지라 잉글리시>(Al Jazeera English)와 인터뷰한 피오레 만지(Fiore Manji)의 비판에도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코니 비디오가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백인들의 편견"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연대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아프리카 정치 상황에 대한 단순화, 비판 직면


무엇보다도 많은 이들이 가장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는 이 비디오가 아프리카의 복잡한 정치지형을 너무 단순화 시켰기 때문이다. 마치 아프리카에는 '코니'라는 악의 축만 있어서 코니만 검거하면 아프리카에 평화가 올 것처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정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선 국제면을 장식하는 아프리카에 대한 뉴스를 이해하려면 19세기 유럽 열강의 아프리카에서의 자원쟁탈전, 그에 대한 결과인 식민지정책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유럽 열강들이 앞다투어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자신들의 이권에 맞춰 검은 대륙을 나누었으며, 그로 인한 결과로 생겨난 현재 아프리카의 국가들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강압적 국민국가의 탄생은 아프리카의 여러 부족의 실제 삶을 파괴했으며, 임의로 그어진 국경선으로 한 부족이 두 개의 다른 국가에 속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것이 근대에서 현대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에 행해진 유럽인들의 폭력이다. 여기에 더해 지역별로 농경 부족과 유목 부족들의 삶이 얽히고 가뭄과 기근이 더해지면 이들의 이동 경로에 따라 부족 간 갈등도 수시로 일어나는 곳이 아프리카다. 아프리카의 토속신앙과 결합한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도 있다.

유럽 열강에서 1960년대 독립하면서 등장한 아프리카 각 나라의 독재자들 또한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각 나라의 독재를 피해 다른 지역에 있는 자신들의 부족과 결합한 아프리카 여러 부족들은 각 나라의 정부에 대항해 이웃국가에서 세력을 키웠고, 이때 이웃국가는 종교, 자원, 부족 등의 문제를 이유로 각 나라의 반군을 지원하기도 했다.

북부 우간다의 독특한 상황... 석유를 둘러싼 음모론

우간다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어서, 1979년 우간다의 독재자를 몰아내고 권좌를 차지한 무세베니는 우간다 남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간다 북부는 오랜 시간 동안 무세베니의 탄압을 받은 '아초리족'의 근거지다. '아초리족'은 신비주의적 기독교를 신봉하며 이슬람을 우선 시하는 무세베니 정권에 비판적이었다. 이 때문에 무세비니 정부는 우간다 북부에 영향력이 미치지 못해서 이 지역에 대한 탄압을 일삼았다. 이에 우간다의 코니가 속한 '신의 저항군(LRA:the Lord'sResistance Army 이하 LRA)'이 처음에는 탄압받는 '아초리족'의 수호자를 자처했었고, '아초리족' 또한 LRA를 지지했었다.

그러나 2011년 남수단이 독립함에 따라 LRA의 보급품 공급 루트가 끊기고, 피난처마처 잃게 되어 급격히 세력이 약화되었다. LRA는 또한 지난해 미군이 이 지역에 파병됨에 따라, LRA는 더욱더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의 밀림으로 쫓겨 들어가고 있다. 이 지점이 바로, 인비저블칠드런의 'KONY2012'가 코니의 영향력을 과장했다고 비판받는 지점이며, 또한 '아초리족'을 탄압하기 위해 무자비한 공권력을 사용한 우간다 정부에 대해서는 침묵한 코니가 비판받는 지점이다.

오프라윈프리, 조지 클루니 등의 얼굴이 보이고, 가운데 사진은 코니2012 키트에 포함된 팔찌
▲ 인비저블 칠드런 제작 공식 포스터와 지지 유명인들 오프라윈프리, 조지 클루니 등의 얼굴이 보이고, 가운데 사진은 코니2012 키트에 포함된 팔찌
ⓒ Invisible Children

관련사진보기


미국의회는 인비저블 칠드런의 요청에 부응하여 지난해 10월 미군 파병을 결의했고, 즉각적으로 이 지역으로 미군 파병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파병 결의 얼마 전에 이 지역에서 석유가 발견되었고, 아랍과의 대립 각으로 원활한 석유공급에 차질을 빚던 미국으로선 호재였던 셈이다. 거기다가 아프리카의 경제권을 중국이 점점 잠식해 들어가는 이 시점에서 모든 것이 우연인 듯 맞아떨어졌고, 이 때문에 인비저블 칠드런의 행동이 "의도는 좋으나 너무 순진한" 혹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받았다.

