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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천재로 착각합니다. 우리 부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천재로 착각합니다. 우리 부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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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가 2~3살 때까지는 다들 천재라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옹알이에서부터 배밀이, 뒤집기가 다른 집 아이들보다 며칠만 더 빨라도 대단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행동 하나하나가 참 신기했고, 엄마와 아빠에게 작은 반응만 보여도 그것이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천재야 천재!

인헌이가 엄마 아빠라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직하였다.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되고 우리가 듣기로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10월 22일(목요일)
인헌이 잠시 동안 앉아 있을 수가 있다-11월 5일
인헌이 물건에 관심을 보이고 잡으려고 한다-11월 8일
인헌이 기기 시작하였다(19:15) 물건을 잡기 위해 스스로 손을 내민다.-11월 10일
인헌이 장난감 인형에서 나오는 소리에 손을 내밀고 웃는다-12일
'까꿍' 놀이에 인헌이 웃음으로 반응한다. 소리나는 인형을 잡으려 손을 내밀고 웃고 즐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11월 17일

이런 반응 하나 하나에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신기했고,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주어도 결코 바꿀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넉 달 밖에 안 된 아이가 '엄마 아빠'를 한다는 착각을 할 정도였으니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천재병'은 심각했습니다. 아니 어떤 아이가 넉 달만에 엄마 아빠를 할 수 있습니까. 우리 부부는 단단히 천재병에 걸렸던 것이지요.

"여보 인헌이가 '엄마', '아빠'를 해요!"
"이제 겨우 넉 달밖에 안 되었어요."
"잘 들어보세요. 엄마, 아빠라고 하잖아요."
"우리 착각하지 맙시다."

"그래요. 하지만 우리 방금 인헌이가 '엄마', '아빠'라고 했다고 생각해요."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따라 웃고 웃었습니다. 정말 신기했고. 행복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따라 웃고 웃었습니다. 정말 신기했고. 행복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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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감기 몸살부터 치료해야지

어른들은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아이가 태어난 후 여섯 달까지는 아프지 않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큰 아이도 여섯 달이 될때까지는 아픈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특히 모유를 먹였기 때문에 면역력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섯달이 지나지 아이는 감기몸살로 하루 하루 기침과 코막힘 따위로 힘들게 보냈습니다.

인헌이가 새벽에 잠을 자지 못했다. 열은 없었지만 콧물을 흘렸고 보챘다. 인헌이가 아픈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하나님이 인헌이가 감기를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주시고 건강하게 치료될 수 있도록 지켜주옵소서-11월 11일
인헌이 땀을 많이 흘렸다. 기침과 코막힘도 심한 것 같다. 인헌이를 데리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어린 유아이므로 별다른 치료는 없었다. 체온,구강, 귀, 몸무게, 모두 정상이라고 한다. 약을 먹인 후 인헌이가 좋아하는 자연소리 테이프를 들려주었다. 귀를 기울이는 인헌이를 보면서 자라남이 참으로 신기하였다.-19일
인헌이 기침이 심한 하루였다. 저녁에는 보채고 칭얼거렸다 젖대신 보리차를 먹였더니 먹으면서 똥을 눈 후 한결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30일

천재라 착각하면서 웃었지만 아이는 이내 감기 몸살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천재라 착각하면서 웃었지만 아이는 이내 감기 몸살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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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에 반응하고, 물건 하나 잡는다고 좋아라 박수치면서 내 아아는 아주 특별한 존재, 탁월한 능력을 소유했다는 착각은 오간데 없고 하루 빨리 감기만 낫기를 바랐습니다. 며칠 전까지 함박웃음과 엄마와 아빠라고 했던(?) 아이에게 젖대신 보리차를 먹이는 아내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감기가 낫기는 커녕 중이염까지 걸려 치료했는데 병원에서 귀지를 파내야 했습니다. 이후 아내와 한 번씩 "'000이빈후과'는 인헌이가 살려줬다"고 할 정도로 인헌이는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중이염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천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몸도 마음도 건강한 것입니다.


태그:#인서체, #육아일기, #천재, #감기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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