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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의 재산공개를 거부한 이명박 대통령
 장남의 재산공개를 거부한 이명박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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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국회의원, 국무위원 등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되었다. 2012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의 재산은 57억9967만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억여 원 늘어났으며 부동산 소유 내역은 논현동 땅과 주택 49억5000여만 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재산은 77억4200만 원으로 집계되었다. 전년보다 2억800만 원이 줄어들었으며 이상득 의원과 배우자의 부동산 소유 내역은 서울의 단독주택, 포항시의 연립주택, 서울 내곡동의 밭, 이천시의 임야·목장용지·밭·논, 가평군의 임야·도로 등 25억7000여만 원으로 나타났다.

2012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내역을 보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한 문제는 없어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자식들 앞으로 되어 있는 재산은 알 길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는 이명박 당시 후보 일가가 전국 7개 시도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85만9243평에 시가로 2300여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 소유 내역과 거래 내역을 보면 이상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가 공시지가 74억 원대의 경기 이천시 땅 14만여 평을 아들이 아닌 조카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이지형씨에게 증여한 사례, 이명박 대통령과 형제들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 땅의 지분을 이지형씨에게 모아주는 사례 등을 볼 때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자녀, 손자들이 일가의 토지 중 상당량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에서는 부모와 자녀 등 직계 존비속의 재산내역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 이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는 정부 공직자의 경우 전체 26.6%가 직계 존비속의 재산공개를 거부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 역시 이를 활용하여 이시형씨와 이지형씨의 재산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씨는 부친의 퇴임 후 사저용 부지를 11억2000만 원을 들여 매입한 문제로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부정증여 의혹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장남 이시형씨 소유에서 본인의 명의로 바꾸겠다고 말했지만, 올해 재산공개 내역에는 내곡동 사저 부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로 되어 있지 않았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씨는 재산공개 고지를 거부했기 때문에 이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를 아직도 소유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MB 일가 부동산 얼마나 될까... 자세한 건 '묻지 마'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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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의 사례를 통해 직계 존비속의 재산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현행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맹점을 확인할 수 있다. 편법을 사용하여 취득한 부동산 등을 자녀나 손자, 손녀 등에게 재산을 양도하고, 자신의 재산공개 내역에서는 서민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등 직계존비속 재산고지 거부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행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맹점을 개선하기 위해 자녀 등 직계 비속의 재산내역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재테크에 민감한 사람들은 증여세 등을 고려하므로 부모 등 직계존속 명의로 재산을 위장 분산할 가능성은 낮으므로 자녀, 손자와 같은 직계 비속의 재산내역 공개 정도로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직계 비속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한 재산공개제도로 충분하지는 않다. 상당량의 부동산을 소유한 고위공직자들의 현실을 보고 중산층과 서민들이 위화감과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고위 공직자들이 만들어내는 정책은 주택 및 토지가격을 안정화시켜 서민들과 청년들의 주택마련 및 신규사업 기회를 높이기보다는, 할 수만 있다면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 정책임을 우리는 이명박 정부를 통해 여실히 보아왔다.

부동산에 있어서는 아무리 투기와 투자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대통령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들이 실제 농사를 짓고 사업을 하기 위한 실수요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여권의 핵심 실세가 혈연관계이며, 이들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가 86만여 평, 시가 2300여억 원이나 된다고 의심되는 나라에서 서민을 위한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 나오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우순 민주통합당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 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이명박 정부의 인사청문 대상자 89명 가운데 44명(49.4%)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으며 29명(32.6%)이 위장전입 의혹을 받았다고 한다.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자진사퇴한 고위공직자 후보도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대부분의 고위공직자 후보 임명을 강행하였다.

부동산 시세차익을 통한 토지불로소득으로 재산을 증식한 고위공직자들이 전세난과 급등하는 월세에 전전긍긍하는 서민들이나 높은 집값으로 10년을 저축해도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세대들, 대부분의 수익을 건물주에게 임대료로 내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토지불로소득으로 재산을 증식한 고위공직자들이 서민들의 입장보다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켜 경제호황의 착시효과를 노리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부동산백지신탁제, 부동산 투기세력의 정계 진출 차단할 것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을 비롯한 활동가들로 구성된 '이명박 대통령 사저 부지 방문단'이 지난해 10월 17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를 방문해 '이곳은 범죄현장입니다'라고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부동산 실명제 위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을 비롯한 활동가들로 구성된 '이명박 대통령 사저 부지 방문단'이 지난해 10월 17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를 방문해 '이곳은 범죄현장입니다'라고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부동산 실명제 위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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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는 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경우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함으로써 공무 수행 중에 특정기업과 공적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을 방지하여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역시 공정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백지신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MB 일가의 사례처럼 직계 비속의 재산내역 고지를 거부하여 부동산 소유 현황을 분식(粉飾)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직계 비속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도 실수요인지 증명할 것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관련 영상 보기).

고위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의 시행은 부동산 투기는 나쁜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수요를 증명하지 못한 부동산을 백지신탁한다면 공직자 후보들을 투기의혹에서 자유롭게 해주어 공직 후보들의 인재풀을 넓힐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고위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는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들이 공직에 오를 가능성을 높인다. 부동산을 백지로 신탁하는 입장에서 볼 때 부동산백지신탁제는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실수요를 증명하지 못한 투기용 부동산은 백지로 신탁해야 하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제적 손실을 포기하면서까지 공직에 나올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자연히 지역의 토건세력이나 부동산 투기세력들이 공직에 들어올 기회를 차단하고 청렴하고 사회 전체의 유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공직에 나갈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학습한 내용 중 하나는 진보와 보수진영 내부에는 토건세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에게서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찾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직계 비속의 부동산 소유 공개를 의무화한 고위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가 19대 국회 초기에 도입되지 않으면 차기 정부에서도 토지보유세 강화, 공공임대주택 건설, 전월세 임대차보호법 강화 등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차기 정권에서는 과연 서민의 입장을 이해하는 부동산정책들이 나올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성영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 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부동산백지신탁, #고위공직자, #부동산 , #이명박, #토지정의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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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불로소득 없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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