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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이 추진하고 있는 화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며 군청 앞마당에서 11일째(20일 현재)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해남군의회 이정확(통합진보당) 의원.
 해남군이 추진하고 있는 화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며 군청 앞마당에서 11일째(20일 현재)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해남군의회 이정확(통합진보당) 의원.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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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의회가 생긴 이후로 군의원이 지역 현안 문제로 단식 농성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오늘이 벌써 단식 11일째인데 이 의원 혈압이 높아져서 걱정입니다."

20일 오후, 전남 해남군 해남읍에 있는 해남군청 앞마당. '화원면 화력발전소 저지 해남군 대책위' 안종기 실무위원은 '화력발전소 반대 단식 농성'이 적힌 천막을 가리키며 이처럼 말했다.

"이 의원, 어디 갔어? 못 만나고 가것네."
"도청에서 농업경영지원금 문제로 기자회견이 있어서요. 이따가 올 겁니다."

약 10분 간격으로 천막을 찾아오는 군민들에게 안 위원은 비슷한 답변을 반복했다. 군민들이 찾는 '이 의원'은 오후 3시 30분이 넘어서야 전남도청에서 돌아왔다. 통합진보당 이정확 해남군의원, 단식농성 천막의 주인이다.

"대다수 주민이 반대하는 일을 군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반대가 거센데도 군수라는 사람이 '주민 51%만 찬성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역주민 분열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발언을 서슴없이 합니다. 지역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이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이 의원이 말하는 '군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해남군 화원면 일대에 화력발전소 건립하는 것. 해남군은 중국계 기업인 MPC코리아 홀딩스가 7조6000억 원을 투자해 화원면 일대 250만㎡ 부지에 화력발전소를 건립게 할 계획이다.

하지만 화원면 주민은 물론 인근 진도군과 목포시, 신안군 등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다. 만 19세 이상 실 거주 주민이 약 3000명인 화원면, 이 가운데 약 600명이 모여 지난 1월 1일 화력발전 건립반대 대회를 열었다. 화원면뿐 아니라 해남군민들로 구성된 '해남화력발전소 저지 대책위원회'가 지난 10일 연 해남군청에서 '화력발전소 반대, 청정 해남 사수를 위한 군민 결의대회'에는 주민 700여 명이 참여했다.

심지어 박준영 전남도지사조차 "해남의 화력발전소 예정지는 바람이 많이 불고 인근에는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J프로젝트) 예정 부지가 있어 위치 적절성에 의문이 생긴다"며 "대규모 유해물질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 화력발전소는 위치 선정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남군이 추진 중인 화력발전소에 안팎의 반대가 거센 첫 번째 이유는 환경문제 때문. 해남군이 추진 중인 화력발전소 전력규모는 모두 5000MW(메가와트) 규모로, 이 중 4000MW는 유연탄을 원료로 하고 1000MW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원료로 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유연탄을 연소했을 때 탄산가스(CO2) 등 각종 환경오염물질이 배출돼 청정농업지역인 해남군을 크게 오염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기술선진국인 일본 히로시마 예난지구에 있는 1300MW 규모의 화력발전소조차 환경오염물질 배출로 반경 20KM가 피해지역"이라며 "하물며 발전규모가 그 4배에 이르는 화원 화력발전소의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무서울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식 중인 이 의원을 격려하기 위해 온 안동재씨는 "전국에서 유통되는 배추 물동량의 43%가 해남산(産)인데 화력발전으로 땅이 오염됐다면 어느 소비자가 사 먹겠냐"고 반문했다. 안씨는 "굴뚝 오염돼서 기껏 지은 농산물 못 파는 것보다는 차라리 발전이 더딘 게 낫다"고 말했다.

"80년대부터 해남은 핵발전소 및 화력발전소 유치 소동과 싸워 왔다"

이정확 의원이 화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천막 바로 옆에는 해남군이 세운 '친환경 농산물의 요람지 땅끝 해남'이라는 광고판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정확 의원이 화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천막 바로 옆에는 해남군이 세운 '친환경 농산물의 요람지 땅끝 해남'이라는 광고판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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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해남군(군수 박철환)의 독선적 행정 때문이다. 이 의원은 "대다수 군민의 반대 의사를 확인하고도 뜻을 접지 않는 해남군의 일방독주가 안타까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철환 군수는 주민 90% 이상 찬성하면 화력발전소 추진하겠다고 공언하다가 주민반대가 거세지자 주민 51%만 찬성해도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심지어 박 군수는 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한 간부에게 "너는 나 안 찍었잖아"라고 노골적으로 편 가르기식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특히 해남군은 화력발전소를 유치하겠다며 지역 주민들을 단체로 견학시켜 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대개의 경우 이런 견학활동은 발전소를 건립하고자 하는 기업 측에서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지자체가 세금을 낭비해가며 한 것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해남 군민들이 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세 번째 이유는 화력발전소를 짓겠다고 들어오려는 중국계 기업 때문이다. 해남 화원면에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중국계 기업 MPC의 모기업은 '중국 광동성 핵전집단공사', 하지만 MPC의 재정상태나 경영상태가 시장에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MPC가 운영하고 있다는 중국 내 발전소는 모두 22개. 하지만 이중 절반이 수력발전소이며 특히 MPC는 5000MW 이상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운영해본 경험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수상한 것은 MPC가 "화력발전소 건립을 찬성해주면 가구당 5000만 원을 주겠다"며 주민들을 회유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좋은 것이면 왜 법적 근거도 없는 검은돈을 주며 양심과 표를 사려는 매표 행위를 하나"라고 반문했다.

화력발전소 저지 해남군 대책위 이광교(해남YMCA 이사장) 상임대표는 "80년대부터 해남은 핵발전소 및 화력발전소 유치 소동과 싸워 왔다"며 "나이 든 사람으로서 단식하는 이 의원에게 빚진 마음일 뿐이지만 기필코 막아내서 '청정 해남'을 지속가능한 발전이 있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해남군 대책위는 화력발전소 저지를 위한 전남 서부권 공동대책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의회에 진출해 있는 이 의원 등은 각종 조례제정을 통해 화력발전소 건립을 제약할 근거를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태그:#땅끝, #해남군, #화력발전, #통합진보당,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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