또한, 또한 이들의 행동은 내전 지역 어디든 외국 군대의 주둔을 합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격렬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러던 와중 지난 3월 24일에는 코니로 인해 삶이 파괴된 여러 나라가 연합군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아프리카 연합이 공식 발표한 이 소식은 미군의 지원을 받는 우간다군이 이끌고, 중앙아프리카와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의 군사력이 동원되며 본부는 남수단에 설치하기로 하였다고 전한다. 이것은 코니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나라들의 공동행동이라는 측면에서, 당사자들에 의한 해결이란 측면에서 한결 발전된 부분이다.

하지만, 기민한 군사 작전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긍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코니를 둘러싼 문제의 가장 중요한 점은 코니에게 이용당하고 아직도 코니와 함께 움직이는 소년병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코니 비디오가 짧은 시간에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코니가 소년, 소녀들에게 자행한 끔찍한 행동 때문이었다.

코니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있을 교전에서도 가장 좋은 것은 재빠른 무장해제와 소년병들의 신병인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총알받이로 쓰일 소년병들은 그저 희생되어도 좋은 도구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UN의'어린이와 무장충돌에 관한 특별 대변인(specialrepresentative for children and armed conflict) '라디카쿰마라스와미(RadhikaCoomaraswamy)의 발언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디언의 3월 20일자 기사에 따르면 코니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년병으로 끌려간 아이들의 안전과 재활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코니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있을 교전에서도 가장 좋은 것은 재빠른 무장해제와 소년병들의 신병인도와 동시에 군인 신분을 해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 대한 모금 활동은 무엇보다 이 소년, 소녀들에 대한 정신적, 신체적 재활 치료와 교육 부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비저블 칠드런 조직 자체에 대한 비판

'코니2012' 비디오가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자, 이 비디오를 만든 NGO인 인비저블 칠드런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4월 20일 "행동의 날"이 관심의 중심인데, 이 행동의 날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30달러의 기부금을 내고 액션키트를 받아야 한다. 이 액션키트에는 포스터, 팔찌 등이 들어 있다. 이날 포스터를 4월 20일에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부착하고 이로써 코니를 더욱 유명하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문제는 인비저블 칠드런에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기부금이 아프리카에 직접 쓰여지지 않고, 인비저블 칠드런 활동가의 활동비로 대부분 유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비저블 칠드런의 공동대표인 벤 키이스가 발 빠르게 두 번째 비디오를 배포하면서 "재정문제의 불투명성은 없다"고 적극 해명하였으나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것은 아니라서 석연치 않은 점은 여전하다. 또한 '코니2012'의 촬영감독이며 공동대표이기도 한 제이슨 러셀은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과 비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신의 동네 한복판에서 경범죄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다 경찰에 잡혀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들에도 '코니2012'가 가진 긍정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인식의 확산이라는 운동적 측면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성공한 사례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SNS라는 새로운 형식을 가장 잘 이용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것을 웹 2.0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한 아프리카의 활동가는 몇십 년 동안 아프리카의 문제들을 국제사회에 제기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들며 때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제 국제 시민사회가 아프리카의 인권 상황에 대해 보다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고, 또한 SNS라는 도구로 문제가 있다면 빠른 시간 안에 바로 잡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인비저블 칠드런이 SNS를 통해 '인식의 확산'에 성공했다면, 이제는 세계시민이 SNS를 통해 아프리카 문제를 좀 더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태그:#코니 2012, #조셉 코니, #우간다, #아프리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