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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재미동포 경연희씨에게서 사려고 했던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 허드슨클럽 빌라.
 지난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재미동포 경연희씨에게서 사려고 했던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 허드슨클럽 빌라.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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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의 2009년 '13억 원 밀반출 의혹' 사건과 관련, 정연씨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재미동포 경연희(43)씨가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노정연씨에게 돈을 요구한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정연씨의 '13억 원 밀반출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는 게 경연희씨의 주장이다.

'13억 원 밀반출 의혹'은 노정연씨가 경씨에게서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 허드슨클럽 빌라를 사면서 잔금 100만 달러를 지급하기 위해 2009년 1월 현금 13억 원을 환치기 수법으로 환전해 경씨에게 송금했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 코네티컷주 폭스우즈 카지노에서 근무했던 이달호(45)씨의 최초 폭로가 있은 뒤,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라며 이례적으로 대검 중수부에 이 사건을 할당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검찰이 과거 봉인된 사건까지 들춰내서 선거 개입에 나섰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키를 쥐고 있는 경씨를 조사하기 위해 여러 차례 귀국을 요청했지만, 경씨는 현재 검찰 출석 여부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이씨의 폭로와 보수단체의 고소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경씨가 언론에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나마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오마이뉴스>는 경씨에게 직접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경씨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자신의 입장을 전해줄 대리인 성격의 두 명의 친구 A와 B씨를 대신 인터뷰 장소에 내보냈다. 이들과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오후 뉴저지주에 소재한 한 사무실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시작 이후 정연씨와 전화통화 한 적 없다고..."

전직 카지노 매니저 이달호씨에 따르면, 100만 달러가 경씨에게 전해진 것은 2009년 1월이다. 이달호씨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폭스우즈 카지노 호텔 특실에서 경씨가 노씨에게 몇 번 전화를 걸어 100만 달러를 보내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씨의 대리인으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두 친구는 "경씨는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노씨와 전화통화는 물론 어떤 연락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경씨는 그 때(2007년 박연차씨 등으로부터 45만 달러를 받은) 이후 그 빌라와 관련해서 노정연씨와 어떤 금전 거래로 없었다"고 전했다.

경씨의 친구 A씨는 "검찰이 당시 노씨의 통화기록만 확인해 봐도 두 사람 간에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구 B씨는 "이미 2008년 12월 경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며 "게다가 2009년 1월이면 박 전 회장이 구속된 상태였는데, 그 당시 경씨가 노씨에게 연락해서 돈을 요구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B씨는 또 노씨의 '13억 밀반출 의혹'에 대해서도 "(경씨에게) 돈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일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B씨는 "경씨가 자신이 노씨에게 10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속상해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달호씨는 "경씨에게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로부터 일련번호가 나열된 새 돈 1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경연희씨는 "권 여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고 A씨가 전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어떻게 일련번호가 나란히 있는 달러를 가방 채 가지고 있을 수 있느냐, 그건 미국연방은행 금고에서 박스 채 가져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A와 B씨에 따르면 경연희씨는 이번 사건으로 극도의 불안 상태를 보이고 있다. B씨는 "이 자리에 경씨가 못 나온 것은 첫째, 너무 무서워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씨는 '기자라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 자체가 무섭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달호씨의 일방적인 주장을 보수언론들이 사실인양 보도하고 이에 근거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경씨가 "나가서 누굴 만나는 것조차 무섭다"며 외출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B씨는 "그러나 현재 이 사건이 너무 많이 왜곡되어 있다"며 "특히 정치적인 문제와 결부되어서 제일 왜곡되어 있는 것이 노정연씨, 또는 노 전 대통령 가족의 돈이 경씨를 통해서 여기로 전해졌고, 그게 전부가 아니라 더 있는 것처럼 왜곡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경씨가 "다른 것은 몰라도 노정연씨 측으로부터 돈이 자신에게 전해졌다는 것만이라도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자신들을 인터뷰 자리에 내보냈다는 것이다.

두 사람에 따르면 검찰은 경씨의 부친인 S사 전 회장을 통해 경씨의 귀국을 종용하다가 최근 경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A씨는 "검찰에서 한국에 있는 경씨의 아버지한테 연락이 왔고, 며칠 전에는 검찰에서 윤아무개 검사가 직접 전화를 해 와서 출석을 요구했다"며 "경씨에게 '13일까지 들어와라.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하겠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경씨의 검찰 출석 여부와 관련 B씨는 "현재 경씨에게는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느냐 여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며 "그런 것을 생각할 여력이 없을 만큼 (언론 기사로 인해) 패닉 상태여서 너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노무현 , #노정연, #경연희, #13억원 밀반출, #정치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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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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