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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골초등학교 졸업식에 깜짝 출연해서 축하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개개맨 안일권씨. 시골초등학교 졸업식장은 술렁술렁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개그맨이 왔다고.
▲ 개그맨 안일권 이날 시골초등학교 졸업식에 깜짝 출연해서 축하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개개맨 안일권씨. 시골초등학교 졸업식장은 술렁술렁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개그맨이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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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졸업생과 재학생 80명이 함께 한 감동의 졸업식 현장.

지난 2월 16일, 개산초등학교 59회 졸업식장. 졸업식 직전 대형 스크린이 내려온다. 스크린에는 졸업생들의 추억의 사진들이 나온다. 졸업생도 후배도 모두 아는 처지라 서로 보며 웃는다. 가히 웃음바다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학교의 교직원들은 '스타급 학생'이라야 겨우 알지만, 이 학교는 전교생 모두가 교사를 알고 교사 모두 전교생을 안다. 하다못해 부모님들도 서로 아는 사이다.

장학금 수상자와 표창장 수장자를 찍은 대형화면이 상영된다. 졸업생 15명이 모두 상을 받는다. 한 명도 소외도 없다. 평생 한 번 뿐인 초등학교 졸업식, 모두에게 상과 장학금이 돌아가게 하는 학교 측의 배려가 돋보인다. 훗날, "이래 뵈도 졸업식 때 장학금 받았다"고 그들의 자녀에게 자랑할 선물을 안겨준다.

개그맨 안일권, 깜짝 축하쇼

개그맨 안일권씨와 졸업생, 그리고 졸업생 담임 박향미 교사가 함께 했다. 15명 졸업생들에겐 또 하나의 좋은 추억거리다.
▲ 졸업생과 안일권 개그맨 안일권씨와 졸업생, 그리고 졸업생 담임 박향미 교사가 함께 했다. 15명 졸업생들에겐 또 하나의 좋은 추억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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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의 깜짝 등장으로 장내가 들썩인다. <개그콘서트> 개그맨 안일권씨가 등장했기 때문. "이거 너무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의 주인공. 뜻밖의 등장에 시골 초등학교 강당은 술렁인다. "개그맨 최효종보다 조금 더 인기 있는 개그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된다. 식전에 안일권씨와 졸업생기념촬영 시간도 있었다. 참 좋은 선물을 안겨준다.

애국가 제창, 국기에 대한 경례,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등을 따라 하는 학부형들이 되레 어색해 보인다. 학교 졸업식에서나 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추억 속에서나 해봤던 것들이지 않은가.

다음은 고별공연 시간. 졸업생이 '써니'라는 안무를 준비했다. 지난해 히트 쳤던 영화 <써니>처럼 추억의 학창시절을 떠올린 듯하다. 졸업생이 후배들 앞에서 재롱을 떠니 모두가 박장대소. 참 신선하다. 후배가 선배를 위해 공연하기가 일쑤이거늘.

이 학교는 졸업생이 후배들을 위해 고별공연을 준비했다. 영화 '써니'의 춤 '써니'다. 영화처럼 추억의 학창시절을 패러디 한듯 보인다.
▲ 졸업생 고별 공연 이 학교는 졸업생이 후배들을 위해 고별공연을 준비했다. 영화 '써니'의 춤 '써니'다. 영화처럼 추억의 학창시절을 패러디 한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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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영상 편지에 감동의 물결

신인옥 교장이 축사에 나섰다. "에~"로 시작되는 교장선생님 말씀도 학부형들에겐 오랜간만의 일이다. 졸업생들은 "졸업생 여러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꿈을 가지세요"라는 신인옥 교장의 목소리가 그리워질 날이 오겠지.

이날 최고 감동의 시간은 학부모 영상 편지시간이었다. 미리 찍어둔 학부모들의 축하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이다. 15명이니 상영시간도 길지 않다. 한 어머니는 졸업생 15명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너희들은 참 좋은 친구들이었다"고 말한다. 잠시 모든 사람들이 감동으로 '울컥'하는 듯. 그런데다가 한 여학생은 자신의 아버지가 보내준 동영상을 보고 그만 울음보를 터뜨렸다.

이날 한 학생이 교장으로부터 졸업장을 수여받는다. 이 학교는 15명 전원이 장학금과 표창장을 수여 받기도 했다. 한 명도 소외됨이 없이.
▲ 졸업장 이날 한 학생이 교장으로부터 졸업장을 수여받는다. 이 학교는 15명 전원이 장학금과 표창장을 수여 받기도 했다. 한 명도 소외됨이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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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노래, 015B의 <이젠 안녕>

마지막으로 졸업식 노래 시간이 있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라고 나올 줄 알았다. 이거 웬 걸. 가요다. 그룹 015B가 불렀던 <이젠 안녕>이란 곡이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란 대목에서 졸업생 중 몇 명이 목이 잠긴다. '아빠 영상편지'로 울음보가 터졌던 그 여학생은 이번에도 흐느낀다. 졸업식이 끝나도 그 여학생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아쉬운 표정.

요즘 졸업식에도, 더군다나 초등학교 졸업식에도 눈물이 있다. 졸업생 전원에게 장학금이 돌아가게 하는 배려가 있다. 졸업생 전원의 이름을 불러가며 격려해주는 학부모가 있다. 졸업생이 후배를 위해 공연을 하는 아량도 있다. 대규모 학교라면 따라올 수 없는 정이 있다. 졸업식 내내 따스하고 흐뭇할 수밖에.

한 학부형이 졸업생 동생을 안고, 학부모 영상 편지를 전하고 있다. 사전에 준비한 이 영상은 이날 최고 감동이었다. 한 여학생은 자신의 아버지가 보내 준 영상편지를 보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 학부모 영상 편지 한 학부형이 졸업생 동생을 안고, 학부모 영상 편지를 전하고 있다. 사전에 준비한 이 영상은 이날 최고 감동이었다. 한 여학생은 자신의 아버지가 보내 준 영상편지를 보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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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성 개산초등학교는 한 때 전교생이 60명이 채 안 돼서 폐교설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가 힘을 합쳐서 노력한 결과, 지금은 전교생 1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태그:#졸업식, #개산초등학교, #시골초등학교 , #소규모 학교,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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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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