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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에게 북한은 불과 십수 년 전의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한류열풍으로 중국, 일본을 넘어 동남아 사람들과는 오히려 가까워졌지만 우리 핏줄인 북의 그들과는 점차 멀게만 느껴진다. 이에 두산아트센터에서는 경계인 시리즈 네 작품 가운데 세 번째로 연극 <목란언니>를 3월 9일부터 4월 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 111에서 공연 중이다.

 

주인공 조목란(정운선 역)은 평양예술학교에서 아코디언을 전공하고, 뜻하지 않은 사고로 한국에 온다. 하지만 한국생활 중 당한 사기로 회의를 느끼고 북으로 돌아가려던 중 태산의 집에 간병인으로 취직한다.

 

태산의 집은 태산(윤상화 역), 태강(안병식 역), 태양(연보라 역)의 3남매로 어머니 조대자(황영희 역)는 술집을 운영하여 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웠다. 역사학자 태산은 옛 애인을 못 잊어 자살을 시도하다 목란을 만난다. 철학과 교수 태강은 대학에서 철학과를 폐지하자 자괴감에 빠진다. 태양은 무명작가의 설움을 벗고자 시나리오 작가로 전업하며, 영화감독인 애인 오영환의 시나리오를 돕는다. 조대자는 아코디언 연주로 태산의 마음을 달래주는 착한 목란을 며느리 삼고 싶어하지만 목란은 오로지 북에 가기 위한 돈 5000만 원을 벌기위해 노력한다.

 


한국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들은 점차 흐린 기억 속의 추상적 개념으로 존재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의 핏줄 북한이다. 전국을 다 누벼도, 세계를 다 여행해도 갈 수 없는 곳이 바로 북한이다.

 

통일부 2012년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 인구는 약 2만3천 명이라고 한다. 연극 <목란언니>에서는 한국에 살다가 그마저도 만만치 않아 다시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여주인공 조목란이 등장한다. 그녀는 왜 북으로 돌아가려 하는가. 가족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목란은 우연찮은 사고로 인해 남으로 내려오게 된 후, 공훈 예술가이던 부모님이 추방되어 지방예술단체에서 활동한다는 소식을 듣고 북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다.

 

가족이 있는 북으로 갈 돈을 벌기 위해 목란이 태산의 집에 들어가는 과정과 그곳에서의 에피소드를 음악과 춤과 함께 재미있게 그려내었다. 무대는 일반적인 한 쪽 방향이 아니라 사방 네 곳을 활용하고 있다. 관객은 전후좌우에서 벌어지는 억척스러운 북의 소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전개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다. 연필로 그린 커다란 김정일 초상화 배경도 인상적이다. 주인공 목란과 그녀를 태산의 집에 연결하는 브로커 부부, 태산의 가족 이야기 모두 큰 이야기 속에 작은 이야기로 등장하며 잔 재미를 준다.

 

연극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는 무척 활발하였다. 처음엔 어색함이 약간 흘렀지만, 긴장이 풀리면서 관객들은 극본 김은성과 연출 전인철 그리고 주요 배우 정운선(조목란 역), 손종학(오영환 역), 황영희(조대자 역)에게 궁금한 것을 모두 물어보았다. 관객층은 사회적 화두를 선보이는 연극을 주로 선보이는 두산아트센터의 관객답게 연극영화나 예술계열 학생이나 종사자들이 대부분으로 보였다. 결말이 작년과 다르게 해피엔딩이 아닌 이유, 연기자들의 감정이입 방법, 무대 공간을 사방으로 활용한 이유 등 다양한 질문과 성의 있는 답변이 40분 남짓 이어졌다.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북한의 교육방식이나 현재 모습을 노래로 의상으로 보여주며 코믹하게 그려준 점 또한 이 극을 그렇게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박진감 넘치고 실제적인 연기를 작지만 가까이 사방에서 감상하며 다시 한번 우리의 핏줄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주인공 목란과 태산의 어머니 조대자 여사, 딸 태양 모두 삶에 대해 씩씩하고 진취적인 모습인 반면, 두 아들과 태양의 선배 감독 등 남성들은 나약하고 부정적인 캐릭터인 것이 인상적이다.

 

우리와 함께 있지만 멀고도 먼 북의 그들과 우리가 가까워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관객과의 대화에서 작가는 "우리가 북과 통일이 되는 방법은 어느 한쪽이든 상관없이 월등히 좋은 나라, 즉 자유, 복지, 민주 국가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우리가 작지만 한 예술작품을 통해서 문제를 생각하고 공유하는 것은 참으로 소중하다. 능력 좋은 대한민국의 예술가들이 북한의 멋진 예술가들과 함께 소통하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하며 좋은 장을 마련한 기획과 스태프,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는 함께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연극 목란언니,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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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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